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기자칼럼] 만나고 싶은 민원인만 선별, 특별교부금 선물로 환심

지난해 대선으로 뜸했던 금요민원실이 올해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염홍철 시장이 민원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들으면서 해결을 함께 도모하는 자리다. 올해 초 충남도청 이전으로 공동화를 우려하는 원도심 상인들과 금요민원실을 시작으로 4차례나 열렸다. 대전시는 앞으로 월 2회의 금요민원실을 가질 계획이다.

염 시장은 2010년 8월 정례기자회견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 문제를 풀어나가는 소통창구인 금요민원실을 부활하겠다” 며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대화하고 함께 고민하면 풀어갈 수 있어 시민들이 이 창구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밝혔다.

금요민원실을 민선 3기 염시장 시절에도 있었다. 민선5기인 지금 그때와 다른 점은 과거엔 시장이 참석하거나 또는 실국장만이 나섰던 금요민원실에서 시장이 직접 달려간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해 횟수는 줄었지만 시장이 직접 챙기는 '내실있는 민원실'이란 것이다.

   
지난달 3월 29일 동구 산내 소호동 주민을 만난 염홍철 대전시장, 염 시장은 주민들에게 도로 긴급보수와 여름철 쉼터 조성에 특별교부금 우선지원을 약속했다.

고질적 민원 걸러내고 염 시장 낯이나 세우는 행사로 전락

그러나 시민들이 염 시장 말처럼 이 창구를 적극 이용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대전시에 따르면 금요민원실 선정은 인터넷 접수 및 자치구에서 신청 받은 민원 중에 선정한다고 한다. 실국장 선에서 해결되는 민원은 제외된다. 또한 법적으로 얽혀있거나 반대급부를 노리는 면담, 해결이 어려운 고질적인 민원도 걸러진다. 구청과 관련된 사안이지만 구재정으로 어렵고 시에서 해결 가능한 민원사안을 선별해 염 시장이 현장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월요일 지방신문에 나오는 금요민원실은 이미 해결된 사안으로 염 시장이 방문해 예산지원을 주민들에게 약속하며 박수나 받고 오는 자리로 바뀐 셈이다. 껄끄럽고 어려운 민원현장은 사전에 걸러지고 ‘시장 낯 세우기 좋은’ 민원들만 선정되는 것 같다.

이런 식의 금요민원실이라면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표밭 다지기’라는 오해를 살 만 하다. 지원할 곳은 마땅히 지원해야 하지만 시장이 금요민원실 타이틀로 현금을 들고 찾아가는 선거운동으로 보기 딱좋다.

지난 2월 판암동 소정이 마을 방문해 여름철 쉼터 조성을 약속했고 3월에는 유성구 안산동 경로당 리모델링 및 진입로 개선에 5,000만원의 특별교부금 선물을 안겼다.

   
지난달 11일 염 시장을 면담하려다 엘리베이터 안에 패대기 쳐져 119에 실려가는 도안신도시 2단계 추진위 주민.

듣기 싫은 시민 소리는 패대기치면서

주민들에게 해결된 사안을 갖고 시장이 선물 안기 듯 선심을 베푸는 금요민원실이 과연 염 시장의 소통행정인지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박수나 받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것이 무슨 소통행정인가.

진정한 소통은 서로 상반된 견해를 지닌 주민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 대화하는 것 아닌가 한다. 진정 주민의 요구를 들어주기 힘든 문제라면 단호하게  ‘No’라고 말하면서 설득할 용기도 있어야 한다. 염 시장이 골치아픈 민원현장에 자청해서 찾아가 가본 적이 몇 번인지, 아니 그런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골치아픈 현장은 부하 공무원들에게 떠밀고 시장 자신은 자기 낯을 낼 수 있는 '즐거운 현장'만 찾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대전시가 내놓은 금요민원현장을 보면 하나같이 시장이 인심 쓰고 격려하는 내용들이다. 시장이 차기시장 출마를 공표한 것은 아니지만, 만일 출마한다면 이런 이런 사진들은 금요민원실을 빙자한 '선거운동의 현장'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 법적으로야 적법한 '현장행정'일 테지만 이런식의 민원실은 누가 봐도 선거용이다. 그가 또 선거에 나온다면 말이다.

시장이 진정 금요민원실을 통해 만나야 할 사람들은 많다. 지난달 11일 도안신도시2단계 추진위 주민들이 시장 면담을 위해 시청을 찾았다가 엘리베이터 안에 패대기 쳐지는 봉변을 당했다. 주민들은 염 시장이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도안신도시 2단계 공영개발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안 된다고 하니 황당해서 시장에게 찾아갔다고 한다. 시장에게 다시 확인하겠다며 비서실에 면담 일정이나 잡아달라고 했지만 10층 시장실 출입구는 꼭꼭 걸어 잠갔다.

염 시장은 도시철도 노선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덕구 주민을 만난 적이 있는가? 재개발 사업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 중구의 은행동, 대흥동 주민들을 마주한 적이 있는가? 시장은 이제라도 이런 사람들을 제대로 만나보길 바란다. 

사진으로 보는 염홍철 대전시장의 지난 1년간의 금요민원실 활동

   
2012년 1월 14일 염 시장은 설맞이 특별근무현장 방문, 도로관리소, 서부소방서, 한국전력공사 전력급전소를 방문했다. 이날 염 시장은 현장 근무자들의 근무여건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위문 격려해 박수를 받았다.
   
2012년 2월 13일 충남대 정심화회관 대덕홀에서 지역 12개 대학 학생대표와 만나는 염홍철 대전시장. 이날 염 시장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완화를 위해 추경에 1억 5천만원을 반영 대학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을 하는 한편, 대학창업 500프로젝트 확대 추진, 대학별 맞춤형 취업박람회 개최 지원 등을 약속했다.
   
2012년 2월 20일 대전 하나센터에서 대전 거주 북한 탈북주민과 대화를 나누는 염홍철 대전시장. 염 시장은 주정차 단속요원 및 환경사원의 신규채용과 자격취득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 신설 운영, 대학생 교재비 및 검정고시 학원비 확대지원 등을 약속했다.
   
2012년 3월 12일, 유성 자운대를 방문한 염홍철 대전시장, 자운대 시내버스 운행노선 재포장, 방범용 CCTV 설치 등을 약속했다.
   
2012년 4월 17일, 대전원도심문화예술인 연대를 방문한 염 시장은 "예술창작 활동을 적극 지원해 원도심을 살맛나는 도시로 조성하겠다" 며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50억 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2012년 7월 6일, ‘LIG손해보험 콜센터’방문한 염 시장은 안정적인 인력충원, 보육시설의 확충 등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012년 8월 31일 동구 마산동, 가양2동 신도시장 등을 차례로 방문한 염 시장은 긴급한 정비 사업비 2억 8천만 원을 우선 지원키로 약속했다.
   
2013년 1월 29일 옛 충남도청서서 원도심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염홍철 대전시장. 
   
2013년 1월 22일, 유성구 안산1통 경로당을 방문해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염 시장은 경로당 리모델링과 안산산성 진입로 정비 등에 특별교부금 5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2013년 3월 8일 옥계동 자율방범대를 방문한 염홍철 대전시장은 자율방범대의 제도개선 및 사무실 및 사기진작 등의 근무환경과 건의사항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또한 시 연합회 구성, 방범초소 개선 및 장비구입 지원 약속을 했다.
   
2013년 3월 29일 동구 판암동 소정이 마을을 방문한 염 시장 도로 긴급 보수와 마을주민 전체가 이용하는 여름철 쉼터조성 등을 위해 특별교부금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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