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때만 되면 탈당 되풀이…구조적 문제 해결할 때

모르긴 해도 탈당 기사를 가장 잘 쓰는 기자는 충청권 언론인들일 것이다. 때만 되면 탈당과 입당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유한식 세종시장과 이명수 의원(아산)의 선진통일당 탈당 및 새누리당 입당 역시 어느 정도 예견돼 온 일이라는 점에서 새로울 건 없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선진통일당 소속 선출직 인사들의 탈당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릴 뿐이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저마다 내세우는 탈당의 명분 역시 그럴 듯하지만, 100% 정당화 될 순 없다. 그들 역시 탈당에 대한 비판을 감수하고 결행한 것인 만큼 남을 탓하지는 못할 것이다.

때만 되면 반복되는 탈당…돌 던질 수 있는 정치권 인사 있나?

거꾸로 보면 이들의 탈당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돌을 던질 수 있는 지역 정치권 인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 이 의원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핏대를 세우고 있는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 역시 불과 5년 전 5석의 국민중심당을 탈당, 구 민주당에 복당한 바 있다.

상황이 이 쯤 되면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봐야 하지 않나 싶다. 왜 유독 충청도에서만 때만 되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그 이유를 따져서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어떤 면에서 탈당은 역설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일수도 있다.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 신세인 정치인으로서, 지역 유권자들의 민심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호남과는 달리 늘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충청권 정치인들로서는 때마다 당적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2번 이상 연속으로 특정 정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적이 거의 없는 충청 민심은 언제 바뀔지 모를 ‘부평초’와 다름없다. 유독 탈당에 대해 충청인이 관대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풍토가 충청권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치적 거취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인사들이 거대 정당에 간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그 정당의 주류가 되기는 어렵다.

‘부평초’ 같은 충청 민심…인물 키우기 위한 ‘투자형 투표’ 필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중심당을 탈당,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정진석 의원(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18대 총선 직후 “밥 한 번 먹자는 사람 하나 없다”며 일종의 소외감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충청권 의석을 절반씩 나눠가졌다는 점에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정붙이기는 쉽지 않을 일이다. 치열했던 선거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나.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또 그럴 때가 됐다. 기자는 “충청권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을 달리해 온 충청권의 투표 성향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해 왔다.

비록 자민련 입당 경력은 있지만 6선의 새누리당(현재 탈당) 강창희 의원(대전중구)이 국회의장이 됐고, 역시 6선인 이해찬 의원(세종)이 민주통합당 대표를 맡고 있는 것을 보면 그 필요성을 잘 알게 된다.

한 발 더 나아가 보자.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경선이 이미 끝났거나 진행 중인 가운데, 지역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만한 충청권 출신 후보가 없다는 점은 진정 아쉬운 대목이자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누군가는, 최소한 차기 대선에서 유력 대선주자로 나설 수 있도록 채비를 해야 하고, 그에 따른 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충청인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성 있는 각 정당의 충청 출신 인사들이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

충청권을 정치적 사각지대에 방치한 새누리당-민주당도 책임

초선 의원이 중진이 되기 위해서는 3선 이상은 돼야 된다는 점에서, 지역 유권자들의 ‘장기 투자형 투표’도 고려해 볼 만 하다. 물론 당사자의 정치적 역량, 즉 ‘싹수’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지만, 매번 판을 갈아엎는 식의 투표로는 인물을 키울 수 없다.

그렇다고 현역의원이 천년만년 일선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양당 구도를 최선으로 본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역 기반 정당이 명맥이나마 유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양당이 충청권을 정치적 사각지대에 방치한 책임이 크다.

그런 면에서 새누리당 대선기획단에 충청 출신 인사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미 충청 민심을 다 얻었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충청표가 없어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얘긴지 궁금할 따름이다.

12월 대선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충청인이 정권으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지역 기반 정당은 화려하게 부활하게 될 것이며, 2014년 지방선거에 그 민심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충청 정치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충청인은 물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그럴 때 비로소 ‘충청 홀대론’을 넘어 ‘충청 중심론’이 자리매김 하게 될 것이다.

국가적 대업인 세종시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성공적으로 완성시키기 위해서라도 충청권의 정치적 역량 극대화가 필요하며, 그 지름길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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