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홍보지로 전락... 시장업무추진비 감사원 적발에도 ‘모르쇠’

  -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사무국장

지역 언론에 대한 주민들의 무관심이 생각보다 깊다. 지역 언론의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역 주민들로부터 지역 언론의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 언론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뉴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급변하는 언론환경의 변화가 첫 번째 이유로 꼽히곤 한다. 미디어환경 변화에 지역 언론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디어 수용자인 국민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정보접근이 가능해 지면서 기존 미디어에 대한 의존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지역 소식 전하는 매체 찾기 힘들어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기사를 제공하지 못한 지역 언론 스스로의 책임도 뒤따른다. 최근 10년 동안 지역 언론은 일간지를 비롯해 인터넷 신문 등 우후죽순처럼 증가했다. 미디어 수용자 입장에서 보면 그 만큼 지역 정보를 접촉 할 매체가 증가했다는 것인데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다. 제대로 된 지역 소식을 접할 매체를 찾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더 많다. 정작 지역 주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지역 언론이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지역 언론이 지역 사회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우려가 좀 더 강하게 제기된다. 지역 언론의 본래 기능인 지역 사회에 대한 감시, 비판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특히 지역 언론 보도에서 시정 비판 보도가 사라지고 자치단체의 홍보지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가혹한 평가마저 나돈다.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이 같은 평가를 더욱 부추기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정 비판보도 사라지고 자치단체 홍보지 전락 평가

지난 23일 감사원 감사 결과 대전시의 전·현직 시장의 업무추진비가 부당 집행된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전시는 민선5기 출범 직후인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407회에 걸쳐 지출품의서의 집행용도를 허위로 기재하여 적게는 4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씩 실ㆍ국 시책업무추진비에서 2억215만원을 현금으로 마련하여 시장 업무추진비로 부당집행한 사실을 공개했다.

관련 공무원들은 시장이 사용할 자금을 업무추진비에서 현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인터넷 언론보도를 검색하여 마치 시장이 특정 사업을 위한 업무추진 용도로 사용할 것처럼 집행용도를 임의로 정한 후, 해당부서 소관 시책추진 업무추진비에서 시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지출품의서를 기안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시장 업무추진비 현금집행에 따른 영수증이나 집행내역서 등은 받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대전시가 전임 시장시절에도 이 같은 부당집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실ㆍ국의 시책주진과는 상관없이 시책업무추진비를 임의로 지출토록 한 후 778회에 걸쳐 3억6,915만원, 2007년 1월부터 2009년 말까지 472회에 걸쳐 업무추진비를 관리하는 해당과에 배정된 금액 중 2억2,100여만원을 시장이 사용할 현금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시는 더구나 이 기간 동안 사용된 업무추진비에 대해 최종 수요자의 영수증이나 현금전달자의 집행내역 등 회계 관련 증빙서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감사원 적발에도 지역언론들 모르쇠

그동안 의혹으로 제기됐던 전·현직 시장의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인데 어찌된 일인지 일부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의혹 수준이 아닌 명백한 불법 행위를 감사원이 적발했음에도 이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문제는 지역 언론이 간단하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대전시를 비롯해 각 자치단체는 지난 민선 5기 출범 이후 업무추진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매월 업무추진비 내역을 자치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 오고 있다. 대전시 역시 이 같은 업무추진비 공개에 앞장서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에는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로부터 업무추진비 공개를 성실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업무추진비 공개가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로 인해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동안 업무추진비 집행 대상과 금액, 증빙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용된 업무추진비의 상당부분이 공무원들을 통해 부당하게 현금화 됐고, 관련 증빙 서류 역시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임 시장인 박성효 현 의원과 염홍철 시장측은 업무추진비의 현금화가 오랜 관행이었다고만 밝히고 있다. 집행과정의 절차적 부정이 확인됐고, 이러 한 관행이 문제가 된다면 즉시 이를 시인하고 문제를 바로잡는 게 행정의 기본인데 오히려 이를 정당화 하려는 모습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특히 현재 감사원 감사 결과 이에 대한 책임을 담당 공무원 2명의 징계로 마무리 하려 하고 있다.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당사자는 전·현직 시장인데 그 책임을 담당 공무원에 돌리고 있다.

드러난 문제도 보도하지 못하는 지역 언론

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의 투명한 공개는 지방자치 출범이후 행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지표로 시민사회와 언론이 집중적으로 다루어 왔던 사안이다. 그동안 자치단체장 및 기관, 의회의 업무추진비의 부당 전용과 선심성 사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언론 역시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해마다 자치단체장 및 기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감시, 비판해왔다.

사안의 경중을 따져 실제 보도하느냐 마느냐는 언론사의 책임일 수 있다. 그러나 주민의 혈세를 자신의 쌈짓돈처럼 부당하게 현금화 해 사용하는 자치단체장의 잘못된 관행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부 지역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지역 독자라면 어떻게 평가할까. 가뜩이나 지역 언론 보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지역 사회에 대한 감시, 비판 기능마저 스스로 포기한다면?

드러난 문제도 보도하지 못하는 지역 언론의 모습을 바라보는 독자의 심정도 한번쯤 헤아려 주는 지역 언론이 있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