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피 땀 흘려 통과시킨 '세종시 특별법'을 누더기 취급 하다니

   
2010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장의 전광판을 통해 세종시 특별법의 표결 결과가 표출되고 있다. 수년간 흘린 충청인의 피와 땀의 결실이었다.  
국회를 출입하다보면 종종 역사적인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지난 2010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세종시 특별법)이 통과되던 순간도 그런 경험 중 하나였다.

세종시 특별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거의 빼놓지 않고 지켜봐 온 기자로선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될 듯하다.

언젠가도 언급했듯이 꽃피는 계절, 전국에서 몰려 든 관광객들 사이에서 연기군민들은 세종시 특별법 통과를 위해 생업을 뒤로한 채 국회 회의장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2010년 12월 8일 세종시 특별법 통과 순간 평생 잊을 수 없을 듯

그런데 최근 들어 당혹스러운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민주통합당 세종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입에서다. 이 전 총리는 최근 방송 토론회에 이어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세종시 특별법의 문제를 지적하며 현역 국회의원과 전 군수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전 총리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당초 잔여지역이었던 연기군 조치원읍 일대를 세종시에 포함시킬 거라면 당연히 시청사 위치 등 지역 내 균형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됐어야 한다는 것.

그는 또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특별법에 따라 보통교부금 3%가 영구히 지원되도록 돼 있는데 세종시 특별법에는 이런 지원책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계속해서 이 전 총리는 세종시 특별법에 의해 국무총리실 산하 ‘세종시지원위원회’를 두는 것보다는 일일이 법으로 명문화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마디로 세종시 특별법을 누더기 취급 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찬 전 총리,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세종시 특별법 누더기 취급

물론 이 전 총리의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종시 특별법 통과 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다.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세종시 수정안이 지방선거 직후 폐기됐음에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세종시 특별법에 대한 협조 의사가 전혀 없었다.

간신히 법적 지위를 정부 직할 특별자치시로 하기로 합의를 한 뒤에는 민주당(현 민주통합당) 충북지역 의원들이 관할구역, 즉 청원군 2개 면의 여론수렴 문제를 제기하며 발목을 잡기도 했다.

특히 세종시 특별법 통과 뒤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 문제를 놓고 또 다시 연기군민들이 거리로 나서는 등 제2의 투쟁이 불가피했다. 이 전 총리의 지적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만, 그 과정을 복기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더 많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세종시 특별법 통과 다음날인 12월 9일 연기군청 앞에서 축하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0년 11월 29일 세종시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자 민주당 충청권 인사들과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에 하나 세종시 특별법을 그 때 통과시키지 못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장 올해 7월 1일 세종시의 출범은 무산됐을 것이고 세종시장과 세종시 국회의원, 세종시 교육감 역시 뽑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이 전 총리도 세종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부족한 부분 있다면 발전적으로 개정하면 될 일…정치공세 소재는 NO

당시 세종시 특별법 통과를 환영했던 민주당 충청권 인사들의 성명과 논평을 꼼꼼히 살펴봐도 좋을 듯하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입법을 추진했던 세종시 특별법은 불과 몇 개의 조항만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국토 균형발전과 세종시에 대한 이 전 총리의 철학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그 대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점도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왜 이따위로 세종시 특별법을 만들었나?”라고 한다면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그 당시엔 뭘 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선거판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세종시 특별법만큼은 정치공세의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발전적으로 개정하면 될 일이다. 연기군민과 충청도민이 피 땀 흘려 통과시킨 세종시 특별법에 대한 폄하는 용납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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