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총선 앞두고 소문만 무성한 관권선거 논란에 부쳐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류재민입니다.

바쁜 시정 업무에 얼마나 고단하십니까. 28만 아산시민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계신 시장님 노고에 감사 인사부터 올립니다.

솔직히 이 글을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시장님은 이 글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마음에 몇날 며칠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다다른 결론은 ‘쓰자, 써보자’입니다.

시장님. 2년 전 6월을 기억하십니까.

지방선거가 막 끝난 뒤였지요. 절치부심 도전 끝에 시장 당선 기쁨을 얻으셨고, 그 기쁨을 시민들에게 어떻게 돌려줄 지 여쭙기 위해 저는 당선인 신분인 시장님과 첫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그때 제가 쓴 기사를 뒤적여 살펴보니 첫 문장은 바로 이렇더군요. ‘그를 보면 그동안 참 잘 참았다는 느낌이 든다.’

시장님은 또 맨 마지막에 이런 말을 제게 남기셨습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누구한테 줄을 섰다는 것을 깨끗이 잊었으면 한다. 복기왕이 당선된 것에 아쉬워하지 말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라. 전 단 한명의 공무원들에게서도 정보를 받지 않았다. 다음번 선거를 치를 때도 행정공백이 없게끔 해야 하는 것이 옳다.”

최연소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다음 예기치 못한 낙마로 얼마나 힘드셨을까, 기자가 아닌 인생 후배 입장에서 시련을 이겨낸 시장님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축하했습니다.

그 후 2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가 목전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산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듣는 선거 얘기 한가운데 시장님이 계시더군요.

시장님도 들어 아시겠지만 민주통합당 내 경선 선거인단 모집과정에서 관 차원의 부정개입이 있었다는 둥, 심지어 공무원 가족들도 동원이 됐다는 둥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말들이 입과 입을 타고 퍼져 이젠 이 소문을 모르면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로 파다하게 번졌습니다.

분명 제가 아는 시장님은 그럴 분이 아니십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시장님을 우호적으로 보는 시선만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는 속담이 최근 들어 회자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시장님의 복심이 어느 특정인에 가 있다는 소문은 이미 지역사회에 공공연하게 알려져, 기정사실화된 실정입니다. 그 하나만으로도 시장님이 거느리고 있는 1천여 공무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시장님.

얼마 전 지역 청소년들을 불러놓고 간담회를 하신 적이 있으시지요. 그 자리에선 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잃고 힘들게 버텨온 지난 4년을 고백하기도 하셨지요. ‘63빌딩에서 떨어졌다’고 표현했을 정도니 어찌 겪어보지 않고 그 고통의 나날을 실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시장님. 버릴 줄 알아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작금의 ‘실체 없는 소문’에 언짢아 마십시오. ‘혜안(慧眼)’으로 멀리 보셔야 합니다. 과연 시장 당선 때 가졌던 초심은 얼마만큼 남았고,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은 또 얼마나 지키셨습니까.

‘고민이 있을 때면 방에 처박혀 제 시간만 보내는 스타일’이라고 하셨지요. 제 이 질문도 조용히 되새겨보길 바랍니다.

시장님.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금 아산은 그다지 ‘태평성대(太平聖代)’가 아닙니다. 4년 뒤 전국체전 유치에 성공했고, 시외버스터미널을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는 공허한 메아리가 된 지 오래고,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침체는 도시성장을 잠시 멎게 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제대로 못하는 공무원들 불만도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부디 팔을 걷어 국·도비 확보에 힘을 기울이시고, 귀를 열어 하위직 직원들의 입을 열게 하십시오. 그것이 지금 ‘정치인 복기왕’이 아닌, ‘행정가 복기왕, 시장 복기왕’이 가장 서둘러 할 일이라 여겨집니다.

본의 아니게 장문(長文)이 돼 버렸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모쪼록 환절기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고, 봄이 오는 아산에 따뜻한 기운만 넘치길 기대하며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디트뉴스24> 류재민 기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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