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박근혜 종속' 그만..선거구 증설 위해 후반기 의장 노려봄 직

   
새누리당 강창희 당선자. (자료사진)
정치권을 담당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정치인에게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 묻는 건 따지고 보면 한심한 일이라는 점이다. ‘민심의 바다에 띄워진 돛단배’에 불과한 정치인이 향후 벌어질 일을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 때문이다.

뜬금없이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새누리당 강창희 당선자(대전중구)에게 전할 게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산전수전 다 겪었을 6선 국회의원에게 조언이랍시고 건방을 떠는 느낌이 없지 않아 부담스럽지만 기자만 느끼는 게 아닌 것 같아 용기를 내 본다.

강창희 당선자 ‘박근혜 종속 행보’ 과감히 벗어나야

우선 지금 강 당선자의 스탠스는 지나치게 ‘박근혜 종속 행보’로 비쳐지고 있다. 둘 사이가 얼마나 가깝기에 그러는 진 모르겠지만 이러다가 “박근혜가 죽으라면 죽을 겁니까?”라는 비판까지 나올 지경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든 국회의장으로 가든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일 텐데, 박 위원장의 입만 바라보듯 하는 행보는 민망하기까지 하다. 지역 언론이 ‘강 당선자가 국회의장을 맡게 된다면 그것은 박 위원장의 선물’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 역시 영 못마땅하다.

강 당선자는 누가 뭐래도 7선인 정몽준 전 대표 다음으로 국회의장 후보 1순위다. 비록 박 위원장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것이 박 위원장이 주는 선물로 인식하는 것은 충청인을 자존심 상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강 당선자는 충청권 최다선 의원으로, 그 대표성을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어떤 행보를 하더라도, 그것은 특정인을 위한 것이기 이전에 충청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19대 국회 전반기 의장이 아닌 후반기 의장도 고려해 볼 만 하다. 그 이유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전담하게 될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권한을 후반기 국회의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선거구 증설 위해 후반기 국회의장 고려해 볼 만

18대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시한 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천안을 선거구 분구가 무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에서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거나 아예 독립시키는 관련법의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구성하도록 하고 있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 당선자가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는다면 표의 등가성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고 있는 대전은 물론 천안 등의 선거구 증설을 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

끝으로 후진 양성에 힘 써 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이달 15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서 강 당선자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기자는 일관되게 새누리당 지역 인사들이 지명직 최고위원에 만족하고 있는 점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다행인지 김태흠 당선자(보령·서천)에 이어 정우택 당선자(청주상당)가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개인적으로 정 당선자는 잘 모르겠지만, 김 당선자의 경우 세종시 수정안 논란 당시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워가면서 충청권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왔다는 점에서 선수(選數)를 떠나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15일 전당대회서 충청 출신 지도부 나오도록 역할 해야

아울러 세종시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 등 충청권의 산적한 현안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당 지도부에 충청 출신 인사가 반드시 입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강 당선자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중앙 언론에서도 강 당선자의 의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든든한 지원그룹으로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정리해 보면 강 당선자에게 이런 저런 주문이 많은 것은 19대 총선에서 나타난 충청 민심과 연관성이 깊다. 강 당선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뭔가 큰일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근저에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만큼 기대에 어긋날 경우 그에 따른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 당선자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불확실한 게 정치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결국 자신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점이다.

공은 이미 오래 전에 강 당선자에게로 넘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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