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1 총선은 ‘분노’와 ‘구태’의 패배다. 민주통합당의 야권은 분노만 자극하다가 실패했고, 자유선진당은 쇄신을 게을리하며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몰락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권은 심판받아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 특히 민간인사찰 건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위험한 정권으로 평가되기에 충분하다.

선거, 특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는 그런 정권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그런 심판의 기회였다. 그러나 국민은 그 정부와 여당에게 거듭 과반 의석을 안겨주었다. 여당의 승리였다.

적대감과 분노만으론 ‘심판의 칼’ 못 가져

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재신임의 의미가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로 보아야 한다. 박근혜의 승리보다 한명숙의 패배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한명숙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지도부가 앞세운 것은 적대감으로 가득한‘분노’뿐이었다. 국민들 눈엔 이들이 이명박 정권을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적대감’에만 사로잡힌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위험한 분노로 보였을 것이다.

국민은 ‘분노의 심판자’ 대신 ‘심판의 대상’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분노로 가득한 사람에게 심판의 칼을 쥐어주지 않았다. 막말의 김용민과 나꼼수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최대 공격수였다. 이명박 정권을 박살내고자 하는 ‘분노 덩어리’였다. 그러나 그 역시 패배하고 말았다. 대안없는 분노의 한계였다.

박근혜는 상대의 ‘분노 정치’에 대한 전략을 간파했다. ‘위험한 세력에게 나라를 맡기겠느냐’고 한 호소가 국민에게 먹혀들어간 셈이다. 분노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민주당은 국민을 분노시키는 데만 열중했지 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무상복지를 외치면서도 거기에 수반되는 막대한 돈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믿을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민주당이 줄기차게 외친 ‘FTA 반대’와 ‘제주도 해군지기 반대’도 많은 국민들 눈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읽혔을 것이다. 대안 없는 분노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민주당은 깨달아야 한다.

간신히 생명 부지한 선진당 되살리려면

자유선진당의 패배는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 한나라당이 간판까지 바꿔가며 쇄신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려 노력했고, 민주당은 통합으로 야권연대를 이뤄가며 집권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는 동안 선진당은 내분과 갈등으로 세월을 보냈다. 선진당은 공천 과정에서도 지도층의 ‘내사람 심기’로 구태를 벗지 못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지역민들의 상당수는 지역당의 필요성을 여전히 인정하고 있다. 선진당은 그런 지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했다. 선진당의 몰락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5석을 건지면서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서는 생명을 부지할 수도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지역당 깃발’을 내리든 말든 그것은 선진당 구성원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금배지를 달았으니 이제 더 좋은 둥지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구성원들이 그런 생각에 동조한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 선진당이 살고 죽는 문제는 지역 주민이 아니라 지금도 스스로의 선택에 달렸다.

생명을 간신히 부지한 상태에서도 선진당 구성원들, 특히 심대평 이회창 이인제 염홍철씨 같은 당 지도부가 각자 대권 주자들에 어떻게 줄을 설까 하는 생각만 한다면 선진당은 빨리 문을 닫는 게 낫다. 대선 후보를 내든 못 내든 우선은 철저한 자기 쇄신과 개혁으로 홀로 서는 능력을 키워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그래야 다음 지방선거에서 후보도 내고 과실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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