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민주통합당 아산시 경선 관전평…강훈식에 대한 '정치보복' 해석

“복기왕이 휘두른 칼에 손학규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8일 치러진 민주통합당 아산시 경선에 대한 지역민의 평가다. 다소 살벌한 문구이긴 하지만 다양한 의미가 함축돼 있다. 정작 공천 경쟁을 벌인 김선화 예비후보는 안 보이고 복기왕 시장의 영향력이 곳곳에서 드러난 경선이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강훈식 예비후보는 현장투표 당일인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했으나 전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늦은 감도 있었다.

기자라는 직업의 또 다른 이름이 ‘팩트 체커’(Fact Checker)인 만큼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관권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번 경선 과정에 대한 복 시장의 스탠스는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복 시장도 이를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선 복 시장의 과거 캠프 구성원들이 그대로 김 예비후보 쪽으로 옮겨갔다. 복 시장이 김 예비후보를 직접적으로 지원했다고 봐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복 시장의 출신고(高) 인사들도 대거 김 예비후보를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 시장이 노골적으로 강 예비후보를 비판하는 일도 발생했다. 강 예비후보의 큰아버지인 강태봉 전 충남도의회 의장 등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복 시장의 입장에서는 지난 번 아산시장 선거 당시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했던 강 전 의장의 입당이 못마땅하겠지만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강 예비후보를 “젊은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고 훈계한 것은 지나친 행위였다.

   
복기왕 아산시장의 친형(왼쪽)이 김선화 예비후보(오른쪽)과 투표현장에 서 있는 장면이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투표 현장에서 복 시장의 친형과 김 예비후보가 나란히 유권자들을 맞이하는 장면이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강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투표소를 찾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크다.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일부 아산시 공무원은 김 예비후보 캠프 핵심 인사에게 축하 전화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번 경선 결과를 복 시장의 승리로 여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관권선거 의혹보다 더 엄중하고 심각한 문제 아닌가 싶다.

이쯤 되면 복 시장과 김 예비후보 모두 경선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축배를 들 수는 없게 됐다. 특히 그 과정에서 적과 아군이 극명하게 갈린 탓에 복 시장이 앞으로 시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두고두고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민주통합당 소속 일부 선출직 인사는 ‘줄서기 강요’에 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복 시장은 이번 경선에서 멀찌감치 물러서 있어야 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의중이 담겼다고 해석될 만한 일은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옳았다. 그게 안 됐기 때문에 강 예비후보에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복 시장이 이번 경선 패배의 당사자라면 과연 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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