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새누리-민주, 충청을 정치 사각지대에 두지 말아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절호의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19대 총선이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마무리됐다. 언제나 그렇듯 선거 뒤에는 초등학교 시절 가을 운동회가 끝난 것 같은 스산한 느낌을 받는다. 수백 통 씩 들어오는 문자와 이메일이 하루아침에 잠잠해 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렇게 끝날 것을 뭘 그리 ‘죽을 둥 살 둥’ 싸웠는지 민망해지기도 한다.

되짚어 보면 자유선진당의 참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충청인의 실망감을 키워온 책임은 전적으로 자유선진당에게 있다. ‘새누리당 7석 vs 민주통합당 7석 vs 자유선진당 3석’이라는 결과는 대전·충남·세종 모든 유권자들이 미리 작전을 짜고 투표를 해도 만들어내기 힘든 구도일 것이다. 그만큼 민심이 무섭다는 얘기다.

이와 맞물려 최근 들어 흥미진진한 기사 거리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기자 개인적으로는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다. 중앙언론들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을 보면 뿌듯해질 정도다.

새누리당 강창희 당선자가 국회의장과 당권을 놓고 고심 중이라거나, 민주통합당 이해찬 당선자가 대권 보다는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등 18대 국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이 다방면에 걸쳐 진행되는 것을 보면 ‘이것이 바로 충청인이 바랐던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들 모두 그런 충청인의 기대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특히 그 이면에는 “안 되면 어쩌지?”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남지역 인사들이 당 대표 자리를 충청 출신 인사에게 내 주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새누리당 당직자의 푸념이 씁쓸하게 만든다.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도전하더라도 타 지역 당선자들이 도와줄 지 미지수”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 면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영남당-호남당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총선을 통해 양당은 충청 기반 정당의 ‘싹’을 자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충청 출신 당선자들을 당의 전면에 내세우거나 요직에 앉히면 될 일이다.

이를 통해 “우리 지역 출신 인사들도 거대 정당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구나!”하는 판단을 충청인들이 하게 된다면 더 이상 충청 기반 정당의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그러지 못할 경우다. 강창희 당선자나, 이해찬 당선자가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구조라면 또 다시 충청인의 실망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충청 기반 정당이 죽었다 다시 살아난 이유도 양당이 충청권을 정치적 사각지대에 둬 왔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충청인은 지금 지역 출신 새누리당-민주통합당 당선자들의 도전을 예의주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평가는 12월에 있을 대선에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충청 출신 당선자들의 당당한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다만 그 결과가 또 다시 충청기반 정당의 불씨를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정치권 모두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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