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의 성이야기]‘

고된 시집살이와 가부장적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우리네 여인들의 삶은 곤고(困苦)했다. 하지만 여성들이 마냥 주눅 든 채로 한평생을 살아간 것은 아니었다. 잘못된 인습에 맞서거나 아니면 도망을 치거나 그도 아니면 자살이라도 해서 잘못된 관습에 저항했다.

민요를 통해 볼 때 여성들이 잘못된 관습에 저항하는 형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집안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나마 싸워서 잘못을 고치는 당찬 여인들의 경우가 그 하나요, 견디다 못해 집을 떠나는 비교적 흔한 경우가 둘째요, 그도 저도 못해 그만 제 목숨을 끊음으로써 저항했던 경우이다. ‘맞서기형'의 대표적인 민요는 <양가매(가마솥) 깬 이야기>이다.

참깨 닷말 볶으다가 양동우도 깨었구나
들깨 닷말 볶으다가 양가매도
깨었구나
시아버니 하시는 말씀 아강아강 며늘아강
너의 집에 가 쇠비연장 팔아 갖고 양가매도 물어오니라
(중략)
이내
머리 땋던 머리 아홉 가닥에 땋은 머리
시가닥에 모들쳤으니 처음처럼 해여 주면
양동우도 물어 오리다 양가매도 물어 오리다

전라도 보성지방에 내려오는 이 노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집간 새댁이 깨를 많이 볶다가 불이 과했는지 가마솥이 깨져 버렸다. 그랬더니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그걸 물어내라고 하는 것이었다. 며느리는 마당에 자리를 펴고 시부모를 앉혀 놓고 일장 연설을 한다. 혼인을 해서 당신 아들이 내 몸을 허물어(시가닥에 모들쳤으니) 놓았으니 몸을 원래대로 해주면 깨진 솥단지 값을 물어내겠다고. 시어미의 못된 처사에 혼인도 작파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로 맞서 이긴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당찬 여인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참다 참다 더는 견딜 수 없으며 가출을 했던 것이다. 집을 떠난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절로 들어가 머리를 깎고 여승이 되거나, 타향으로 흘러 들어가 몸을 팔고, 품을 팔아 연명하는 방법이었다. 친정에서도 받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잡살이 고통 중 잔혹한 것은 바로 배고품이었다. 양식이 부족한 터라 집안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면서도 여인들은 부엌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눈칫밥을 먹었는데, 대개는 죽으로 허기를 때우는 형편이었다.

팥죽 쒀서 웃국 뜨고 콩죽 쒀서 웃국 떠서
선반 우에 밀쳐놓고 그 죽을 먹으라요
그나따나 먹을라 하니
이웃집 할머니가 그 죽먹고 니 살겄나
깎고 깍고 머리 깎고 씬중놀이나(중노릇이나) 니 가거라

시집살이 보다 더 서러운 것은 남편의 외도였다. 들일에 집안일에 소처럼 부려먹고, 온갖 타박과 구박을 받으면서도 남편 하나 믿고 의지하는 여성에게 남편의 외도는 여성을 고립무원의 지경으로 몰아넣는 것이었다. 1970년대 대학가에서 널리 불려졌던 운동권 가요인 ‘진주낭군가'는 바로 남편의 외도를 참지 못해 목숨을 끊어버리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아가아가 며늘아가 진주낭군 볼라거든
건네방으로 건네가라 건네방에 건너가니
오색가지 상을
놓고 기생첩을 옆에 끼고 본치만치 허네
아랫방에 내려와서 만리강산 유서 써놓고 명지베 석자로 목을 매어 죽었다네

요즘이야 아내의 눈치를 보는 세상이지만, 옛날에는 같은 여성인 시어머니가 아들의 외도를 부추길 정도로 남성 천국이었다. 더구나 감히 시샘하거나 질투조차 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민요의 내용처럼 법도 있는 양반가에서 조차 기생첩을 불러다가 진탕한 잔치를 벌여도, 며느리만 구박했던 것이다.

하지만 산업화와 핵가족화로 여성들의 권위가 신장되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여성들의 성의식도 적극화되고 있다. 잠자리에서 다양한 체위를 요구하는가 하면, 연하의 애인 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따라서 남성 수난(?)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 원인은 시대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도 못하면서 오히려 약해지고 있는 남성들의 무기력 때문이다.

세지는 여성, 약해지는 남성시대의 난관(?)을 헤쳐나가는 지혜는 건강한 신체에서 비롯되는 성능력이다. 옛날 여인들이 신세를 한탄하며 불렀던 민요를 남성들이 따라 하지 않으려면 강한 남성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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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서울 강남 퍼스트비뇨기과 원장. 1961년생. 비뇨기과 전문의. 한국 남성의학 연구소 소장. 대한 비뇨기과학회 정회원. 대한 남성과학회 정회원. 대한 비뇨기과 개원의협의회 정회원. ISSM (세계 성의학회) 정회원. 대한의사협회 정회원.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제22.23대 이사.02-546-9115.drkim@firstclinic.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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