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공심위 구성도 전에 서상목 낙점…'상향식 공천'은 헛말?

   
박영환 전 조직국장과 서상목 전 장관. (왼쪽부터)
[기사보강: 1월 12일 오전 10시 3분]

10일 오후 충남 홍성군에서는 마치 ‘비교체험 극과 극’을 연상케 만드는 장면이 연출됐다.

각각 자유선진당 홍성·예산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영환 전 중앙당 조직국장과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출판기념회가 1시간 간격으로 열린 가운데 당의 대우(?)가 180도 다르게 나타난 것.

실제로 박 전 국장의 행사장에는 이재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제외하고 현역 의원들이 단 한 명도 오지 않은 반면, 서 전 장관의 행사장에는 이회창·변웅전 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해당 지역 기초·광역의원들이 총출동했다.

자유선진당, 공천심사위원회 구성도 전에 홍성·예산 서상목 낙점?

그 내막을 들어보니 기자의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직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가 구성되지 않았고, ‘공천 룰’조차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서 전 장관에 대한 공천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것.

실제로 이날 축사에 나선 주요 인사들은 “서상목은 당의 자산이자 홍성·예산의 축복”이라며 “이제 남은 일은 똘똘 뭉쳐 서 예비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말이 출판기념회지 사실상 공천 축하 및 총선 승리 결의대회 분위기로 치러진 것이다.

여기서 잠깐 지난 해 5월 9일로 되돌아가보자. 당시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이 전 대표는 상향식 공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천 개혁의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권선택 의원이 단장을 맡고 있는 총선기획단 역시 현역 의원의 프리미엄을 최소화 하고 정치 신인에게 기회를 주는 공천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록 이 전 대표는 “난 한 마디도 안 했다. 핵심 당직자들이 서 전 장관을 천거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낙점’이 아닌, 나름의 상향식 공천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서 전 장관이 과거 ‘차떼기의 추억’(?)을 연상시키는 세풍(稅風)사건의 주역이라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최소한 공천은 공정한 룰과 시스템에 의해 이뤄져야 함에도 전혀 그러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다 털고 간다”는데 자유선진당은 “다 안고” 가려나?

최근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한나라당은 ‘다 털고 가겠다’며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예고하고 있고, 15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모바일투표라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해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과연 이런 모습을 보고 자유선진당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정치신인들이 자유선진당의 문을 두드릴 이유도 없을 것이다.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유선진당이 변화를 추구한다면 서 전 장관을 그의 옛 지역구인 서울 강남으로 출마시켜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유선진당의 오랜 과제인 전국정당화를 위해서 말이다.

게다가 국민중심연합 시절이긴 하지만 심대평 대표의 비서실장까지 지냈고, 사무처 당직 중 최고 요직이라 할 수 있는 조직국장 출신이 출마했음에도 이런 식으로 취급한다면 과연 자유선진당을 공당이라 할 수 있는지도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이래저래 홍성·예산 공천은 자유선진당의 변화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부디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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