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민주통합당 복당 논란이 씁쓸해 지는 이유

   
권선택 전 의원. (자료사진)
권선택 전 의원을 주의 깊게 보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07년 봄이었다. 당시 무소속 상태였던 그는 심대평 대표가 이끄는 국민중심당 입당을 놓고 마지막 고심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가 입당하기 직전 이인제 의원(현 선진통일당 대표)이 탈당했던 터라 국민중심당은 국고보조금이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입당과 함께 ‘구원투수’란 별명을 얻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뒤 국민중심당 혁신특별위원장을 맡아 충청권을 돌며 ‘쓴소리 토론회’를 개최했고, 정확히 4년 후인 2011년 6월에도 자유선진당의 ‘쇄신 및 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쓴소리 생생토론’을 주도한 그였다.

충청기반 정당의 위기의 순간마다 전면에 나섰던 것이다. 참 애꿎은 정치역정이 었음에도 그는 “충청 정치세력의 약체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숙명이라면 우리가 개척해서 남보란 듯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천안에서 열린 국민중심당 행사에서 첫 테이블에서 마지막 자리까지 돌며 막걸리 한 사발씩을 받아 마시던 모습도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었다면 절대 그렇게 못했을 거다.

세종시 수정안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논란 때는 그의 역할이 더욱 돋보였다. 국무총리를 찾아가 정부를 몰아세우거나 민주당과의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회창-심대평 간 갈등과 반목이 노출됐을 때 이를 중재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한 번도 윗분의 마음을 거스른 적이 없는 그였다. 그가 없었으면 이회창-심대평 재결합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단기간 동안 두 번이나 원내대표를 맡으며 충청기반 정당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온몸으로 감내한 그였다. 언젠가는 이런 하소연도 털어놨다. “김 기자! 오늘 아침에 마누라한테 혼났네. ‘왜 그렇게 혼자 고생하냐’고. 충청도 정당 그만하래….”

그런 그가 요즘 정치 인생에 있어 최대의 위기를 맡고 있다. 새누리당과의 통합을 주장했던 장본인이 하루아침에 민주통합당에 입당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배경이야 당사자가 밝힐 일이지만, 그가 묵묵히 실천해 온 충청권을 위한 진정성과 노력이 하루아침에 폐기처분 되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다. 권 전 의원의 복당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속내를 모를 바 아니지만, 자칫 배부른 자의 오만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꽃가마 태워 모셔가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옳다구나”하며 한 사람의 정치인생을 희화화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장담컨대 그만한 사람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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