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종남]외국 수출하자고 시민안전 뒷전 두나?

  김종남 전 환경운동연합사무총장  
김종남 전 환경운동연합사무총장

핵연료 생산 2배 늘리는 한국원자력연료

한국원자력연구원내에 위치한 한전원자력연료가 핵연료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리는 공장증설을 밀어붙일 모양이다. 늘어나는 원자력발전소와 해외수출 물량에 대기 위해서란다. 2012년 말 현재 1, 2공장에서 연간 600톤-U의 핵연료를 생산하고 있는 한전원자력연료는 한전이 UAE에 400억원 가량의 원전 4기를 수출하기로 하면서 2017년까지 UAE 원전에 핵연료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한전원자력연료가 위치한 구즉동, 관평동 주민들은 공장 증설에 반대한다. 방사능 관련 사고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전원자력연료 측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기체상태로 우라늄 원료를 들여와 고체로 재변환, 성형과정을 거쳐 핵연료를 만드는 과정은 핵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방사능 오염 위험은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말대로만 된다면 원자력발전소나 핵 관련시설이 세계적으로 왜 그렇게 문제가 되겠는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원자력연구원에는 하나로원자로가 가동중이며 크고 작은 방사능 누출사고가 꾸준히 발생했다. 또한, 하나로원자로를 비롯한 한전원자력연료,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대전분소 등에는 146만2천리터(200리터 들이 3만 드럼 이상)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약간의 고준위 폐기물, 사용후 핵연료가 저장돼 있다. 이들 시설이 구즉, 관평 집단주거지역으로부터 반경 3km이내에 위치해 있는 상황이다. 불안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교훈 얻지 못하는 한국

한전원자력연료의 생산시설 확장근거는 국내와 해외의 원전건설 계획이다. 후쿠시마 핵 사고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몇 안되는 원전확장국가 중 하나인 한국은 세계원전강국을 향한 공격적 목표와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하고 있다. 원전 건설능력과 핵연료 생산 모두 세계 3위를 지향하고 있단다. 동남아와 중국 등 저개발국가에 80기의 원전을 수출할 계획도 세웠다. 이러한 공격적 원전정책의 결과 원자력연료의 생산시설 증설계획이 가시화된 것이다.

2012년말 현재 우리나라엔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5기의 원전이 건설 중에 있다. 현재의 생산시설로 국내원전용 핵연료는 공급이 가능하다 한다.

또, 이명박정부가 원전르네상스를 외치며 2030년까지 16기의 원전증설계획을 밀어붙였지만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에 추가로 건설하려던 원전 6기(840만kW) 건설계획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다행히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수준에서라면 원전연료의 시설확장은 안해도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해외수출이다. 한국형 원자로를 수출했으니 연료도 당연히 우리 것이 쓰이게 되고, 이것은 대덕원자력단지 인근 주민들의 방사능 위험 증가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대전시민과 상의 없이 진행되는 원전 증대

불행한 것은 이러한 사업 결정이 대전시민과 아무런 상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시민안전의 관점에서 대전시의 충분한 의견개진도 없었던 것 같다. 대전은 152만명의 시민이 살고 있는 광역도시다. 단 한 번의 방사능 누출사고로도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즉각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여건임에도 지식경제부와 한전, 그리고 대전시는 시설확장과 관련하여 시민들과 지역사회에 어떠한 정보도, 설명도 제공하지 않았다. 지역사회와 주민의 의견 청취는커녕 쉬쉬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원전연료 진입도로 개설사업 때도 생산량 증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한다. 원전연료 출입차량의 원활한 이동과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쯤되면 대전시민의 안전은 정부도 대전시도 나 몰라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원전산업의 확장을 위해, 원자력계의 이익실현을 위해 현재는 물론 미래 대전시민의 생명과 안전은 무시된 것이다. 대전시는 대덕원자력시설의 안전성과 시민대응체제를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고자 원자력안전시민협의회를 운영해왔지만 정작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 정책협의도, 정보공유도, 올바른 정책결정을 위한 시민참여에 대해서도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전시와 유성구 및 시민사회에게 알려야

원자력계의 주장대로 핵연료 생산시설 증설이 대덕원자력단지 인근지역의 방사능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방사능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은 과학적 사실관계를 주장한다고 해서 깨끗하게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다. 원자력에 대한 누적된 신뢰의 부재 때문이다. 정부와 원자력계의 관련 지식과 정보의 독점 그리고 사고의 은폐, 축소 관행의 결과다.

이러한 신뢰의 위기를 해소하는 데 지방정부의 역할은 없는 것일까? 원자력에 관한 핵심연구개발이 이뤄지고 핵연료가 유일하게 국내에서 생산되는 곳이 바로 대전이다. 소규모이긴 하나 가동 중인 원자로도 있다. 불안요소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현재 시설용량의 두 배로 핵연료의 생산량을 늘리는 결정과 그 과정은 대전시와 유성구, 시민사회가 알 수 있었어야 하고 다양한 의견교환이 이뤄졌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정부와 원자력계는 목표를 정하고 행동에 돌입했는데 시설확장에 의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지역주민과 지역의 방사능 위험증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고 대책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만 2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공식통계로 5만명의 시민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 한다. 후쿠시마는 일본 남쪽의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대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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