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영관 전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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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상임이사

‘대전 사람’ 이란 의미를 알랑가 몰라

대전 사람.

아마도 대전 사람이란 사전적 뜻풀이는 대전에서 태어나 자라고 현재도 대전에 거주하는 자라는 지극히 원론적 의미겠으나, 지금이 어느 세상인가.

하여 대전에서 태어나긴 하였으나 출향하여 타향에 정착해 살긴 하지만 대전을 고향으로 삼는 사람도, 타향에서 태어났지만 대전으로 이주하여 주민등록을 하고 사는 사람도, 성장과는 아무 관계없지만 대전에 사는 사람과의 인연으로 대전에 주소지를 두고 생활하는 사람들도 대전 사람일 것이다. 이것저것 논할 것 없이 대전이 고향이거나 대전에서 성장기를 보낸 사람, 대전이 원적지인 모든 사람들이 대전 사람이다.

논점은 대전 사람의 유무가 아니라 대전의 역사가 길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영호남의 본향이랄 수 있는 대구와 광주, 고색창연하고 우아하기까지 한 달구벌과 빛고을에 필적 할 수 있는 대전(한밭)은 일제 강점기의 “민나 도루부 데쓰!”(모두 다 도둑놈들이다!)를 뱉어내린 공주 갑부의 한밭 땅 대량 매입이 그 출발점이다.

주인 의식 없는 대전, 대전을 떠나야 잘된다는 ‘자학’

물론 당시의 유서 깊은 진잠과 회덕은 예외이지만, 어둡고 암울한 그 시기에 재한(在韓)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얕보며 쏟아낸 당시의 유행어가 원죄인가?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바로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40대~60대)의 소주잔 담론은 ‘어른 없는 대전’ ‘주인의식 없는 대전’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저미는 것은 ‘대전을 떠나야 잘 된다’는 자기 모순적 자괴감의 토로가 난무하다는 것이다.

삼남을 가르는 남한의 핵심 거점 대전역과 함께 출발한 한밭의 역사도 108년을 맞았다. 110세 장수 대전이 내일 모레인데, 대전 사람임을 자탄하기에 이르는 단초를 제공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차단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마침내 떨쳐야 할 수치스런, 대전의 ‘자학적 DNA’를 누가 끊어내고 감당해야 할 것인가?

대전 외면하는 출향 인사는 훈수도 말라

감히 제언한다.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이제까지 대전사(史)의 대전의 주요 메이저 리그를 휩쓸다가 어느 날 문득 썰물처럼 빠져나가 외면하고 돌아선 분들은 아예 끼지도 훈수도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대전의 온갖 자양분을 토대로 명예와 부를 축적하고도 대전을 중간역 쯤으로 간과하고 출향 명사 행세만 하는 분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더는, 대전 땅에 자폐적 냉소주의와 무색무취한 회색의 유전자가 퍼지는 것도 번지는 것도 막아내야 한다.

대전 떠날 채비하는 분들도 더 이상 대전 ‘간보기’ 말라

덧붙여 모든 걸 채우고 떠날 채비를 하는 분들도 더 이상 대전 ‘간보기’를 시험하려 하지 말고 조용하게 떠나가면 그뿐이다. 대전은 간이역도 아니고 기회주의자들의 해방구도 아니다.

순수혈통 대전 사람을 고집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아프더라도,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을 정도의 무게로 대전을 품은 99%의 보통 대전 사람들에게 “대전을 떠났더라면” 하는 자학적 회한을 되새김질시켜야 되겠는가?

묵묵하게 대전을 지켜내는 사람들에게 그 다음을 담당해야 할 차세대 대전 사람들에게 적어도 그 오염의 악취를 대물림해서야 되겠는가?

대전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자긍과 자부의 도시 대전! 그 대전의 풍토와 토양을 누가 직조해 나갈 것인가? 너, 나, 아니 당신? 대전 사람이다. 대전 사람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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