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빈 대전지방기상청장

   
▲ 김낙빈 대전지방기상청장
전쟁이 어떻게 기상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것은 전쟁 시 발생할 수 있는 유전 화재와 핵무기 사용이 태양 암흑화 현상을 빚을 것이라는 예측에 기초한다. 즉, 유전 화재가 발생하면 상당량의 매연 가스가 대기 중에 퍼지게 된다.

이렇게 배출된 물질은 상공에 거대한 구름층을 형성하며, 이 구름층의 영향으로 기후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전쟁이 일어난 지역은 시커먼 연기가 태양을 가리는 태양 암흑화 현상으로 기온이 갑자기 영하 20 ℃ 아래로 떨어지는 혹한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되면 동식물은 물론 사람까지도 살 수 없게 되어 그 지역 일대는 죽음의 땅으로 변할 수도 있다.

거기에 만일 핵무기까지 사용된다면 그 폐해는 더욱 커서, 이른바 ‘핵겨울 현상’이 나타난다. 핵겨울 현상에 대한 이론은 1980년대 후반 미국의 한 과학자에 의해서 제창되었다. 핵심 내용은 핵폭발 시 발생한 먼지와 연기 등이 지구 대기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면서 햇볕을 차단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기온이 갑자기 수십 ℃ 떨어지면서 빙하시대로 돌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핵겨울 이론은 그 후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거대한 산불 사건으로 검증되었다. 이때 발생한 산불로 인한 검은 연기가 그 주변 상공을 며칠간 덮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한 소도시의 기온이 산불 발생 사흘 만에 20 ℃ 가까이 떨어져 기습 한파가 나타났던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핵겨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예라 하겠다.

지구온난화나 오존층 파괴, 환경오염, 산성비 등 그렇잖아도 지금 지구는 혹독하게 앓고 있다. 이 지구를 전 인류가 힘을 합하여 치료는 못할 망정 어떤 명분이든 전쟁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비극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칫 자폭의 도화선이 될지도 모른다. 모든 인류가 한결같이 바라는 것, 그것은 전쟁이 아닌 바로 평화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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