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윤창중 논란'이 정말 걱정스러운 이유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 대한 논란이 벌써 1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야권을 중심으로 그의 독설과 극우 성향을 지적하며 “국민대통합에 맞는 인사냐?”라는 비난이 많았으나, 이제는 여당 내부에서도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대변인의 출신지가 충남 논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충청권 언론의 반응도 눈길을 끌었다. <문화일보> 논설위원 시절 세종시 수정안을 적극 독려하는 글을 수차례 쓴 사실을 <디트뉴스>가 보도하면서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던 충청권의 여론도 순식간에 악화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정말 우려스러운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됐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이상한 침묵’이 그것이다. 무소속 상태인 강창희 국회의장을 제외하고 대전·충남·세종에 새누리당 소속 현역 의원이 무려 9명이나 있는데, 윤창중 논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충남도당이 “윤창중 인선은 충청인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으나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과연 대전·충남에 새누리당 배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충청권에 새누리당 의원이 달랑 1명밖에 없었던 시절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모르긴 해도 충청권 의원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① 윤창중 인선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거나 ② 자신이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해도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했거나 ③ 괜히 말을 꺼냈다가 박근혜 당선인의 눈 밖에 나기 싫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건 정말 아니다. 충청인이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 왜 새누리당을 선택했는지 한번 곱씹어 본다면 더더욱 이래선 안 된다. 기자는 충청 기반 정당이 생존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거대 양당이 충청권을 정치적 사각지대로 방치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일관되게 펴 왔다.

만약 이런 식의 상황, 즉 정권이 충청 민심과 거꾸로 가는 일이 계속된다면 또 다시 충청기반 정당이 태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충청권은 이미 이명박 정권과 5년 내내 질긴 악연을 이어오지 않았나?

따라서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정파를 떠나 충청권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는 것이 우리 지역 의원들의 기본적인 자세여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영남일보>를 통해 보도된 유승민 의원(대구동구을)의 발언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유 의원은 윤 대변인에 대해 “너무 극우다. 당장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고 지적한 뒤 “인수위를 너무 친정체제로 끌고 가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충언을 할 참모가 없게 된다”고 박 당선인을 향해서도 한 마디 했다.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다’(忠言逆耳 利於行)는 말이 있다. 충청권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 당선인에게 쓴 소리를 하는 것은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한 것인 동시에 그 자체가 아주 기본적인 책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쓴 소리를 주저하는 것은 박 당선인은 물론 충청인에 대한 불충(不忠)이다. 박 당선인도 이제 그만 귀를 열어야 한다. ‘싸우면서 닮는다’고 하더니 벌써부터 이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엿보여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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