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정치권이 충청인에게 제시해야 할 비전은 무엇?

무상급식을 놓고 서울시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정치권에 여러 가지 과제를 남겼다. 개인적으론, 정치권이 이처럼 국민을 편 가르는 일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한심한 느낌도 들었다.

대전시와 충남도의 경우도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타협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은 우리는 여전히 ‘서울시의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1,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그 상징성과 위상이 타 자치단체에 견줄 바는 아니겠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서울시 무상급식 논란, 국민에겐 피로감…대단한 서울시장?

부동산 관련 뉴스에서 우리와는 거리가 먼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가격 변동 폭이 소개되는 것처럼, 이번 서울시의 무상급식 논란은 충청인을 비롯한 지방민에게 따지고 보면 ‘남의 얘기’일 수 있지만 진행 과정은 정 반대였다.

서울시장이 얼마나 대단한 자리이기에, 오세훈 시장은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시장 직까지 걸어가며 승부수를 띄웠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오 시장을 컨트롤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준표 대표가 오 시장에게 격한 반응을 보인 것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다.

10월 26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언론의 분석 역시 서울시장이란 정치적 상징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만든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이기느냐에 따라 차기 총선과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충청인이 세종시 원안을 지켜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울시의 나라’에서 이제 ‘세종시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라도 세종시에 대한 충청인의 비전 공유가 필요하겠다.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은 아니겠지만, 기자는 서울시장처럼 세종시장이 자연스럽게 대권 주자의 반열에 오르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세종시장 출신 인사가 정권 잡는 날 오길

한 발 더 나아가 세종시장 출신 인사가 당당히 대권에 도전, 정권을 잡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물론 그 주인공이 꼭 우리 지역 출신일 필요는 없겠지만, 이왕이면 충청 출신 인사였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또 하나, 정부부처 이전이 마무리되고 자족도시가 완성될 경우 충청권의 미래 세대들이 서울이라는 낯선 곳이 아닌, 세종시에서 각자의 꿈을 이룰 날도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충청권에 대한 다양한 구애 작전을 펼 태세다. 지역 정치권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차기 총선과 대선이 충청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어느 정당이든 충청권에서 표를 얻기 위해서는 세종시에 대한 나름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충청권 각 출마자 역시 ‘왜 국회의원이 돼야 하는지’ 못지않게 ‘세종시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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