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잔소리]88

<원문> 子夏(자하) 問孝(문효)한데 子曰(자왈) 色難(색난)이니…… (논어●위정편)  

<풀이> ‘자하’가 스승인 공자에게 효(孝)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 앞에서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기 어려우니"……,  

<여설> 부모를 섬기고 받들 때에 안색이나 표정을 부드럽게 하기가 참으로 어려움을 나타낸 글이다.
‘예기’(禮記)에 보면, ‘부모를 모시는 자식으로서 부모에 대한 깊은 효심을 지니고 있으면 반드시 온화한 기색이 돌고 온화한 기색이 돌면 반드시 얼굴에 즐거운 빛이 나타나며 얼굴에 즐거운 빛이 있으면 반드시 부드러운 표정을 짓게 된다.’하였다.
그러나 공자께서는 부모를 잘 봉양하는 자식이라도 부모 앞에서 안색이나 표정을 부드럽게 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라 하였다.
공자는 어떤 문제에 대해 그 답을 다 똑같이 말하지 않고 그 질문하는 자의 정도나 형편에 따라 다 달리 말 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공자의 仁(인)의 사상이다.

공자의 사상은 ‘인’(仁)이라는 한글자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러나 이 ‘인’(仁)에 대한 표현은 ‘논어’에 무려 105회가 나온다.
제자들과의 대화에서 공자는 ‘인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질문하는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이나 자질, 학문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대답하였기 때문에 ‘논어’에 인(仁)에 대한 설명이 105회가 나오는 것이다.
또한 효(孝)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기 아버지에게 항상 무례(無禮)했던 ‘맹의자’라는 자에게는 효란 무위(無違) 즉 ‘어기지 않는 것’이라 일러주었다.

다시 말해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나 돌아가셨을 때나 항상 예(禮)로서 섬기는 것을 어기지 말라.’하셨다.
몸이 허약한 ‘맹무백’이라는 자에게는 ‘효’란 ‘몸을 건강하게 하고 탈이 없도록 하여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 드리지 않는 것’이라 하셨다.
부모에 대한 공경의 마음이 없는 ‘자유’라는 제자에게는 ‘효’란 ‘부모를 봉양함에 있어서 반드시 공경의 마음이 깃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위에 나오는 성격이 강직하고 의로우나 항상 표정이 무뚝뚝한 ‘자하’라는 제자에게는 부모님에게 항상 ‘온화한 얼굴빛으로 대하는 것이 효’라 하셨다.
이처럼 공자께서는 인(仁)과 마찬가지로 효(孝)에 대해서도 질문자의 형편이나 정도에 맞게 다 달리 말씀 하셨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부모님 앞에서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기가 어렵다.’ 다시 말해 ‘부모님 앞에서는 항상 얼굴빛을 온화하고 밝게 해야 한다.’는 이 말씀은 부모를 모시는 자식으로서 필히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말씀인 것 같다.
왜냐하면 자식의 얼굴표정이 근심, 걱정에 가득차 있거나 불손하면 자식의 봉양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부모의 마음은 절대 기쁘거나 즐거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음식이나 옷, 여행을 시켜드리고 용돈을 넉넉히 드리는 이 모든 효도의 방법은 결국은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부모를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 효라는 고사(故事)를 소게하겠다.
어느 마을에 효자로 소문난 사람이 있었는데 이웃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효자인가를 살펴보기 위해 그 효자의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80세 정도의 노모가 50세 정도의 효자라는 아들의 발을 씻기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찾아간 이웃마을 사람들이 화가 나서 그 아들에게 ‘당신이 무슨 효자냐.’고 욕설을 퍼 부었다.
그랬더니 그 아들이 ‘노모께서는 내가 밖에서 돌아오면 나의 발을 씻겨 주시는 것을 낙으로 여기시니 내가 노모께서 즐거워하시는 것을 못하시게 한다면 불효자가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부모님께서 즐거워하시면 그것이 효인 것이다. 부모님의 마음에 걱정을 끼쳐 드리지 않고 기쁘게 해드리는 으뜸의 방법은 좋아하시는 음식이나 옷, 여행, 돈 등 보다는 자식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이 걱정이나 근심됨이 없나를 살펴보기 위해서 항상 자식이 밖에서 돌아오면 얼굴표정부터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서 ‘늙으신 부모는 자식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식의 표정을 듣는다.’하였다.
그러므로 부모님을 잘 봉양해 드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항상 온화하고 밝은 얼굴표정이나 모습으로 부모님을 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녹녹치 않는 현실생활에 부딪치다 보면 부모님 앞에서 항상 온화하고 공손하며 편안한 얼굴 표정이나 모습을 짓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직장이나 사업으로 어렵고 힘들 때, 화나는 일이 있을 때 집에 와서 특히 부모님 앞에서 표정이나 모습을 감추고 편안하고 온화한 얼굴빛을 하기란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자식의 근심어린 표정에 부모의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워 진다. 그리고 부부가 다투는 모습에 부모의 가슴에는 못이 박힌다.

 =========================================================================================

   
 

필자 김충남 교수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평생 교육문화센터와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또 어려운 한문이나 경서의 뜻을 쉽고 논리적이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서를 집필중이다(김충남의『명심보감』, 김충남의『대학』, 김충남의『논어』, 김충남의『맹자』, 김충남의『중용』, 김충남의『생활한자』, 김충남의『고사성어』) 손전화 010-2109-5123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