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화 만년고 수석교사 인실련 대전지부 인성교육연구소장

   
정일화 만년고 수석교사

대전시는 지난해부터 성공한 도시 모델로서 사회적 자본 확충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펴낸 ‘제3의 자본’에서는 사회적 자본이 사회 주체를 협력적인 관계로 연결하기 때문에, 신뢰가 중심이 되는 자본으로 주목받는다고 하였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신뢰 사회를 이룰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절대적이다.

2007년 세계은행의 '국부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보고서에서 OECD 회원국은 국부의 81%를 사회적 자본에서 창출하고 사회적 신뢰도가 10% 상승할 때 경제는 0.8% 성장한다고 밝혔다. 2012년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부패지수가 OECD 평균 수준만 되어도 경제성장률을 매년 0.65% 정도 올릴 수 있다고 하였다.

신뢰, 윤리, 행복감, 소통 등의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1년 부패인식지수에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물질만능으로 인한 왜곡된 가치관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올해 초 흥사단에서 발표한 설문 결과는 ‘10억 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에 있어도 괜찮다‘고 응답한 비율이 고등학생 44%, 중학생 28%, 초등학생은 12%에 달하였다.

우리 청소년들의 인성이 올바르게 길러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지속적인 사회적 자본 확충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와 가정에서 인성교육의 기회는 성적과 경쟁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 학생들 가운데 최근 1년 이내에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이 12%를 넘고 있고, 10대 자살률이 하루에 한 명에 달하고, 연간 8만여 명 정도가 학업을 포기하고 있다. OECD 국가와 비교해서 학력 수준의 최고 수준이나 행복감과 도덕성은 최하위 수준인 것은 이와 같은 위기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여성가족부(2010)에 따르면 ‘선생님을 존경해야 한다.’에 대한 물음에 한국, 중국, 일본 중학생은 ‘매우 그렇다’에 중국이 81.9%, 일본은 12.2%, 우리나라는 26.2%가 응답하였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며 존경의 대상이었던 교사의 권위가 흔들린다는 것은 교육이 흔들린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일본에 비해서는 아직 나은 수준이나 이대로 방치하면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가정에서의 인성교육 부재로 인한 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이혼율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아 자녀 양육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35%의 학생은 부모와 고민에 대한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40%는 아버지와 대화를 하루에 30분도 채 하지 않고 있다.

1995년에 233년 전통의 영국 베어링 은행이 파산하여 영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파산의 원인은 닉 리슨이라는 은행원에서 비롯된다. 닉 리슨은 입사 때 인성검사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으나 파생상품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인정받아 입사하였다. 그러나 불법적인 거래를 통해 금융파생상품에 투자하다가 입은 손실로 은행은 파산에 이른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지성도 인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승용차를 운전하며,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이상한 액체를 뿌리고 다니다 잡혔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또한 국가 발전을 선도할 첨단 기술을 돈에 유혹되어 외국에 넘긴 회사원의 입건 소식도 들린다. 이 모두가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생긴 불행한 결과다. 인성교육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혹독할 것이다. 사회에 해를 끼칠 인재(人才)는 인재(人災)일 뿐이다. 인간의 지식은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고 유익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지 않는가. 첨단과학기술도 인간에게 해가 된다면 개발되지 않는 것만 못하다.

‘한국 청소년의 시민역량 국제비교 연구(2010)’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나,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능력과 공공에 대한 신뢰는 비교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다. 빙산에 비유하자면 드러난 빙산의 일각인 지성은 멀쩡히 빛나 보이나, 드러나 보이지 않는 큰 덩어리인 인성은 심각한 균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인성교육에 우선적인 관심을 두는 것이 진정한 최고의 사회적 자본을 지속가능하게 확충하는 일이 될 것이다.

가정, 학교, 사회의 모든 어른들이 서로 신뢰하고 함께 협력하여 모범을 보임으로써 우리 청소년들이 더불어 사는 능력과 올바른 인성을 키우며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이들이 미래다. 아이들이 희망이다. 인성이 진정한 실력이고, 인성이 최고의 사회적 자본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