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선거구 증설 위한 초당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에 대한 지역 정치권의 대응과정을 지켜보면서 한심함을 넘어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 모든 정당, 모든 정치인이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침이 마를 정도지만, 정작 역량을 모으고 역할을 나누는 데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각 정파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해는 되지만 매우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우선 특정 정당의 성과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막연한 두려움이 강하다. 이와 맞물려 “과연 되겠어?”라는 목소리도 많다. 섣불리 나섰다가 지역 정치권의 무능을 입증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1등할 수 있으니 시험 안 치르겠다’는 대전·충남 정치권

충청인의 입장에서는 참 한심한 얘기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1등할 수 있으니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는 철 없는 학생의 말과 뭐가 다른가? 무책임은 무능보다 훨씬 나쁘다. 이런 상태다보니 정치적 협상과 타협의 산물인 선거구 획정 논의 과정에서 충청권은 아예 변방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을 위해 지역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각 정파의 반성과 조속한 결단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18대 국회 내내 세종시 수정안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공약 백지화 등 충청권의 이익이 위협 받을 때마다 국회의원 1명의 역할은 매우 컸다. 누군가는 단식 농성으로 강력한 저지선을 만들었고, 다른 누군가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에 나서거나 당 내 반대파와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와 맞물려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국회의원 수가 아쉽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한 명이 지역의 이익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인한 한계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정당을 떠나 권역별로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는 더더욱 그랬다.

국회의원 1명이 충청의 미래 바꿀 수도…선거구 증설은 지상과제

국회 16개 상임위별 활동을 봐도 그렇다. 세종시 설치법으로 수년간 진통을 겪어 온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우 대전·충남에서는 이명수 의원(아산)이 유일하게 소속돼 있다 보니 보다 힘 있게 충청권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 과학벨트 관련 상임위인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는 이상민 의원(대전유성)만 있어 막강한 전투력에 대한 백업(?)이 아쉬울 때가 많았다. 이 같은 현상은 거의 전 상임위에서 나타나고 있다. 매년 예산확보 전쟁 속에서 대전시와 충남도 소속 관련 공무원들이 국회의원 1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충청권의 특수성을 살펴보면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의 당위성은 더더욱 자명해 진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명품 세종시와 과학벨트의 성공적인 건설을 위해서는 정치적 역량의 극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한 첫 단추이자 왕도가 바로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이다. 두 사업 모두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날 일이 아닌 만큼 우리 스스로의 방어기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충청 홀대론’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사람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긴데, 어느 정당이든 역량을 발휘할 정도의 위치에 서 있는 우리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늘어난다면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충남 3개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 갖자…충청인은 평가단

한 발 더 나아가 그 국회의원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올라, 어느 정당으로든 마침내 정권을 잡는다면 그 얼마나 뿌듯한 일이겠나? 물론 우리 지역 출신이라고 충청권만을 위한 대통령이 되길 기대할 순 없겠지만, 충청인의 기질을 놓고 볼 때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정리하자면 지역 정치권이 선거구 증설 문제에 지금처럼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총력전을 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기자는 대전·충남 3개 시·도당위원장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제안한다. 여기에 선거구 증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천안시장과 연기군수의 합류도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선거구 증설을 위한 지역의 역량을 모으고, 각 정당별 역할을 나눔으로써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 특히 그 과정에서 충청인들은 마치 ‘나는 가수다’의 평가단처럼 어느 정당, 어떤 정치인이 최선을 다하는지를 보고 19대 총선에서 표로 점수를 주면 좋을 것이다.

우리 지역에는 국토 균형발전과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와 ‘지방 대표도시’라 불리는 천안시가 자리 잡고 있다. 모두 선거구 독립 및 증설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충청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선거구 증설에 지역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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