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특집]국내 언어치료 선구자 역할..'현실과 비전'

나사렛대 언어치료학과 김수진 교수는 장애를 가진 큰 아들 때문에 학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나사렛대 언어치료학과 김수진 교수는 장애를 가진 큰 아들 때문에 학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12년 째 나사렛대학교에서 언어치료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수진(49) 교수. 그가 학계에 들어와 교직 생활을 시작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고려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27살에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아들의 뇌성마비 판정은 그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3년 여 동안 미국 생활을 한뒤 귀국했지만 국내에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러면서 ‘내가 직접 이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당시만 해도 대학에 언어치료 관련 학과나 학부가 없던 시절이었다. 1995년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6년여 만인 2001년 2월 이화여대에서 언어병리학 박사학위(1기)를 받았다. 처음으로 언어치료사가 된다.

뇌성마비 아들 계기로 치료분야 연구 시작..이화여대서 국내 첫 박사 학위

스무 살이 넘은 아들은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주간 보호센터’를 다니고, 장애 없이 자란 둘째 아들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청년으로 자랐다. 둘째 아들은 어릴 때부터 장애를 가진 형을 잘 따랐고, 지금도 사귄 여자 친구를 제일 먼저 소개시켜 줄 정도로 우애가 돈독하다.

김 교수는 “동료 교수가 저더러 ‘형이 장애인이라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동생이라면 뭐 하러 키우나’는 말을 하더군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둘째는 전혀 형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어요. 어릴 때 소원은 형이 빨리 낫는 거였고, 그 다음이 통일일 정도였으니까요”라고 했다.   

이어 그가 연구하는 학문인 ‘언어장애와 치료’와 관련해 얘기를 들어봤다.

김 교수는 “말이 늦은 아이가 모두 언어장애를 갖진 않지만, 이 중 15%는 언어장애로 판별 됩니다”면서 “아이들마다 걷는 시기가 다르고 빨리 달리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가 있는 것처럼 말도 하나의 운동능력이면서 지적능력의 집약”이라고 밝혔다.

"말 늦는다고 모두 장애는 아니지만, 늦어지면 전문가 상담 구해야"

그는 “첫 돌 무렵인 10개월에서 14개월에 아이가 ‘엄마’, ‘아빠’를 반복적으로 부르는데, 첫 낱말이 이 시기에 나타나는 게 정상”이라며 “20개월에서 24개월이면 낱말이 보통 50개 정도 되는데요. 두 돌이 지나도록 안되면 늦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낱말을 산출하기 이전에도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하는 말을 일부 이해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종합병원이나 치료센터를 찾아 언어진단이나 전문가 상담을 구해야 합니다”고 조언했다.

"언어치료사 비전 밝은 대신 공부도 어려워..학생들에게 혹독한 편"

  김 교수는  
김 교수는 "언어치료 분야는 비전이 밝은 확실한 미래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어치료사의 비전에 대해서는 “전공자들 진출 분야는 크게 학교와 복지관, 사설센터, 병원, 교육계 등인데요. 사람들이 삶의 질이나 복지를 추구하는 한 줄어들 수 없는 분야에요. 확실한 미래 사업이 될 것이고, 성장 가능성이 무한정입니다. 분명 확대될 거라고 믿습니다”라고 밝혔다.

학생들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저는 학생들에게 ‘너희가 만날 치료대상은 내 아들이고, 부모는 나’라고 가르쳐요. 저도 아들을 치료하는 치료사를 잘 만나면 행복했거든요. 학생들한테는 ‘너희는 그런 귀한 사람’이라고 해요. 그런 사람들이 되게 하려다 보니 혹독한 편이죠.”(웃음)

끝으로 “4년 동안 담금질을 통해 사회에 나간다면 분명 발전하고 성장해 있을 겁니다. 저는 그 첫 돌을 놓았다고 봐요. 학생들이 학문적 흥미를 보이고, 달려드는 걸 보면 큰 기쁨이에요. 반대로 저에게 그 과정은 힘듭니다. 그래서 제 꿈은 이 힘든 일을 얼른 마치고 후학들이 저보다 더 독하게 치료사를 양성하고, 더 좋은 치료사가 되는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길 바랄뿐”이라고 웃으며 인터뷰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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