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재정건전성 위기 속 1,200만원 상당 나눠 가져

[기사보강: 10월 8일 오전 7시 28분]

성무용 천안시장은 지난 달 30일 열린 ‘2012년 예산편성을 위한 주민참여예산 공청회’에서 작심이라도 한 듯 자유선진당 구본영 전 시장 후보를 겨냥했다. 구 전 후보가 지방선거 당시 “천안시의 재정 여건이 빚더미 수준”이라며 성 시장을 난처하게 만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성 시장은 “여러분을 위해 일하다보면 은행 부채를 질 수밖에 없다…천안시의 부채는 악성부채가 아닌 생산적 부채”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선거 때 ‘성 시장이 빚 많이 졌다’고 했다…텔레비전에 나와 계속 떠들었다”고 응어리진 감정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천안시의 재정 상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가시질 않고 있다. 최근 <중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천안시가 차입한 부채는 일반·특별회계 합산 3,130여억원에 이르는 실정으로, 지방채무잔액지수가 전국 시 단위 자치단체 평균의 두 배를 상회한 상태다.

택지분양 실패 등이 누적되면서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를 고려한 듯 성 시장은 2012년 예산편성 기조와 관련 “건전재정을 위해선 긴축예산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 일도 안 할 순 없다”며 ▲ 서민생활 안정 도모 ▲ 도시성장 기반 구축 등에 관한 예산은 편성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6일부터 9일까지 천안우정힐스CC에서 열리는 제54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 6,000만원을 후원한 천안시가 1,200만원 상당의 초대권을 소속 공무원과 유관기관 관계자 등에 배포한 것으로 드러나 뒷말이 나오고 있다.

<충청타임즈>는 “이 대회에 거액을 후원하면서 아무 때나 하루 입장할 수 있는 300장의 초대권을 최근 받았다”며 “대회 갤러리 입장권이 1-2라운드 3만원, 3-4라운드 5만원인 걸 감안하면 모두 1,200만원어치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연·월차를 낸 뒤 초대권을 들고 행사장 나들이에 나서는 공무원들이 있을 법하다.

골프에 대한 국민적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후원금을 냈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엔 무리가 따르겠지만, 일종의 ‘리베이트’라 할 수 있는 초대권을 이런 식으로 나눠가졌다는 사실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이다.

성 시장의 말대로, 일을 하다보면 부채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혈세가 과연 제대로 사용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채가 많은 것을 자랑스러운 일로 여기면 안 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비록 골프가 예전보다는 대중화됐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서민들로서는 범접하지 못하는 운동임에는 틀림 없다. 혈세가 적시적소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쯤 되면 춘향전의 이도령이 읊었다는 한시가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金樽美酒(금준미주) 千人血(천인혈) 玉盤佳淆(옥반가효) 萬姓膏(만성고) 燭淚落時(촉루락시) 民淚落(민루락) 歌聲高處(가성고처) 怨聲高(원성고)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