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와 대권]

   
▲ 김학용 편집위원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도지사 출신들이 많이 출전했다는 점이다. 비록 예선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지만 어느 대선보다 ‘지방권력’의 대권 도전 현상이 뚜렷했다.

여야의 대선 경선주자로 나왔던 9명 가운데 6명이 현역 시도지사 경력자들이었다.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했던 김문수(경기지사) 김태호(전 경남지사), 안상수(전 인천시장)씨와 민주당 경선에 나왔던 손학규(전 경기지사) 김두관(경남지사) 박준영(전남지사)씨 등 6명이 시도지사를 하고 있거나 역임한 사람들이다.

여야 경선후보 9명 중 6명 시도지사 출신

오늘 출마선언을 한 안철수씨를 포함할 경우에도 2012년 유력 대선주자 10명 가운데 6명이 시도지사 출신이란 기록을 남기게 됐다. 안타깝게 시도지사 출신들이 모두 탈락, 박근혜(정치인)-문재인(정치인)-안철수(기업인) 3파전으로 좁혀진 ‘본선 무대’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대권 도전과 관련한 시도지사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광역자치단체장의 경우 대선 출마에 있어서 유리한 면이 있으나 그것만으로 본선조차 올라가기 힘들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이번 대선에서 시도지사 출신들이 많이 출전한 건 우연이 아니다. 이제 시도지사는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과거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정도만 대권 후보군으로 여겨졌지만, 이번에 ‘보통 시도지사들’까지 도전에 나서면서 헤비급이 아니라도 도전은 할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었다.

지방권력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시도지사의 대권 레이스 참여는 지방분권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지방권력이라 해도 도전을 통해 국가 최고 권력을 곧바로 쟁취할 수 있는 정치문화로 바뀐다면 시도지사의 정치적 위상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는 지방의 위상도 높일 것이고, ‘중앙’이 ‘지방’을 무시하는 일도 그만큼 줄어들어들 것이다.

시도지사 대권 도전 자연스러워지면 지방분권화 유리

안희정 지사가 ‘차차기 주자’로 거론되면서 그에 대한 정부 관료들의 ‘대접’이 여느 시도지사와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야당 도지사에 대한 정부의 경계감 같은 것도 있겠지만, 잠재적 대권주자에 대한 예우의 성격도 있을 것이다.

대권에 도전하고 쟁취하는 시도지사가 종종 나온다면 이런 현상은 보다 일반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대권후보로서 손색이 없는 시도지사들이 많이 나와서 그들이 대권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지방의 위상은 높아질 수 있다. 이번 대선에 여러 명의 시도지사가 출전한 것은 그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번에 시도지사가 많이 출전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시도지사가 현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두관씨의 경우 자신의 결단력을 보여주기 위해 굳이 사표를 냈지만 현직을 유지한 채 나갈 수 있었다. 김문수 박준영씨는 도지사직을 갖고 경선에 나왔었다.

둘째는 시도지사의 경우 자신이 속한 지역을 텃밭으로 해서 기본적인 득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국회의원은 지명도가 높지 않으면 도전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의 김영환 조경태 의원은 의욕만 가지고 후보경선에 뛰어들었다가 컷오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콘텐츠와 결정적인 무기가 없는, 그야말로 시도지사 급에 그치는 인물이면 성공할 수 없다. 초반엔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던 김두관씨가 별 힘을 못 써보고 탈락한 것도 역량 부족이 원인이다.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서울시장 경력보다는 ‘경제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대중적 인식이 있어서 가능했다.

안희정 이번 대선에 나갔다면? 5년 뒤엔?

우리 지역의 ‘노무현 적통’으로 여겨지는 안희정 지사는 ‘차차기 후보감’으로 거론된다. 한 번 더 도지사를 하면서, 대권 도전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는 스스로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안 지사가 이번 대선에 나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도지사를 관두고 나간 김두관씨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까?

3농혁신, 행정혁신, 지방분권에 노력하고 있으나 ‘도지사 안희정’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은 편이다. 민주당후보 경선장에서 ‘깨진 계란을 몸소 치우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 비치고 있는 안희정이고, 아직은 그게 경쟁력의 전부로 보인다. 이 정도로는 대권의 꿈은 쉽지 않다. 5년 뒤엔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이제 지방권력에게도 대권이 그림의 떡은 아닌 시대를 열어야 한다. 성공한 지방권력이 단번에 중앙권력까지 창출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어쩌면 이는 지방을 살리는 기본 저건인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 김학용 편집위원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