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선거구 증설 관련 역할 의문…민주당 지도부와 담판 지어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새누리당(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선거구획정 논의는 충청인에게 또 다시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案)을 존중해야 함에도, 양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양당이 “충청권에 두 석을 줄 순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7번째 광역단체인 세종시의 독립선거구 신설과 ‘지방 대표선수’인 천안시의 선거구(을) 분구는 전혀 다른 사안임에도 말이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의 논리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간사인 박기춘 의원(남양주을)은 자신의 지역구인 남양주시보다 천안시의 인구가 적은 만큼 분구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새누리-민주 “충청권에 두 석을 줄 순 없다”는 식으로 접근

주지하다시피 남양주시의 인구는 천안시보다 약 1만 여명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갑-을 모두 상한선을 넘지 못했고, 천안시처럼 일반구(동남구-서북구)로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떡 하나 줄 테니 이것 먹고 떨어져라”는 얘기 밖에 안 된다. 표의 등가성 측면에서 충청권이 극심한 홀대를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응은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많다. 일단 충청권 선거구 증설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지난 해 <디트뉴스24>는 충남도를 통해 안 지사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서면으로 확인한 바 있다.

내용은 “언론사 기고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구체적인 항목은 달랑 4건 정도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13일자 <중도일보> 인터넷판에는 안 지사의 기고문이 실려 있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표의 등가성과 대표성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구현하는 것이다”라는 게 골자다. 이런 글의 특성상 안 지사가 직접 썼다고 보기도 어렵다.

얼마 전 까지 기자는 안 지사에게 직·간접적으로 충청권, 특히 천안을 선거구 증설(분구)을 위해 적극 나서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6월 21일 천안 소재 충남북부상공회의소를 찾은 안 지사에게도 같은 주문을 했었다.

안희정 지사, 선거구 증설 노력 의구심…민주통합당 지도부와 담판이라도 해야

그 때 돌아온 안 지사의 답변은 “그것은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 아닌가요?”라는 거였다. 나중에는 “도지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역할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후 어떤 일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세종시 독립선거구 신설을 누락시켰을 때 이시종 충북지사는 정개특위와 각 정당 대표, 국회의장단 등에 보내는 건의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안 지사는 별도의 공식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충남 유일의 민주통합당 현역 의원인 양승조 의원(천안갑)이 당 지도부를 향해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초를 쳐서는 안 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안 지사의 언급이 틀린 말은 아니다. 정치 영역과 일정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그러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구 증설만큼 지역의 정치적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긴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안 지사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현재 민주통합당의 당권은 안 지사와 언제든지, 또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한 ‘친노(親盧)’ 진영이 잡고 있지 않은가?

충청권 선거구 증설은 안 지사의 측근들이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당선되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안 지사는 당장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만나 담판이라도 짓길 바란다.

그것은 바로 정치인 출신 안 지사를 향한 지역민의 정당한 요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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