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출산 한 달 앞둔 20대 가장 병원비 4000만원 ‘막막’
"장모님은 저를 낳아 준 친엄마와 다름없습니다. 제 간을 이식받은 장모님이 반드시 깨어나 예전의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내의 출산을 1개월여 앞둔 20대 가장이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은 50대 장모에게 간을 이식해 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식 수술을 마친 김 씨와 장모 이 씨의 수술비와 병원비 4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아내의 출산을 1개월여 앞둔 김대호씨가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은 50대 장모에게 간을 이식해 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
대전시 대덕구 중리동에 사는 김대호(26)씨는 지난 15일 경기도 일산시 국립암센터에서 9시간의 대수술 끝에 자신의 간 70%가량을 장모 이수분(56)씨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장모 이 씨는 지난해 초 지역의 한 병원에서 '간경화 초기'란 진단을 받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이 씨는 약물치료를 하며 생활해 왔지만 지난 13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국립암센터로 이송됐고, 의료진으로부터 "간 이식수술을 받아야 살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장애인 남편과 미혼의 딸 1명, 결혼한 딸 부부가 전부인 이 씨 가족은 이때부터 고민에 빠졌다. 간을 기증할 사람을 찾기 어려운 데다 혈액형과 조직이 100% 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간 이식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고아된 김 씨에 딸 내 준 장모 사랑 깊어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위 김 씨는 자신의 간을 장모에게 떼어 주기로 결심했고, 각종 검사를 거쳐 "이식수술에 적합하다"는 진단 후 간을 기증하게 됐다.
그가 장모에게 간을 선뜻 기증한 것은 자신에 대한 장모의 사랑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고교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입대를 앞두고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졸지에 고아가 된 김 씨는 현재 처가가 있는 대전시 서구 임대아파트 같은 동에 살다가 장모의 눈에 띄어 사위가 됐다.
믿고 의지했던 할머니와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 혼자가 됐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김 씨의 됨됨이를 눈여겨 본 장모가 소중하게 키워 온 예쁜 딸을 내어준 것이다.
아내가 출산을 1개월여 앞둔 만삭인 김씨는 "장모님이 손주 보기를 그토록 기대했는데, 빨리 완쾌해 손주와 놀아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간 이식 수술을 마친 김 씨는 현재 의식을 회복하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마음은 무거운 쇳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듯 무겁기만 하다.
교회 중심으로 “장한 사위 돕자” 모금운동
장모에게 간 이식을 해준 김대호 씨와 장모의 수술은 잘 끝났지만 4000만원에 달하는 수술비와 치료비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
장모 수술비와 치료비가 4000만 원에 달하지만 이를 마련할 방안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장인은 한쪽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2급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끌어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처가의 수입이래야 기초생활수급자 지정돼 받는 월 50만원이 고작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자신과 아내의 월수입이 200여만 원에 그쳐 장모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대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일단 은행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고 동사무소에서 5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아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김 씨 가족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김 씨 부부와 장모가 다니는 교회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김 씨의 한 이웃은 "가정의 달을 맞아 사위의 장모 사랑이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며 "장모가 빨리 완쾌될 수 있도록 각계의 손길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010-4913-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