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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을 두고 논란이 크다. 사이버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국정원이 공공은 물론이고 민간영역까지 감시할 수 있게 하자는 게 골자다. 사이버민간사찰법이다는 비판에 대해 입법을 추진하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원이 불법으로 국민의 컴퓨터를 들여다보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합법화가 뭐가 문제냐고 한다. 갑천의 바비큐장 시설이 이런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다.

하천 수질 보전 앞장서야 할 정부가 거꾸로..

대전시가 하천에서 취사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를 관리할 목적으로 하천제방에 바비큐장을 만든다 한다. 이 정도면 위민행정이 참 많이 나갔구나 싶으면서도 하천에서의 취사행위를 자칫 촉진할 수도 있는 일을 지방정부가 세금을 써서 하겠다니 참으로 이상하게 들렸다.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줄여 수질보전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거꾸로 하니 말이다.

대전의 3대 하천은 유역인구도 많고 하천 이용자와 시설도 많아서 오염관리가 매우 까다로운 하천이다. 금강 수계에서는 중하류지역 수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갑천이 으뜸으로 꼽힌다. 150만 대전시민이 먹고 버린 생활하수와 산업폐수가 하수처리를 고도화했다 하지만 금강의 입장에선 악성코드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하천에 지방정부 제공 바비큐장이라니?

대전시는 하천제방 위라 괜찮다 강변할지 모르나 하천의 오염원을 증가시킬 것은 불문가지다. 한 발 더 나가보면 하천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싶은 소수 시민의 쾌락을 위해 시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셈이다. 대전시는 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미 있는 문화를 양성화하는 차원이라고. 같다 붙이지 마시라. 부족한 세수를 확충하는 차원의 지하경제 양성화도 아니고 시설사용에 따른 오염유발부담금조차 받을 수 없는 것이 대전시가 만들겠다는 하천 바비큐장일 터이다.

시설규모를 보았을 때 바비큐장을 만드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겠고 용인 고가경전철처럼 대전시를 빚더미에 올라앉게 할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소수가 다수 시민의 눈치를 봐가며 하던 일(하천에서 고기를 구워먹거나 취사하는 행위는 산에서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제한하는 일)이 떳떳한 일이 됐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하천에서 고기 구워먹는 일을 어찌 계도할 것이며, 그렇게 오염원이 급속하게 늘어나면 반드시 증가하게 될 사후관리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3대 하천에서 오염부하가 조금 늘어나더라도 물은 저절로 금강으로 흘러갈테니 대전시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인가? 아니면 지지자들이 좋아하고 그게 다 표로 연결될 것이니 좋은 게 좋은 거란 말인가? 시민과 국가를 대신해 공익을 구현해야 할 지방행정이 이렇게 사사롭고 무책임해도 괜찮은지 의문이다. 하천에서 골프 연습하는 시민이 많은 데 골프장은 왜 안 만들어 주냐 하면 뭐라 하겠는가? 국가하천 관리를 지방정부가 이렇게 하니 중앙정부가 일괄 회수하였다가 4대강 사업 같은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왜 하필 지금 하천 바비큐장을? 임기말 선심행정이..

3대 하천 바비큐장 설치가 어떤 이의 생각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부가 추진하면 공공정책, 공공사업이다. 사사로운 욕구를 배제한, 공공성 구현이 가장 먼저여야 한다는 말이다. 하천행정에서 공공성이라면 바로 하천생태계와 환경, 수질관리 차원의 접근이 첫 번째요 두 번째가 시민의 쾌적한 하천이용에 관한 것일 터이다. 그 다음 정도가 다양한 하천 이용자의 욕구에 따른 시설공급일 것이다. 하천에 쉼터용 그늘막을 만들어주거나 체육시설,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들 말이다. 정책의 우선순위나 환경적, 문화적 영향을 고려할 때 바비큐장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란 결론은 그리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나온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대전시는 갑천에 바비큐장을 만들려고 할까? 민선5기 들어 하천에서 고기 구워 먹는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난 것도 아니고, 바비큐장 민원이 폭주할 리도 없는데 말이다. 게다가 4대강 사업으로 금강의 수질관리에 전보다 더 급한 빨간 불이 들어와 대전시와 충남, 충북의 환경행정이 함께 머리를 싸매야 할 상황이란 말이다. 표심을 향한 어설픈 임기 말 선심행정이 3대 하천은 물론 금강의 수질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지 않다.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바비큐장이 꼭 필요하다면 산 아래 오토캠핑장이나 마을 단위 주민들이 주로 모여서 노는 곳에 만들어주면 될 일이다. 도시의 바람길이자 탁 트인 하천에서 고기를 굽는 행위와 그 냄새, 3대 하천을 산책하고 달리는 시민이나 주변지역 주민들은 결코 좋아하는 일도, 냄새도 아니다.

공원 도로에서 담배도 못피우게 하는 마당인데

요즘은 공원이나 정류장 등 다중이 모이는 곳에서는 담배도 못 피우게 하는 시대가 아니던가? 보행자도로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타인의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연하게 하자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고 적잖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게 시민들의 문화적 수준이다.

도시가 활력 있고 생산성이 높아지도록 시민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물론 좋다. 그러나 안팎을 구분 못하고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며 마침내는 불필요한 비용을 시민에게 부담시킬 일을 공공행정이 앞장서서 하지는 말자. 게다가 세금을 쓰는 일이라면 훨씬 더 신중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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