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분열이 민주당에 得"…한-선진 날선 대립각 주목

“오늘은 우리가 같은 편이네요!” 얼마 전 대전의 한 방송국에서 진행된 토론회에 앞서 민주당 박병석 의원(대전서갑)이 한나라당 김호연 의원(천안을)에게 건넨 말이란다. 여기서 “같은 편”이란 충청기반 정당, 즉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 간 통합 논의에 대한 반대 전선을 말한다.

그럼에도 통합 논의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응방식에는 온도차가 감지돼 눈길을 끌고 있다. 양당 모두 차기 총선을 ‘한나라당 vs 민주당’의 구도로 치르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민주당으로선 보수진영의 분열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충남도당(위원장 김호연)과 자유선진당 충남도당(위원장 류근찬) 간 공방전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한나라당 충남도당은 지난 3일 논평을 내고 양당의 통합 논의에 대해 “명분도, 비전도, 인재도 없는 ‘3無’, 선거용 간판 바꿔달기 기만극”이라고 일갈했다.

논평은 이어 “그저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지역을 팔아 당 간판을 바꾸려는 이런 구태정치는 충청인을 얕잡아 보는 만행”이라며 “이들에게 충청권 정당은 단지 선거만 겨냥해 붙였다 떼었다 하는 ‘선거용 반창고’인가 보다”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자유선진당 충남도당은 4일 맞대응 성격의 성명을 통해 “세종시와 과학벨트 문제로 충청인의 가슴에 상처와 분노만 안겨준 한나라당이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고춧가루를 뿌리는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정신 차리지 못하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19대 총선에서 지금 있는 한 석마저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기류는 7.28 천안을 보궐선거 1년을 맞아 <디트뉴스24>가 진행한 릴레이 인터뷰에서도 어렵지 않게 감지됐다.

한나라당 김호연 의원은 “충청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은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그 형태가 꼭 지역정당의 모습을 갖출 필요는 없다”면서 “(지금까지) 지역정당에 많은 힘을 실어줬지만 결과가 어땠는지를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 박완주 지역위원장(천안을)은 차기 총선에서 지역정당의 설 자리가 약화될 거란 전망과 함께 야권연대가 차기 총선의 필승 카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김 의원과 박 위원장의 출마 예상 지역인 ‘천안을’은 물론 대전·충남지역 대부분의 지역구가 ‘한나라당 vs 민주당 vs 충청기반 통합 정당’의 3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일정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도지사를 당선시킨 것과 유사한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기류가 19대 총선을 앞둔 지역 정가의 전반적인 구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등 충청권 현안에 대해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을 상대로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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