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한-민주 선거구 획정 논의 추악…음모론 가능성 주목

   
지난 26일 열린 정개특위 공직선거법소위에서 자료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과 민주통합당 백원우 의원. (왼쪽부터)
‘추악(醜惡)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선거구 획정 논의 말이다. 이러고도 충청권에서 표 달라고 할 수 있겠나 싶을 정도다.

문제의 핵심은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철저한 ‘나눠먹기’이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데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합구(合區)를 주문한 5개 선거구는 살려둔 채 분구 대상 8곳 중 2곳을 증설하고 세종시를 신설하는 내용의 안이 정개특위 산하 공직선거관계법소위(공직선거법소위)에서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민주통합당, 선거구 획정 논의 추악…음모론 가능성 배제 못해

5개 선거구 모두 양당의 텃밭이자 전략지역이다. 통·폐합이 될 경우 양당의 밥그릇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분구 대상인 천안을의 경우 경계조정, 즉 서북구의 일부를 동남구로 떼 내 선거구 증설 요인을 없애겠다는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복안은 황당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게 만든다.

기자는 일련의 과정에서 양당의 음모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너무도 당연한 세종시의 독립선거구 신설 문제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는 점부터가 의혹의 시작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5일 최종 보고서에서 “2012년 7월 설치되는 세종시의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심도 있는 검토를 했으나, 설치 이전에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고 획정기준일 인구가 인구 하한선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광역자치단체의 최소 의원정수는 3인’이라는 현행 공직선거법의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종시 선거구 문제가 논란꺼리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해 정개특위로 공을 넘긴 것으로, 이는 충청권이 천안을의 선거구 증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세종시 선거구 독립에 역량을 집중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바로 이 부분이 의혹의 핵심이다. 주지하다시피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의장과 교섭단체의 추천 인사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안은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충분한 교감 하에 마련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세종시에 집중하게 만든 다음 선심 쓰듯 수용?…분노 잃은 충청권 안타까워

결국 충청권이 세종시에 집중하게 만든 다음, 너무도 당연한 요구를 마치 선심 쓰듯 수용함으로써 천안을 선거구 증설 무산에 따른 반발을 희석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게 기자의 시선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눈 뜨고 코 베가는’ 일을 어떻게 감행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정계특위 위원들을 교체하면서까지 공정성을 높이려 했으나, 이 역시 눈속임에 불과하게 됐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세종시 때문에 천안시가 유탄 맞았다”는 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세종시와 천안시 모두 각각 선거구 독립 및 증설의 요건이 충분한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꼼수를 부린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연정 배재대 교수의 지적처럼 소선거구제 하에서 인구의 변동이 선거구를 획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잣대인데도 불구하고, “충청권에 두 석을 줄 수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양당이 되돌릴 수 없는 만행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정개특위는 30일 공직선거법소위를 거쳐 31일 전체회의를 통해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최악의 경우 ‘총선 보이콧’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언제부터인가 분노를 잃은 것 같은 충청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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