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병로] 유병로 한밭대 교수

과학기술 융복합프리죤으로 '슈퍼 코리아'로

대덕연구단지가 대한민국의 성장 원동력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농업국에서 정보화 일등국가로 발전하는데 과학기술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서유럽 국가들과 달리 정부주도로 이루어졌다.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웠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유수한 해외과학자를 초빙하여 홍릉에 KIST를 만들었고 이를 확대시켜 대덕연구단지를 만들었다. 대덕연구단지는 지난 30년간 약 30조원의 국비를 투자해 한국의 산업을 뒷받침하는 첨단기술을 제공하였으며, 기계, 나노소재, 원자력은 물론 IT 기술력은 세계가 부러워 할 정도이다.

특히 IT분야는 컴퓨터 보급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 김영삼 대통령은 정보화를 국정지표`로 제시하고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하여 상공자원부, 과학기술처, 공보처 등에 흩어져 있던 정보화 관련 기능을 일원화해 정보화사업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ICT가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등장하는 기반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정보통신연구원(ETRI), KT를 중심을 대덕연구단지의 IT분야 연구력은 크게 증강하였고, 국민의 정보화 수준은 크게 향상되어 1인1PC 시대가 되어 정보통신분야의 산업규모가 확대되었다. 그 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되었고, IMF는 공공부문의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요구하여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은 명예퇴직 등 자의반 타의반 연구원을 떠났다. 이들 중 일부가 벤쳐기업에서 IT분야 중소기업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덕연구단지 30년은 한계도 있었다.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보스턴의 루트128, 노스캐롤라이나의 리서치트라이앵글과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 필란드의 오울루 테크노폴리스, 중국의 중관촌 등은 기술수요자인 산업을 중심으로 연구와 대학이 뭉쳐 시너지를 낼 수 있었으나 대덕은 러시아의 아카뎀 고르독과 같이 연구단지가 먼저 입지하여 산업에 기술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하여 기술의 수요와 공급간 미스매치가 발생하기도 한다. 새로운 지식창출과 기술혁신이 지리적 인접성에 기초한 암묵지내에서 공유되고 끊임없는 상호학습과정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대덕연구단지 30년의 한계

물론 지식중심의 첨단기술은 공간의 개념을 초월 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대덕연구단지 주변에 여전히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증거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IT 부분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나 타 산업분야의 IT기술 융복합 수준은 낮은 편이다. 일부 가전제품이나 대기업의 자동화 공정은 IT융복합이 잘 이루어져 있으나 전통제조업, 공정자동화 및 문화, 유통산업 등 중소기업 부문은 선진국과 비교하여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전통기술 중심의 중소기업은 특히 영세하고 창업자 중심의 폐쇄적 영업구조를 갖고 있어 과감한 기술개방과 융복합 혁신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옆에 우수한 IT기술이 있어도 이를 이용한 신수종 사업으로 혁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IT 기술을 모든 산업에 확산시키고자 정보통신부를 지식경제부에 합병하였으나 사후관리가 부족하여 실패하였다.

박근혜정부는 과학기술 혁신과 IT와 문화 융복합을 통해 창조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목적으로 다시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업무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의 일부 업무를 통합한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었다. 지식이 혁신의 힘이며 첨단 기술간 교류와 기술과 산업간의 융합이 창조적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중소기업을 혁신시키며, 경제도 키우고 고부가 가치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견해에 동의한다.

문제는 뭘 어떻게 하느냐 달려있다. 저는 대한민국을 Super Korea로 만들 수 있는 혁신역량을 담아낼 그릇으로 “과학기술 융복합 프리죤”을 제안한다. 공간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으나 기능적으로 첨단기술을 자유롭게 교류하고, 기술의 산업적용을 도와줄 기술거래 및 중개기능이 이루어지고, 융합전문가를 양성하며 그 속에서 융복합 컨설팅이 가능한 자유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서 한국의 첨단기술을 세계 기술수요자에게 개방하여 세계적 첨단기술이 모여들게 하므로서 한국의 중소기업은 물론 전 세계의 기술교류의 장이 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기술비빔밥을 만드는 자유식당이다. 연구소, 대학은 물론 중소기업이 자기기술을 내어놓고 기술수요자인 중소기업이 요리사인 기술중개사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재료인 기술을 선택한 후 기술컨설턴트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자기기술로 만들어 가는 곳이다.

미국에 월가 있다면 한국엔 대덕 프리죤

소요자원은 첨단 과학기술, 고급인재, 기술거래 및 융복합 기능이다. 그런면에서 대덕특구가 최적지이다. 대덕은 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국책연구기관의 공적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KAIST를 비롯한 유수대학의 전문가와 인력양성 기능을 갖고 있으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에서 추진중인 중이온 가속기를 중심으로 한 기초과학 육성은 미래첨단 과학의 지속성을 담보하고 있다. 또 이를 관리할 미래창조과학부가 이주하고 기술거래 및 융복합 기능인 “과학기술 융복합 프리죤”만 만들면 된다.

미국에 월가가 있다면 한국에는 대덕 프리죤이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대덕의 부족한 첨단산업단지 집적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프리죤의 성공요인은 우선 정부의 확실한 의지와 안정적 투자에 달려 있지만 여기에 모여들 사람들의 정주, 생활여건이 우수해야 한다. 물론 첨단과학기술과 인재의 집적지 이어야 하고, 대도시 근교로서 의료, 교통, 문화,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야 하고 외국인의 정주와 투자여건이 가능한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선결요건이다. 또한 지방정부와 주민이 나서서 “과학기술 융복합 프리죤”의 컨텐츠를 설계하고 필요한 준비와 유치를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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