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떠나보내면서

 유난히도 그날은 너무도 추웠네


<기고> 송 명 석 (영문학박사 무일교육연구소장)

 여보세요? 정확하게 새벽 2시였다.

잠자리에든지 불과 1시간 만이다. 둘째 동생으로부터 10시경에 중환자실에 들어간다고 연락받았다. 다소 혈압이 떨어져 그런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도 들어 갈 테니 11시 30분 면회시간에 맞춰서 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9시 30분 금호고속 버스를 예약해뒀다. 그런데 이게 웬 날 벼락인가? 아내는 그 심야에 울부짖으며 나를 깨우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서울 병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약 10여분 동안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질 못했다. 믿기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막내는 허무한 생을 마감하였다. 5형제 중에서 유일하게 DNA가 맞는다 하여 골수를 이식해줬는데 말이다. 그 값진 보람도 없이 이렇게 쉽게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골수 이식으로 고작 2년을 연장한 셈이다.

  장례식을 치루고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 상황에서 문득문득 동생의 잔영을 떠올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느 집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한 회사의 중역으로, 집안의 막내아들로, 한 아내의 남편으로, 그리고 3남매의 아빠로 정말 열심히 살아온 내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것은 남은 자의 몫이고, 가족이 감당해야 할 슬픔과 고통이란 말인가.

  첫 번째 면회 갔던 날 동생의 무심결에 내 뱉은 한마디가 사무치게 저려온다. “제가 바보같아서 그렇죠, 뭐.” 이 바보 같은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가?

한국의 최고의 대기업에서 일하며 얼마나 많은 격무와 싸웠으며, 주변 사람들과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속으로 인내하며 살았고, 처자식을 위해서 약한 모습 안 보이려고 얼마나 많은 고뇌와 번민을 해왔겠는가? 물론 이것은 비단 우리 막내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보통의 한국 사람들이 겪는 평균인의 삶의 모습이다. 그러나 유독이 내 동생이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도대체 삶이란 무엇이며, 왜 우리는 처절하게 투쟁하고, 그리고 한치 앞도 못 보는 우리내 인생에 대하여 집착하고 사악하게 몸부림치는가? 그 해답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통하여, 그것도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이별을 통하여 한번쯤 진지하게 나를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나도 이 순서에서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삶과 죽음은 가장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다.

  훗날 내 생(生)의 마지막 순간. 가쁜 숨을 내뱉으며 일생을 뒤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일까? 깊이 고민하던 차, 실제로 호주에서 수년간 임종 직전 환자들을 보살폈던 호스피스 간호사 브로니 웨어(Ware)는 자신이 돌봤던 환자들의 임종 직전 ‘깨달음’을 블로그에 기록해뒀다가, 최근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란 제목의 책을 인용하여 삶과 죽음을 재음미 해본다.

  웨어는 자신의 블로그에서도 말기 환자들의 교훈을 소개하며 “인생은 선택. 그리고 이 인생은 당신의 것. 의식적이고 현명하며 솔직하게 당신의 인생을 선택하십시오. 행복을 선택하십시오(Life is a choice. It is YOUR life. Choose consciously, choose wisely, choose honestly. Choose happiness)”라고 썼다. 다음은 웨어가 정리한 말기 환자들의 다섯 가지 후회이다.

◆내 뜻대로 한 번 살아봤었다면…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평생 내 뜻대로 살아보지 못한 것에 대해 가장 후회를 많이 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기대에 맞추는 ‘가짜 삶’을 사느라, 정작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누리며 사는 ‘진짜 삶’에 대한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말기 환자들은 자신의 삶이 끝나갈 때쯤에야 자신이 얼마나 많은 꿈을 이루지 못했는지를 뒤돌아보며 부끄러워했다.

◆일 좀 적당히 하면서 살 것을…

이 같은 후회는 대부분의 남성 말기 환자들 입에서 나왔다. 돈벌이에 매달려 직장에 파묻혀 사는 동안 자식의 어린 시절, 부인과의 따뜻한 가정생활을 놓친 것을 후회했다. 여성들도 일부 이 같은 후회를 했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만 했던 가장들은 대부분 쳇바퀴 돌듯 직장 생활에만 매진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컸다.

◆내 기분에 좀 솔직하게 살았다면, 화내고 싶을 땐 화도 내고…

다른 사람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으려고 사람들은 얼마나 자신들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가. 말기 환자들은 평생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출해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을 후회했고, 심지어는 분노의 감정을 너무 숨기고 살아 ‘병’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오래된 친구들과 좀 더 가깝게 지낼걸…

사람들은 자신들이 삶을 마감하기 고작 몇 주 전에야 ‘오랜 친구’들의 소중함을 깨닫곤 했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 수소문을 해보기도 하지만, 정작 그때쯤엔 자신의 수중에 친구들의 연락처조차 없다는 점을 깨닫고는 좌절했다.

◆좀 더 내 행복을 위해, 도전해볼걸…

마지막으로 임종 직전의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놀랍게도 자신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평생 노력해 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느라 좀 더 모험적이고, 좀 더 변화 있는 삶을 살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척’ 하느라고 삶의 활력소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점을 후회하는 환자가 많았다. 

  문득 어느 교회에 걸려있는 신년 메시지를 담은 프랭카드의 글귀가 생각난다. “닥치는   대로 살자.” 어떻게 보면, 목표도 없고, 철학도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음미해 보면 참으로 많은 메시지가 들어있는 말이다. 이미 위에서 언급했지만, 살아간다는 것은 의무이기도 하지만, 천명이기도 한 것이다. 그때그때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바탕으로 나름의 유연함으로 수용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 누가 알랴? 오늘 이후의 우리의 삶에 대하여.....,

그저 내일 태양이 다시 떠오르길 바라고, 오늘이 내일이 되어 주길 바라면서 감사하며 열심히 그리고 신나게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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