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정용길 충남대 교수, 디트뉴스 안보기 운동에 대해

10월 15일 대전시 공무원노동조합이 지역의 인터넷 신문인 ‘디트뉴스’의 취재 및 보도관행을 비판하면서 앞으로 ‘디트 뉴스 안보기 운동’을 펼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 이유는 ‘디트뉴스’의 허위·왜곡보도로 인해 조합원들이 극심한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허위·왜곡된 부분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대시민 서비스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무원 노조가 예시한 허위·왜곡보도의 사례로 꿈돌이랜드 관련 특혜보도, 롯데테마파크 조성 관련 임대료 산정보도, 아주미술관 관련 특혜의혹 보도, 대전 명품와인 채러티 관련 보도 등을 들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26일 염홍철 대전 시장이 두 건의 칼럼을 문제 삼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것을 언급하면서 반론보도 중재안을 ‘디트뉴스’가 거부한 것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행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신문사를 방문하여 항의하였고, 7월에는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세 번째 공무원노조의 대응이다.

노조 “비판적 언론보도 때문에 고통과 스트레스”

이 소식을 접한 필자는 도대체 대전시 공무원노조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지금 자신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를 알고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조합이란 사회적 약자인 개별노동자들이 단합된 힘을 이용하여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용자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용자에 해당되는 것이 지치단체장이며, 공무원들이 단결된 힘을 통해 단체장의 권한 남용과 독선적 행정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공무원 노동조합이다. 이러한 정신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강령과 창립선언문에서 그대로 살아 있다.

6개로 이루어진 강령 중 첫째 강령은 공직사회의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를 청산하여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민주적이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건설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창립선언문의 결론 부분은 권력과 가진 자들에 의해 흔들려온 공직사회를 곧추세우고, 오랜 세월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온 공직사회를 내부로부터 혁신함으로써 올바른 나라, 상식과 정의가 바로서는 나라를 만드는데 주체가 될 것이라 하였다,

전국공무원노조의 강령과 창립선언문의 정신에 비추어 보면 이번 대전시 공무원노조의 성명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대전 시장이나 고위 공직자들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보다는 스스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또한 대전 시정에 대해 충고와 고언을 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려 건전한 비판마저 차단하는 반민주적이고 구시대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강령 : 국민에게 신뢰받는 민주적이고 깨끗한 공직사회 건설

그렇지 않아도 지역 언론은 경영의 열악함으로 인해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악용해 대전시는 지역 언론을 입맛에 맞게 주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대전 시장의 독특한 언론관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언론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비판적 기사에 유무형의 압력을 가하는 등 권위주의 시대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대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일등 도시인데 대전시 공무원들이 보이는 언론에 대한 행태는 대전시의 품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전 시장을 비롯한 대전시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시민의 공복으로서 맡겨진 권한을 대전 시민을 위해 선량하게 사용해야 한다. 능력도 경험도 부족한 사람을 선거 공신이라는 이유로 산하기관의 책임자에 앉히면 안 된다. 롯데 테마파크, 세계조리사대회,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 등 대전시의 정체성과 관련 없는 사업에 대전시 역량을 쏟아 부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대전시 공무원노조는 시장의 부적절한 인사권 행사나 일방적 사업 추진 등에 있어서 견제와 비판을 가한 적이 있었는가?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면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도시철도 2호선 사업에 대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걱정과 우려를 표명할 때 대전시 공무원노조는 무엇을 했는가? 대전의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대전 시장이라는 권력의 눈치를 살피기 급급하지 않았는지 통렬한 반성과 참회가 필요하다.

대전시 공무원노조는 대전 시정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압박하기 전에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에 대해 시장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의 부당한 간섭과 과민반응에 대해 저항하고 시정되도록 해야 한다. 만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되는 경우에는 반론청구권을 통해 정정 보도를 요청하면 된다.

관점이 다른 의견기사에 대해서는 그 차이를 인정하고 시민들의 판단을 기다리면 된다. 억지로 대전 시장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주문하는 것은 언론을 말살하는 행위이며, 대전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 언론의 대부분은 대전 시정의 일방적 홍보기사로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고위 공무원들의 부당한 간섭과 과민반응에 대응해야

대전시는 골리앗과 같은 존재로서 거대한 조직과 우수한 인력,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이 지역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반면에 ‘디트뉴스’는 지역의 소규모 인터넷 신문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정도의 비판도 감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더구나 거론되고 있는 내용은 ‘디트뉴스’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비판과 지적을 받은 사안들이다. 언론의 비판을 무마하려 하기 보다는 대전 시정이 올바르게 펼쳐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실기사도 아닌 의견기사에 대해 대전 시장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대전시 공무원노조는 신문안보기 운동을 펼친다는 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인지 스스로 돌이켜 보기 바란다.

‘성선설’을 제시한 맹자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 덕성을 높일 수 있는 네 가지 단서가 있다고 했다. 측은(惻隱), 수오(羞惡), 사양(辭讓), 시비(是非)의 마음이 그것이며, 이를 4단이라 한다. 이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인 ‘시비지심’(是非之心)과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이 두 마음은 지혜로움(智)과 의로움(義)의 기본이며, 인간사회의 기초적 토대를 이룬다.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최소한의 ‘시비지심’과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을 갖고 있지 못한 대전시 공무원노조는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할 때이다. 대전시 공무원노조가 언론기관을 압박하기 보다는 대전 시장의 권력에 대해 감시와 비판을 가할 때 공무원노조의 존재이유가 있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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