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권력의 현실성]

   
▲ 김학용 편집위원

안철수가 룸살롱에 갔느니 안 갔느니 하는 거짓말 논란까지 나오고 있으나 그를 유력한 대선후보로까지 만든 것은 무엇보다 ‘착하고 유능해 보이는’ 그의 이미지일 것이다. 그는 정말 모범생 같은 모습이었다. 누구를 속이거나 못된 짓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회사를 만들고 잘 키워 많은 돈을 벌었다. 팔아서 돈을 더 많이 벌 수도 있는 컴퓨터 백신을 공짜로 나눠줬다. 교수가 되어서는 꿈을 잃은 대학생과 청년들을 찾아 위로하며 희망을 주었다. 국민들과도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착한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에 대한 지지율은 강력한 여당후보 박근혜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출마선언은 하지 않고 있다.

출마선언 지연, 주저함인가 전략인가?

여전히 주저하고 있는 것인가? 출마 결심을 굳힌 대선후보의 ‘전략’인가? 정말 착한 안철수라면 ‘전략’은 아니어야 맞다. 명색이 대권을 잡겠다는 사람이 검증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출마선언을 마냥 늦추고 있다면 착하기는커녕 당당하지도 못한 인물이다.

그가 ‘착하고 유능하다’는 2가지 조건을 다 갖춘 인물이라면 출마든 불출마든 벌써 입장을 밝혔어야 된다. 선거일이 불과 100일 남짓 남았는 데도 결정을 못하고 있다면 적어도 유능한 인물은 아니다. 결단력이 없는 사람이거나 무책임한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책을 내고, TV 인기프로에는 출연하고 있다. 본인은 국민의 생각을 묻는 과정이라고 둘러대지만 약삭빠른 뭇 정치인의 행태로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착한 안철수와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그러나 ‘착한 안철수’가 사실이라면 ‘이율배반의 처지’가 고민일 수 있다. 정치적이지 않은 착한 사람으로 보여서 인기를 얻었지만 대권을 잡기 위해선 정치적인 행보에 나서야 한다. 착하고 유능해서 대권후보로 떠올랐지만, 정말 권력을 잡겠다고 나서면 ‘속물’로 전락하며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는 모순적 상황에 있다.

출마의 이율배반, 착한 안철수의 고민?

정말 착한 안철수라면 이런 딜레마에 있어야 맞다. 출마선언 지연이 그런 고민 때문인지 약삭빠른 정치인의 술수인지 나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어느 경우든 대통령이 되려면 출마선언을 하고 선거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착한 안철수라 해도 약점은 있을 것이다. 경쟁자가 이를 파헤치면 얼굴이 붉어지며 반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착한 안철수라면 생전 해보지 않았을 진흙탕 싸움을 피할 수 없다.

진정으로 선(善)하고 유능한 권력자는 전설상의 요순(堯舜) 이후엔 없었다. 안철수의 대선출마는 그 자체가 이미 ‘순백의 안철수’는 아님을 말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그에 대한 기대감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기성 정치에 너무 속아온 국민들은 ‘착한 권력자’를 갈구하고 있다. 사람들은 안철수를 발견한 뒤 ‘착한 권력’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치경험이 전무하고, 한편 우유부단해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안철수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유지돼 온 이유라고 본다. 안철수가 출마할 경우 당락은 그의 ‘착한 이미지’를 얼마만큼 유지하느냐에 달렸다.

‘착한 권력’ 가능성 확인하는 올 대선

이번 대선은 이미 ‘착한 권력’에 대한 현실성을 확인하는 선거로 가고 있다. 그가 출마한다면 박근혜와 맞대결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더 단순화하면 ‘안철수’를 검증하는 선거다. ‘착한 안철수’로 인정된다면 처음으로 ‘착한 권력’이 탄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그의 위선이 드러나서 “착한 권력은 없다”는 명제만 재확인할 수도 있다.

또 착한 대통령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착하기만 한 권력은 정치를 더 망칠 수도 있다. 안철수가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안철수가 정당정치를 망치고 있다고 보는 학자들도 많다.

김영삼은 첫 문민정부 대통령이었고, 김대중은 첫 정권교체 대통령이었으며, 노무현은 첫 서민형 대통령이었고, 이명박은 첫 경제(CEO형)대통령이었다. 권위주의가 청산되면서부터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됐다. 선택의 결과가 어떠했든 시대가 원하는 대통령이 나왔다.

2012년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대통령은 어떤 인물일까? 정치경험도 없는 무소속 안철수의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문재인이 민주당 경선에서 1위를 달리는 것도 ‘착한 권력’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착한 권력’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안철수가 그 대안인지는 선거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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