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코오롱건설 시공사 계약 해지… 대전시 향한 주민 원성만 높아져
지난해 5월 GS건설이 대전 중구 대흥1구역 주택재개발사업구역에서 분양한 센트럴자이가 중대형 일부를 제외한 전 주택 형이 마감됐다. 그러자 인근 대흥2구역 재개발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확히 1년이 지난 현재 대흥2구역 재개발사업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옛 중구 르네상스를 이끌던 주거단지가 아파트와 노후주택 밀집지역이 마주하는 형국이 될 우려가 커진 것.
◇"출혈경쟁 불사할 땐 언제고"… 조합, 코오롱건설 시공권 철회
대흥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지구 전경 |
코오롱은 지난 2003년부터 2년여 간 대흥2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다 수주전 막판에 계룡건설이 뛰어들어 무이자 이주지원금 증액 등 출혈경쟁까지 벌였으나 결국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대흥2구역 시공사 선정이 이뤄진 2005년만 하더라도 마감재를 얼마나 더 제공하느냐, 이사비용을 얼마나 더 줄 것이냐 등을 놓고 건설사들이 ‘아귀다툼’을 불사했다. 하지만 지금의 재개발 사업지구 풍경은 판이하다.
대흥2구역 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건 2009년 5월 1일. 아파트를 지으라는 허가는 얻었지만 코오롱건설은 3년이 지나도록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조합 측에 사무실 운영비 등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고 있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사무실을 비우고 유은중 총무이사 소유의 건물로 이사했다. 전기․전화 요금은 조경은 조합장이 부담하는 실정.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의 생활불편이 말이 아니다. 재개발지구라는 이유로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게 가장 큰 곤란함. 어려운 동네 사는 사람이 가장 비싼 연료인 석유로 난방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설보수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집을 팔고 살만한 동네로 이사를 가려해도 매매가 되지 않는 건 물론 세입자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유 총무이사는 “집을 고치면서 살 수도 없고 생활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재개발 시공권 확보하고 망설이는 건설사, 이유는?
대흥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지구 너머 대흥1구역에 건축 중인 센트럴자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상실감만 커지고 있다. |
건설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건설사들의 여유자금도 바닥을 드러냈다. 이주비용과 조합에서 탈퇴하는 현금 청산자를 포함하면 초기에만 수백억 원이 소요된다. 은행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일으켜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
건설사들이 망설이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업성에 있다.
그나마 성공했다는 대흥1구역 센트럴자이도 비례율(개발이익이 반영된 각 조합원의 자산가치)을 놓고 시공사인 GS건설과 조합원 간 갈등이 발생했었다. 시공사 측이 당초 조합원들에게 보장했던 비례율 119%를 100%로 하향했기 때문. GS건설이 19%의 이익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려면 분양가를 3.3㎡당 평균 850만 원 정도로 책정해야 했다. 미분양을 우려한 시공사와 조합은 결국 3.3㎡당 평균 740만 원으로 분양에 나섰다.
GS건설은 한 발 더 나아가 중도금에 대한 이자까지 부담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조합원과 건설사가 모두 이익을 포기한 덕분에 그나마 순조롭게 분양을 할 수 있었던 셈. ‘손해만 나지 않으면 성공’인 게 요즘 재개발 시장의 풍속도란 얘기다.
유 총무이사는 “지난 3월3일 코오롱에 대해 계약해지를 하면 다른 시공사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막상 입찰공고를 냈더니 응찰한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고 했다.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정부는 주민들의 생활불편 해소를 위해 진행이 되지 않는 지역은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아 조합을 해산할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했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건설사에서 지원한 자금을 환불해야하기 때문에 조합 해산을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 총무이사는 “법적으로 조합을 해산할 수 있지만 조합에서 지금까지 쓴 비용은 어떻게 하느냐. 대전시나 국가에서 갚아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대흥1구역 센트럴자이가 그나마 성공적으로 분양된 데에는 시공사와 조합 모두 이익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
대전시가 필요한 주택을 원도심 재개발 등으로 충당해야 했는데 신도시 개발 등 팽창중심의 도시정책에만 일관해왔다는 게 이유다.
유 총무이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염홍철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우선 시행하겠다고 공약하고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다. 하지만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을 속인 것 아니냐”고 따지듯 말했다.
한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대전지역 재개발사업 지구 6곳 중 목동1구역(포스코건설)과 대흥1구역(GS건설)을 제외한 대흥2구역, 선화1구역, 은행1구역, 문화2구역 등은 시공사 처분만 바라보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