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실망감을 넘어 분노 안겨준 선진당-국중련

18대 국회 들어 기자가 가장 많이 접한 비판은 “자유선진당 대변인이냐?”는 것이었다. 정치 기사의 80~90% 이상이 자유선진당에 대한 것인 탓이다. 그럴 때마다 기자는 나름의 소신과 논리로 반박을 하곤 했다. “지난 총선에서 보여 준 충청인의 민심과 정서를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갈라선 이회창-심대평 대표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강도론’을 들며 재결합을 통해 충청인에게 감동을 줄 것을 요청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최소한 충청인에게 더 이상의 실망감과 좌절감을 안겨 줘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였다.

그런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이 8월 마지막 날 통합기획단 차원의 최종 합의에 이어 지난 8일 통합 선언까지 한 마당에 또 다시 갈라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합 선언한 선진당-국민련, 충청인 농락한 셈

이유를 살펴보면 통합의 방식에 대한 시각차 때문인데, 보다 근본적인 것은 여전히 신뢰가 부족한 데 있는 듯하다. 어느 한 쪽의 책임을 따지자면 자유선진당이 불신의 원인을 자꾸 제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불협화음을 조장하고 있는 세력까지 감지되고 있다. 추석 명절 연휴 전날 통합을 신고했던 양당이 결과적으로 충청인을 농락한 셈이다.

의무감 때문에 쓰는 기사가 가장 귀찮은 것인데, 지난 수개월 동안 진행돼 온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 간 통합 논의는 그런 류의 기사 중 하나였다. 솔직히 독자들의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감동을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어려웠다.

당명을 놓고 입장차를 보였을 때 <디트뉴스24>가 실시한 온라인 폴에서는 “어떤 것으로 하던 관심 없다”가 압도적으로 나올 정도였다. 심지어 명절 연휴 마지막 날 <조선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전(78.0%)과 충남(70.5%)의 현역의원 교체 여론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독하게 의미를 부여하자면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통합에 대해 충청인들이 그 어떤 희망도 갖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실망 넘어 부담스러운 정치세력…이런 충청도당 필요한가?

정치 평론가들은 19대 총선을 정초선거, 즉 87년 체제 이후 또 한 차례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될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철수 신드롬’과 박원순·이석연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 등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충청권 총선도 마찬가지다. 자유선진당을 지켜봐 온 충청인들은 “과연 이런 식의 지역 정당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어느새 충청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존재를 넘어 부담스러운 정치세력이 돼 가고 있다.

전날 통합 제동 소식을 접한 충청인들 사이에서는 “어디 가서 충청도 정당이라고 얘기하고 다니지 말라!”는 쓴 소리가 나올 법 하다.

이쯤 되면 기자도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고민해야 할 듯하다. 18대 총선 결과 압승으로 나왔을지라도, 희망과 기대감은커녕 분노를 안겨주고 있는 자유선진당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이냐에 대해서 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충청도 정당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이제 충청인들이 이에 대한 답과 함께 그에 따른 대안까지 말해 줄 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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