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의 국회의장 박병석 부의장은 뭐하고 있나?

  정용길 충남대교수  
정용길 충남대교수

올해 추경예산에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300억이 반영되었다. 그러나 ‘부지매입비는 유관기관과 협의하여 조속히 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부대조건을 달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전시와 새누리당은 일단 예산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과학벨트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이 독소조항으로 인해 대전시의 분담금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고, 이로 인해 과학벨트 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정부가 너무 나서지 말라”며 사실상 과학벨트 사업에 대해 제동을 건 이후 정부와 여당에서 부정적인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부지매입비를 정부가 전액 부담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으며, 기획재정부에서도 부지매입비의 50%는 대전시가 분담하라는 언급이 있었다.

‘약속과 신뢰’의 박근혜와 배치되는 과학벨트 처리

새누리당의 대변인은 “기초과학연구원의 부지매입비, 국비 전액 부담 주장은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무리한 요구"라는 황당한 논평을 내기도 하였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과학벨트의 차질 없는 건설”이라는 공약을 뒤집는 것으로 ‘약속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박 대통령의 이미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벨트의 정상적 추진에 대해 부정적 언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대통령의 공약사업이고,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지방정부의 대응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고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당한 요구에 대해 염홍철 대전 시장과 지역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은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대통령과 정부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였다.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이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른 논리를 전개하고 있지만 이 문제의 본질과 해법에 대해 몇 가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 사업은 대전이라는 공간에서 시행되는 국책사업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대전시의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 시장은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한 번도 강하게 반박한 적이 없으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지역 정치권과 공동보조도 취하지 않았다.

대전시장이 뒤로 빠지고 눈치나 보면 누가 나서나?

오히려 얼마 전에는 KDI가 과학벨트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면서 기초과학연구원 면적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사업기간을 연장한데 대해 "사업의 공간적 축소이지 본질적 기능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는 매우 너그러운 평가를 하여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충청권 민관정협의체’를 만들어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나서도 대전시장은 본인이 먼저 나설 일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협의체 구성을 먼저 제기한 곳이 정치권이고,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있는데 대전 시장이 주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너무 소극적이고 무책임하다. 지역의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충청지역 4대 광역 시도지사가 힘을 모으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지만 이를 주도해야 하는 것은 대전시의 역할이고 책무이다. 대전시장이 뒤로 빠지고 대통령의 눈치나 보는 상황에서 어떤 시도지사가 앞에 나서겠는가?

다음으로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다. 과학벨트는 대전의 미래 먹거리와 국가의 성장 동력에 직결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여야를 불문하고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건 사업이고, 정권을 잡은 정당인 새누리당이 훨씬 큰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몸을 사리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지역의 민심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강창의 국회의장 박병석 부의장은 뭐하고 있나?

충청 지역에는 국회의장과 부의장이 있고, 6선의 국회의원도 두 명이나 있다. 그런데 이들이 과연 지역의 현안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전혀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 서열 2위’와 ‘국회 부의장’이라는 감투가 개인의 영광을 높이는 액세서리에 불과할 뿐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다면 이는 지역민에 대한 커다란 배신행위이다. 6선 국회의원이라는 명예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요구하는지 진지한 자기성찰도 필요하다.

지금은 민·관·정이 하나가 되어 결집된 힘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풀어가려는 대전 시장과 지역 정치인들의 결연한 의지와 적극적 역할이다. 지금은 누가 민관정 협의체의 주체가 되느냐를 갖고 에너지를 낭비할 때가 아니다.

대전시장은 부당한 처사에 저항 단식 농성이라도 해야

대전시장은 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저항하기 위해 단식 농성이라도 해야 한다. 정부와의 협상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관(官)’과 ‘정(政)’의 이러한 노력이 전제되었을 때 지역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동참이 이루어질 것이며, 지역민들의 결집된 힘이 과학벨트의 정상적 추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 이상 충청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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