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한나라당 7.4 전당대회 충청후보 불출마 유감

   
 한나라당 7.4 전당대회 출마자인 유승민 의원에 대한 <영남일보>의 6월 27일자 보도 내용.
대구에 본사를 둔 <영남일보>의 지난 달 27일 자 1면은 국회를 출입하는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작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대구(동구을)가 지역구인 재선의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에 대한 사진과 기사가 마치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라도 된 양 지면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의 제목도 강력했다. “유승민표 정치 與 중심부 흔든다”였다. 이를 놓고 한 기자는 “과한 것 같다”고 평한 반면 또 다른 기자는 “충분히 이해되는 편집”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 의원은 오는 7월 4일 치러지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주자다. 유 의원에 대해 <영남일보>는 전폭적인 지지에 나선 모양이다.

<영남일보>의 이유 있는 유승민 의원 띄우기...'부럽다'

기사 역시 기대와 찬사 일색이다. <영남일보>는 특히 유 의원이 7명의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비(非) 수도권 출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유력한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최 측근이라는 점도 은근히 부각시키고 있다.

같은 날 보도된 <유승민 '토목 대신 복지‘ 한나라당 전대서 당 정책기조에 반기> 기사를 살펴보자.

한나라당 당권 경쟁에 도전한 유승민 의원이 인상 깊은 명연설로 ‘깜짝 데뷔’를 했다. 오랜 정치적 칩거 끝에 준비된 논리로 ‘여권 파워게임’의 중심을 흔들 조짐이다(…) 7명의 후보 중 유일한 비수도권 출신인 그는 다른 후보는 언급도 하지 않는 ‘지방 살리기’와 ‘국토균형발전’을 한나라당의 새로운 가치로 내걸었다.

신공항·과학벨트 부산 속에 만신창이가 된 대구·경북 한나라당 정치권의 뉴 리더로서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 그는 ‘미래 권력’에 다가선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확실한 한 축을 재건하고 있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 그는 최근 수 년 동안 큰 정치인 배출의 공백기를 경험하고 있는 대구·경북에 새 싹을 심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 7.4 전당대회 충청권 출신 후보 없어 아쉬워

기자가 뜬금없이 타 지방 언론사의 지면 편집과 기사를 거론한 이유는 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충청권 출신 대표주자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될 성 싶은’ 인물이라면 다듬고 키워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 만큼 <영남일보>의 보도 태도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디트뉴스24>를 비롯한 충청권 언론이 이번 전당대회를 남의 집 잔치 구경 하듯 하고 있는 것 자체는 속이 터질 일이다.

18대 국회 출범이후 3년 여 동안 충청권은 세종시 수정안 논란과 과학벨트 문제로 진통을 겪어 왔다. 그 때마다 지역 언론은 “집권여당에 충청권의 목소리를 충실히 전달할 인물이 없는 탓”이라고 지적해 왔다.

물론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충청 몫 지명직 최고위원을 맡게 되면서 일부나마 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표가 임명하는 지명직의 한계 상 늘 아쉬움이 따랐었고, 심지어 “차라리 그만 두든지”라는 다소 모욕적인 얘기까지 들어야 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충청권 대표 선수가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었다. “설령 떨어진다 하더라도 충청권 결집 효과와 분위기 전환을 위해선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충청권 한나라당 인사들, 그 정도의 배려에 익숙해져 있지는 않은 지

그럼에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웬만해선 ‘충청도’의 ‘충’자도 꺼내지 않았던 또 다른 당권주자들이 족보를 들추며 “충청의 딸”이니 “충청의 아들”이니 외치는 것을 보면 낯 뜨겁기까지 하다.

이제 전당대회가 끝나면 지역 언론은 약속이라도 한 듯 충청 몫 지명직 최고위원이 누가 될 지를 다루게 될 것이다. 박 전 시장이 최고위원에 지명된 뒤 기자는 “더 이상 ‘충청 몫 최고위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되도록 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지만 이뤄지지는 않은 것이다.

솔직히 누굴 탓해야 할 일인지 모르지만 아쉬움은 크다. 충청권이 언제까지 한나라당의 ‘배려의 대상’으로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아울러 충청권 한나라당 인사들이 그 정도의 배려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 볼 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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