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인권침해, 정보보안 인터넷 감시로 '언익사이팅'한 공무원

   
염홍철 대전시장.

염홍철 대전시장이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전시 공무원들의 인터넷 사용 감시를 지시한 것이다. 대전시장을 3번이나 지낸 염 시장의 총기가 떨어진 모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예전의 스마트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염 시장은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가정친화적 직장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야근을 줄이기 위해 웹서핑이 저해가 된다고 지목했다. 사실 야근 때문일까? 눈엣 가시 같은 인터넷 언론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꼼수는 아닐까?

염 시장은 공무원들이 업무시간 웹서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만큼 현재 접근 금지된 도박, 음란, 주식 관련 사이트를 열어 놓아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는 대신 공무원들이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콘트롤타워에서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야근 방지를 표면에 내세워 교묘히 직원들의 인터넷 사용실태를 감시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사생활을 감시하려는 것이냐’며 강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염 시장의 인터넷 감시 명령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무식을 넘어 황당한 접근금지 해제 지시

염 시장은 웹서핑을 야근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현재 규정된 음란, 도박, 주식 사이트에 대해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 만큼 이를 다 풀어보고 직원들이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살펴 보라는 황당한 지시를 내렸다. 한마디로 무슨 병에 걸리는지 알아 보기 위해 전염병 창궐지역에 알몸으로 나다니라는 무모한 지시에 다름 아니다.

국가정보원 정보보안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은 메신저, P2P, 웹하드, 클라우드, Active-X 등 보안에 취약한 프로그램 및 비인가 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막고 있다. 음란, 도박, 증권 사이트 등도 규정을 정해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 대한 접근 금지는 단순히 직원들의 웹서핑 때문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업무 자료 대량 유출 등 정보보안 때문이다. 특히 악성 코드가 심어진 비인가 사이트의 경우 공공기관 PC를 디도스 공격의 진원지인 좀비PC로 만들 수 있고 인위적으로 자료를 빼가기 위한 백도어 프로그램, 자료 파괴의 해킹 프로그램 등이 설치될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 염 시장의 지시가 국가정보원 '기관 보안감사' 사항에도 전격적으로 위배되는 사안이다.

   
대전시에서 보도자료로 낸 확대간부회의 요지. 통상 염 시장의 전체 발언을 요약정리하지만 지난 4일 요지에는 논란을 우려해 인터넷 감시에 대한 전후 발언이 모두 삭제되어 있다.

공무원 사생활, 인격 침해 우려

공무원들의 인터넷 사용실태를 감시하면 IP 추적 등 개인 PC의 사용을 일일이 감시하게 된다. 공무원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른바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보안감찰'이 온라인상에서 행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 제기했던 정보사회의 사생활 침해를 꼬집은 ‘빅브라더’를 연상케 한다.

국가정보원의 관련규정은 업무와 무관한 사이트를 구체적으로 음란, 도박, 증권 등으로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이런 유해 사이트를 자유롭게 풀어 놓겠다는 발상 자체도 문제지만 개인의 웹 접속 감시는 공무원조직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과연 업무와 무관한 사이트를 통제하겠다고 염 시장이 이런 발언을 했을까? 일각에서는 공무원들이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을 접속하는 걸 막기 위한 노림수란 시각이 제기된다. '나는 네가 무얼 보는지 알고 있다'는 식의 언질을 줌으로써 공무원들을 통제하겠다는 꼼수란 얘기다.

군사정권 시절 청와대 비서관 출신 언론관이 문제

이런 일각의 우려가 사실이라면 언론을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염 시장의 언론관이 근본적인 문제다.

염홍철 시장은 노태우 정권시절 5년 내내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염 시장은 1992년 '노(태우) 정권 비자금 조성 5년사 전모'를 쓴 한겨레신문 기자와 그 기사를 실은 잡지사 발행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장본인이다. 이 기사는 국민적 논란의 대상인 노태우 정권의 대형의혹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골자다.

비판적 언론을 힘으로 누르는 데 익숙한 군사정권 시절의 학습경험은 최근에도 그 사례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 도시철도와 관련한 여론전에서 대덕구에 밀리는 기색이 역력하자 염 시장은 하반기 인사 사령장 수여식에서 간부들에게 청와대 비서관 시절 언론 대응 요령을 설명하며 '공격적인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염 시장이 이러하니 그 수하들도 같은 모양새다. 시 간부는 염 시장에 비판적인 특정언론사는 인터넷 즐겨찾기에서 지우라며 공무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대전시는 SNS를 감시하는 사무관을 두고 염 시장에게 부정적인 댓글을 다는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댓글로 응징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4월에는 중앙지 기자가 지속적인 비판기사를 쓴다며 염 시장 팬을 자처하는 시민이 살해 협박을 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대전시장과 대전시정은 비판의 대상이 되서는 안 되는 성역'인 셈이다.

염홍철 시장은 Exciting 시공무원은 Unexciting

최근 염홍철 대전시장은 익사이팅(Exciting) 대전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시공무원들은 사기 저하로 언익사이팅(Unexciting)하다.

근평 개선으로 조직사회의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했지만 1년만에 흐지부지 해졌다. 여전히 승진은 성과보다는 서열이 우선이다. 더군다나 시장에게 잘보이면 음주운전단속전력이 있어도 승진하고 장인과 아버지가 선거캠프에서 일한 공무원은 영전을 거듭하며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

산하기관은 선거공신 소굴이 된 지 오래다. 선거캠프 연락소장 출신은 2계급 특진으로 영전했고 민선3기 핵심측근은 스펙에 맞춰 없던 자리도 만들어 줬다.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이런 사람들이 산하기관을 맘대로 옮겨 다닌다.

다른 측근은 업무 실수로 2,000만원을 배상했지만 연봉을 올려줘 보전해주기도 하고 전례에 없던 단체 해외출장을 통해 대전시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부인 수행비서 출신은 생계를 탄원하며 읍소하자 산하기관 부장자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다른 측근은 자기 부인을 임시직으로 산하기관에 취직시켰다가 언론에 발각되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곧 준공 예정인 대전무역회관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캠프공신들이 줄을 서며 이력서를 준비 중에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지난 2009년 김태환 제주지사는 근무시간내 비업무용 인터넷 사용을 조사해 공개해 '공무원 인격침해' 논란을 빚었다. 대전시도 제주도의 전철을 밟지 않으라는 보장이 없다. (사진제공:제주미디어) 

지난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염 시장은 직원들에게 솔선수범하라고 지시를 했다. 그렇게 지시하는 자신은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을까? 업무 중 웹서핑을 하지 말라면서 정작 자신은 시민과의 소통을 이유로 스마트폰을 잡는 일이 잦다. 염 시장과 면담했던 한 단체의 회장은 "사람을 앞에 앉혀놓고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려 솔직히 화가 났다"고 했다.

직원들의 웹 서핑 실태를 감시할 궁리나 하지 말고 진정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줄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 어쩌다 한번 호프데이라며 생색용 보도 사진이나 내지 말고 말이다.

사족을 달자면 공무원에 대한 인터넷 감시는 지난 2009년 제주자치도에서 있었다. 당시 김태환 제주지사는 ‘지시사항’으로 공무원의 비업무용 사이트 이용현황을 분석해 공문으로 내려 보냈다. 이른바 공무원 개개인의 인터넷 사용행태를 감시를 지시해 인권침해 논란을 빚었다. 결국 2010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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