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우리도 엄연한 노동자” 社 “대화 필요성 못 느껴”

   
대전 대리운전노동조합과 사측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조합 인정을 두고 서로 이견을 나타내는 것. 노동조합 존립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측과 노동조합 및 민주노총이 평행선 입장을 견지하며 현 상황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전 대리운전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과 대리운전 업체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것.

대리운전기사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업체에 노조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역 대리운전 대표 업체인 8282기획과 33드라이브는 노동조합 설립이 법적인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투투 드라이브는 유일하게 5일 노동조합과 면담에 나설 뜻을 비쳤다.

대리운전연합모임 신호탄...노동조합 설립 및 민주노총과 연계

지역 대리운전기사 2백 5십여 명은 지난 6월 5일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대리운전연합모임을 결성했다. 업체의 불합리한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단체 활동을 시작한 것. 이들은 7월 3일 대전 서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노동조합 출범식을 갖고 민주노총과 연계활동도 시작했다.

현재 노동조합에 가입된 회원은 4백여 명. 전체 대리운전기사 2천여 명 가운데 단기 아르바이트 인원과 복수 근무 인원 1천여 명을 제외하면 과반수 가까운 인원이 활동한다는 게 노동조합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임시총회 및 규탄대회를 갖고 지난 8월 18일 1차 총파업을 진행한데 이어 오는 20일과 21일 2차 총파업 및 해당업체 이용안하기(불매)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사측에 강경입장을 보이며 대화를 이끌어 내자는 속셈이다.

노동조합은 ▲ 구간별 요금을 통한 대리운전요금 현실화 ▲ 사측의 수수료 인하 ▲ 배차취소 벌금 백지화 ▲ 1개 업체 보험가입으로 프로그램 공유 등 4가지 개선사항을 주요 안건으로 사측의 성실교섭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사측의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지난 8월 18일 1차 총파업을 진행했다.
사측, 노동조합 존립 부정...“대화 필요성 느끼지 않아”

하지만 투투빵빵을 제외한 8282기획과 33드라이브는 노동조합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며 이들과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측이 대리운전기사들을 정식으로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조합 설립이 법적근거를 갖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며 “콜비(소개비)와 취소요금, 배차취소 벌금 등 대리운전기사들로부터 의무를 지게 하면서 권리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운전 업체의 한 관계자는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을 포함해 그 사람들이(노동조합 회원) 어떤 활동을 하던 관심 없다”며 “대화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회사와 상관없는 활동”이라고 잘라 말했다.

산업별 노동조합 가입 및 설립...민주노총 “사측이 대화에 응한다면”

노동조합은 현재 민주노총 대전 지부 서비스유통노동자연합 소속이다. 대리운전 업체와 별개로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가입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기존 기업별 노동조합 설립에서 최근에는 산업별 노동조합 설립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대전 대리운전 노동조합 외에도 금성백조 등 노동조합이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가입됐다”고 했다.

그는 “대리운전 노동조합과 사측의 쟁점 중 하나가 노동법상 노동자가 되느냐는 것”이라고도 했다.

“화물연대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정규직은 아니지만 실제 사측에 소속된 근로자로 법적 다툼을 통해 ‘권리 찾기’에 나선 경우다. 하지만 대리운전 노동조합은 사측에 대화를 요구하며 노동조합(노동자)을 인정하라는 입장이고, 사측은 대화에 응하지 않은 채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게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당사자들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사측이 노동조합의 대화 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측이 대화에 나선다면 제3자 입장에서 해결점을 찾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조합은 1차 총파업에 이어 오는 20~21일 2차 총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는 20~21일 2차 총파업 및 해당업체 이용안하기(불매)운동

노동조합 설립과 민주노총의 연계활동은 소속 회원들의 총파업으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18일 노동조합은 1차 총파업을 실행했다. 그리고 오는 20~21일 이틀간 2차 총파업 및 해당업체 이용안하기(불매)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1차 총파업 당시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었던 것을 감안해, 해당 기간 동안 가오동, 관저동, 만년동, 송촌동, 월평동 등지에서 ‘무료 대리운전’을 실시할 계획도 세웠다.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 시킨다”는 취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업체에 공문을 보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회신을 받지 못해 사무실로 직접 찾아갔지만, 업체는 ‘주거침입’, ‘업무방해’ 등으로 노동조합 간부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112에 신고했다”며 “2차 총파업 및 해당 업체 이용안하기(불매)운동 등을 전개해 사측이 성실 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측이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며 “대화에 응해 해결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고도 했다. 노동조합과 사측이 서로 다른 입장으로 평행선을 유지하면서 갈등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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