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세종시 수정안이 現 위기 초래…충청권 선거구 증설로 신뢰 회복을

   
박근혜 전 대표가 충청권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 대표’라는 꼬리표를 곧 뗀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난파선을 연상시켜 온 한나라당이 박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린다고 하니 말이다. 그야말로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한나라당 호(號)가 출항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봐 온 충청도 기자로서 꼭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오늘날의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왜 이 모양, 이 꼴이 됐느냐 하는 대목이다. 당사자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 모든 게 세종시 수정안 때문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누구 하나 세종시에 대한 자신들의 잘못을 문제 삼지는 않고 있다.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받으려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여당 위기의 근원은 세종시 수정안 추진

그런 점에서 기자는 ‘박근혜 비대위’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출발점이자 종착지는 세종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지난 수 년 간을 복기해 보면 이 같은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뜬금없이 ‘발제’한 세종시 수정안이 이명박 정권의 핵심 국정 과제로 부각되면서 충청권은 물론 전국이 들썩였다.

양식 있는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계속됐으나 수정안 관철에 대한 정권의 의지는 날로 굳건해졌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거들고 나서면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보여준 신뢰와 원칙은 충청인의 마음을 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종시 수정안은 6.2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로 일단락 됐지만 곧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 논란 등 정부여당을 곤혹에 빠뜨린 중대 사안들이 끊이질 않았다.

자연스럽게 국민은 정부여당은 물론 기성 정치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신드롬’과 10.26 재·보선에서 나타난 ‘박원순 돌풍’도 근본 배경을 살펴보면 세종시 수정안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박근혜 비대위’, 충청권 선거구 증설로 진정성 입증해야

그렇다면 ‘박근혜 비대위’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기자는 박 전 대표 스스로 충청권에 대한 진정성을 입증시키기 위해서라도 세종시와 천안시 등 충청권 선거구 증설에 그 어느 정당보다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판적으로 보면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원안을 지켰다기보다는 이 대통령이 추진한 수정안에 반대한 것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전국이 유치 경쟁에 뛰어든 과학벨트 정국에서는 다소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표의 등가성 측면에서 심각한 홀대를 받고 있는 충청권에 대한 선거구 증설을 당론화 한다면 한나라당이 충청인은 물론 전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발걸음을 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원칙과 신뢰가 선거구 증설에 있어서는 고무줄 잣대가 된다면 충청인과 국민은 더더욱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특히 그 과정에서 꼼수가 작용한다면 엄청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연장선에서 충청권 한나라당 인사들, 특히 총선 출마자들에게 꼭 한 가지 부탁하고자 한다. 박 전 대표가 이 글을 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박 전 대표를 직접 만나서라도 이 얘기를 꼭 전해주길 바란다.

“세종시와 천안시 등 선거구 증설에 한나라당이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충청권에서 표 얻을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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