[백영주의 서양미술] 사람이 예술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저 멀리 그 사람의 형체만 보여도 가슴이 뛰고 절로 미소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는 벗일 수도 있고, 매일 만나는 애인일 수도 있고, 처음 마주치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좋은 느낌은 사람을 잡아당긴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 <모나리자> 속 여인은 미묘한 미소로 많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엷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그윽하게 나를 바라보는 여인.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녀를 보면 경계심이 풀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난 2010년 5월, 강사와 큐레이터를 병행하며 바쁘게 지내던 시절. 나는 지인들과 훌쩍 파리로 떠난 적이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난 <모나리자>는 여유 있는 미소를 보이며 방문객을 반겼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그랬겠지만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그림 속 여인을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기시감에 빠졌다. 그런 기시감은 동행했던 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한동안 <모나리자> 앞에서 할 말을 잊고 서로의 마음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모나리자와 밀회했다.

실물로 본 <모나리자>의 크기는 생각보다 작았다. 액자에 방탄유리가 끼워져 있고, 일정한 거리에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어 가까이서 그림을 감상할 수는 없었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이 명작을 1911년에 도난당했던 프랑스인들의 놀란 가슴을 달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먼 길을 달려온 이방인들에겐 낯설고 안타까운 풍경이었다.

박물관의 한 벽면에 <모나리자> 단 한 작품만 걸려있는데도 <모나리자>에서 내뿜는 기운은 큰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구 저 편에서 건너온 낯선 방문객의 마음을 안다는 듯, 모나리자는 일행이 자리를 뜰 때까지 편안한 미소로 우리를 대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3대 거장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는 오늘 날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3대 거장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는 오늘 날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모나리자의 ‘모나’는 이탈리아어로 유부녀에 대한 경칭이다. ‘리자’는 피렌체의 부유한 상인 조콘다의 부인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모나리자>는 조콘다 부인으로 24~27세 때의 초상이며 레오나드로가 그린 작품이라는 정리가 가장 보편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모나리자>를 조콘다 부인의 초상이라고 정리하기에는 의아한 점이 너무나 많다. 중세시대는 왕과 귀족의 초상 그리고 종교적 그림 외의 평민을 모델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시기에 레오나드로 다빈치가 평범한 상인의 부인을 모델로 세워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의문은 시작된다. 그래서 이 작품을 두고 르네상스의 대전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신의 시대에서 비로소 인간의 시대로 전환되는 르네상스의 출발을 알리는 붓질. 사람이 그림의 주제가 되는 거의 최초의 작품,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모나리자>에 붙은 의문부호를 일부라도 걷어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미심쩍은 부분은 많다. 평범한 상인의 부인을 그리기 위해 레오나드로 다빈치가 쏟은 노력이 심상치 않다. 레오나드로 다빈치는 모델인 리자를 꼼꼼히 살피고 관찰하여 그 모습을 세밀하게 화폭에 담고자 했다. 그가 리자에게서 얻고자 한 것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그녀의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레오나드로는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하여 악사와 광대를 불러 부인을 항상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인이 즐거워하는 사이, 부인도 모르게 떠오르는 정숙한 미소, 편안한 몸짓을 묘사하고자 했다. 어쩌면 그는 리자 부인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라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미소를 보기 위해 사람은 나도 모르게 광대가 되는 순간이 있다. 아무려면 어떠랴. 미소 짓게 할 누군가 있다는 것이, 가슴 뛰게 할 명작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것을.


<모나리자>에 숨겨진 비밀

   
 

세기의 작품,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모나리자>에는 알 듯 말 듯 한 미소처럼 많은 의문이 따라붙는다. 의문들은 ‘왜, 리자 부인인가’로 시작한다. 전기 작가 바사르는 이 그림은 완성되기까지 4년이 걸렸는데 여전히 미완성인 채 남아 있다고 말한다. 4년이나 그림을 그리고도 완성하지 못했던 다빈치는 리자 부인이 가진 오묘하고 신비한 감정을 더 세밀하게 그려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대체 왜? 이 부분에서 후대는 많은 염문설을 쏟아낸다.

<모나리자>에 관하여 호기심 많은 호사가들은 위치추적까지 감행해 리자 부인의 집안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집이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냈다. 어쩌면 레오나드로는 같은 고향에 살던 리자 부인을 오랫동안 짝사랑한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과 함께 <모나리자>가 그려질 당시 리자 부인이 임신 중이었을 거라는 사실까지 찾아낸다. 임신에 대한 단서는 리자 부인의 옷. 그림 속 리자 부인이 입고 있는 옷의 문양이 임신한 여자가 입던 특수한 레이스 문양이라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정점까지 오른다.

하지만 많은 추측 가운데 무엇 하나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우리는 이 매혹적인 그림을 통해 레오나드로가 리자 부인의 깊숙한 내면과 개인의 내면을 넘어 인간의 본질을 끄집어냈다는 데 동의할 뿐이다. 리자 부인의 초상을 보는 순간, 우리가 익숙하고 친근하며 자비로운 어머니를 만난 듯 한 느낌을 갖는 것은 레오나드로가 우리 의식의 내면에 자리한 인간 본질을 표현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나리자>를 따라다니는 또 다른 의문은 눈썹에서 시작한다. <모나리자> 속 리자 부인은 눈썹이 없다. 이번에도 수사대의 촉이 발동한다. 이마가 넓어야 미인으로 여겨지던 당시 여성들은 이마가 넓게 보이도록 일부러 눈썹을 뽑아버렸을 것이라는 추측과 그림을 그릴 당시 레오나드로가 모나리자의 눈썹까지 모두 완성했었지만 후대의 복원 과정에서 지워졌다는 추측까지 여러 가지 상상이 이어진다.

여기에 과학적 수사까지 동원된다. 2009년 프랑스 미술전문가가 240메가픽셀의 특수카메라를 이용하여 모나리자를 분석한 결과 이 그림은 3차원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유약으로 여러 겹 특수처리 했고 가장 바깥에 그려졌던 눈썹이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화학반응을 일으켜 사라지거나 떨어져 나간 것이라는 추측까지 더해졌다. 이러한 많은 추측에도 불구하고 그림 속 리자 부인의 눈썹 자리엔 답 대신 소문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모나리자>를 둘러싼 많은 수수께끼 가운데 가장 기묘한 수수께끼는 리자 부인이 여자가 아니라는 가설이다. 리자 부인은 날씬하고 가냘픈 당시의 미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어깨도 넓고 손도 크다. 그래서 사람들은 또 다른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리자 부인은 남자일 지도 모른다는 추측.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의견이 쏟아졌다. 그 중 가장 놀라운 추측은 <모나리자>는 여성이 아닌 레오나드로 자신의 자화상일 거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릴리언 슈바르츠는 컴퓨터로 모나리자와 레오나드로 다 빈치의 초상화를 조합을 해보니 모나리자의 얼굴과 다빈치의 얼굴 사이에 대칭구조를 밝혀내기도 해 이 가설에 힘을 실었다.

비록 숨겨진 비밀을 풀지 못하더라도 진정한 작품은 응시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설레고 두근댄다.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대한 작품의 기운으로 특히 <모나리자>의 온화하고 신비로운 미소는 인류의 내면을 심리 속에 감추고 있는 모성애와 여성성에 대한 동경이자 상상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마흔 이후에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살아온 삶의 흔적이 배어있는 얼굴은 각자의 삶을 담아내는 예술적 창조의 또 다른 모습이다.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삶과 그렇지 못한 인생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모나리자의 미소와 같이 우리의 빛나는 삶을 모습을 기대해 본다. 

   
 
백영주 한국영상대 초빙교수

갤러리봄 관장
디트뉴스24 독자위원
캐나다 험버컬리지 Art History 전공
한양대  대학원 미술학 박사 수료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