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잔소리] 33

<원문> 萬事分已定(만사분이정)이어 늘 浮生空自忙(부생공자망)이니라.

<풀이> 이 세상 모든 일에는 분수가 이미 정해져 있거늘 뜬 구름 같은 인생이 부질없이 스스로 바빠하느니라.

<여설> 우주에 있는 모든 물(物 : 물건)마다 그 물(物)이 맡고 있는 사(事 : 일) 즉 역할이 있다. 태양은 태양의 역할, 달은 달의 역할, 물은 물의 역할, 불은 불의 역할, 심지어 길 가에 나있는 풀 한 포기나 백사장의 모래알 하나에도 그에 맞는 역할이 있다.
 그리고 그 물(物)마다의 역할은 크거나 작거나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거나 그 차이나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우주에 있어서 태양이나 달, 지구가 맡고 있는 역할의 크기나 중요함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그러나 백사장의 모래알이나 길가의 풀 한 포기의 역할의 크기나 중요함은 아주 보잘것없다. 그래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약 백사장에 모래알이 없다 해보자 바닷물에 땅이 다 깎일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것에는 다 존재의 이유가 있다 하지 않는가.
사람에 있어서도 이와 마찬가지다 하늘은 사람을 이 세상에 내려 보낼 때 그 사람마다의 해야 할 일 즉 역할을 함께 부여해 주었다.

그러나 하늘이 내려준 각자의 역할 즉 일에 있어서 크고 작음과 주인공의 역할, 조연의 역할, 엑스트라의 역할 그 차이와 형태는 정말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각자가 태어나면서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역할 과 그 역할의 크기와 중요함의 정도를 우리는 분수(分守)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나 장관의 역할 즉 분수를 받아서 태어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말단 서기의 분수를 받아서 태어난다.
이처럼 어떤 사람에게는 큰 그릇의 분수를 주었고 도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그릇의 분수를 주었는데 이는 모두 하늘이 내려준 것이니 우리 인간은 그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분수는 이미 정해졌다.?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하늘의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분수의 그릇을 알지 못하고 무조건 큰 그릇의 분수만을 찾아 헤매다가 자기분수도 받지 못하고 모두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것을 두고 ?사람들이 부질없이 스스로 조급해 한다.?라고 하는 것이다. 적재량이 5톤인 화물차에 10톤의 짐을 싣는 다면 그 차는 가지도 못하고 고장이 나고 말 것이 아닌가. 정말 중요한 것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내 분수의 크기와 역할이 얼마나 크고 중요함이냐가 아니라 내가 그 분수와 역할에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분수 크기와 막중한 역할을 부여 받은 『이승만』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지극한 도리와 현명함을 다하지 못했기에 국민에게 쫓겨난 비참한 대통령이 되었고, 같은 시대의 백범 『김구』 선생은 비록 면서기도 못했지만 민족 지도자로서 오늘날까지 추앙을 받고 있지 않은가 또한 세종 때 노비출신 이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분수와 역할 즉 타고난 과학적 재능을 발휘하여 세계 최초의 우량계인 『측우기』를 발명한 『장영실』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신문지상에서 가끔 직위나 직책에 관계없이 각기 분야에서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위에 덕을 쌓아 이름을 빛낸 자랑스러운 분들의 기사를 보게 된다.
바로 이러한 분들이야 말로 자기 분수와 역할에 최선을 다함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조용히 나를 살펴보자, 내가 지금 바라고 있는 꿈이나 목표가 분수에 지나치거나 허황된 것은 아닌지, 지금 나에게 주어진 분수와 역할에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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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교수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평생 교육문화센터와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생활 명심보감?을 연재하고 있다.

  또 어려운 한문이나 경서의 뜻을 쉽고 논리적이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서를 집필중이다(김충남의『명심보감』, 김충남의『대학』, 김충남의『논어』, 김충남의『맹자』, 김충남의『중용』, 김충남의『생활한자』, 김충남의『고사성어』) 손전화 010-210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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