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박근혜 정부 5년이 걱정되는 진짜 이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도 충청은 여전히 권력에서 멀다. (사진: 청와대 설경)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도 충청은 여전히 권력에서 멀다. (자료사진: 청와대 설경)

지긋지긋했던 이명박 정부 5년이 끝나고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충청권은 그 어느 때보다 침울한 분위기다. “앞으로는 다르겠지”라는 일말의 기대감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것일 뿐 남을 위로하기엔 역부족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꾸려진 뒤 지난 2개월여 동안 기자는 이명박 정권에서 느꼈던, 오히려 그보다 더한 벽에 부딪치며 수차례 좌절을 맛봐야 했다.

충청인은 세종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다, 지난 5년 간 당한 일을 생각하면서 ‘박근혜를 통한 정권교체’를 선택했지만 결국 이 모양이 됐다.

“너무 실망이 커서…유구무언”이라는 어느 정치인의 토로는 충청인의 솔직한 심정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 주고 있다.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 유독 충청권 언론사 기자들을 위한 좌석이 없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문제의 본질은 ‘박근혜 정부-충청권 단절 상황’ 지속 가능성

이는 단순히 대전·충남에서 새 정부의 장관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불만 차원만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현상일 뿐 본질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충청권은-지난 5년 내내 그랬던 것처럼-정권과의 불통 또는 단절 상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기자가 앞서 언급한 ‘벽’은 일종의 고립감이다. 충청권에 수많은 새누리당 현역 국회의원이 있음에도 새 정부의 인사에 대해 ‘주워들은 얘기’조차 접할 수 없는 현실이 1차적인 벽이다. 박 당선인의 스타일 자체가 워낙 그렇다 하더라도, 타 지역과 비교해보면 충청권은 더더욱 ‘깜깜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이 여실히 무너지고 있음에도 그 누구도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황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충청권의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할, 그래서 정부 정책에 변화를 이끌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

특히 박 당선인의 인사 홀대에 대해 “언제는 장관이 많았었나?”라거나 “전문성을 따지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는 얘기에는 화가 치민다. 이는 충청권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두 전문성이 없다는 말로, ‘누어서 침 뱉기’가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충청권이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충청인에게 돌리다니 ‘배은망덕’이란 얘기가 목 끝에 걸친다. 대통령이라는 절대 권력 앞에 바짝 엎드린 모양새라니….

박근혜에게 직언 할 사람 안 보여…또 다시 정권에 맞서야 하나?

박 당선인 역시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대선기간 동안 수차례 지역을 찾아 “충청인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했던 건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수사였을 뿐인가?

“세종시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던 그가 유독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앞장섰던 인물을 발탁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섰던 인물을 포용하는 통합의 정치”라며 반겨야만 하는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해 별짓(?)을 다했던 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권력의 불도저’ 앞에서 펜 하나로 맞섰던 기자로서, 허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산적한 지역 현안을 생각하면 더더욱 아찔하다. 누구 말대로 ‘박근혜는 여전히 충청의 딸’이니 감 떨어질 때까지 입 닥치고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난 5년 간 그랬던 것처럼 정권에 맞서 또 다시 싸워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요즘 들어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란 말이 참 배부른 소리로 들린다. 권력 한 번 제대로 못 잡아본 입장이니 더더욱 그렇다. 거꾸로 보면 충청인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분명하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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