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인의 시사프리즘]국비지원 절실...다양한 문화 컨텐츠 개발 필요

교통이 발달하기 전에는 수운(水運)이 고속도로나 마찬가지였다. 주로 걷고 우마(牛馬)를 이용한 교통수단보다 배는 훨씬 빠르고 많은 인원과 물자를 수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가 닿는 지역은 상거래가 활발하고 문화의 전파가 왕성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배가 내륙으로 깊숙하게 들락거릴 정도의 환경조건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이렇게 내륙 깊은 곳까지 배가 항해할 수 있는 지역을 내포(內浦)라고 부른다. 글자 그대로 내륙 안에 있는 포구라는 뜻이다. 순수한 우리말로 ‘안개’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내포는 ‘바다를 안고 있다’는 뜻을 지니기도 해 역사·지리적으로 독특한 문화권을 형성할 수 있는 특수성을 지닌다.

우리나라에서 내포는 삽교천(揷橋川)과 무한천(無限川)을 중심으로 펼쳐진 서산, 당진, 홍성, 예산, 아산, 청양 지역을 말한다. 지금은 삽교천 방조제가 건설되어 배가 다닐 수 없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달랐다. 바닷물이 삽교천과 무한천을 따라 상당히 위까지 올라갈 수 있어 너른 평야와 함께 신례원과 합덕 아래쪽으로는 갯벌이 발달해 있었다. 주로 밀물 때를 맞춰 크고 작은 배들이 내륙 깊숙하게 들락거렸음은 물론이다.

이로 인해 내포지역은 수운과 교통의 중심지로서 육지와 바다의 물산이 거래되면서 경제적으로 상당히 번영했던 곳이다. 여기에 간척사업이 진행되고 구릉지가 개발되어 경작지가 늘어나면서 신흥 향반(鄕班)세력이 성장했던 지역이기도 했다. 특히 한양과 지리상으로 가까웠고 교류가 활발하다보니 새로운 사조(思潮)를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내륙 깊숙이 배가 드나들며 경제적으로 번영했던 내포 문화권

내포는 고대 백제 불교가 유입되는 관문이었고 고려 말 성리학 수용에 앞장섰으면서도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로 인해 조선 후기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 등 많은 실학자들을 배출했다. 또 김대건 신부 등 천주교를 비롯한 외국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선구적인 인물이 많이 나왔고 일제 강점기에는 한용운, 윤봉길, 김좌진 등 많은 독립투사를 낳은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주변엔 문화유적지가 많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주변에 수덕사와 개심사 등 고찰과 마애불을 비롯한 불교 유산은 우리 불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이와 함께 갈매못성지와 솔뫼성지 등 우리의 정신문화의 성지들도 수두룩하고 한용운과 김좌진 생가와 윤봉길 충의사, 심훈의 필경사 등 근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들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이밖에도 많은 역사적인 인물과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는 역사적인 곳이다.

이같은 역사와 지리적인 특성을 간직하고 있음에도 내포지역은 해방이후 정치·경제적으로 비교적 소외된 지역이었다. 수운이 쇠퇴하면서 교통 상으로도 외진지역이었고 산업화의 물결에서 비껴가면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역사적인 흔적들도 유명한 몇 곳을 제외하면 방치하다시피 한 것이 사실이다.

불교와 천주교 등 신문화 유입의 관문...역사적으로 중요한 문화 유산도 많아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과거 수운을 대신할 서해안 고속도로와 대전-당진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인근에 새로운 산업단지가 건설되면서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뜸하던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당진과 서산 , 아산 등의 산업단지에선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핵심의 첨단물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포지역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홍성과 예산에 충남도청이 이전할 내포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원 995만여㎡에 들어서는 신도시는 오는 2015년까지 2조6283억 원을 투입해 10만여 명이 거주하는 쾌적한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2013년이면 도청을 비롯해 경찰청, 교육청이 이전되고 연차적으로 136개 광역행정 기관 및 단체의 이전이 추진된다니 도시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개발공사는 신도시를 ‘충남의 신성장 동력 창출 및 균형발전 거점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충남발전의 연결고리(Link City)’로 설정하고 있다. 주변지역과 연계되는 통합 연결도시(Linkage City), 첨단산업 중심의 지역 혁신도시(Innovation City), 자연과 함께 하는 친환경도시(Nature City), 차별화된 교육문화환경의 지식기반도시(Knowledge City)로 꾸미겠다는 것이다.

또 내포 신도시를 저탄소 녹색도시로 특화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시가 숲이 되고 자연이 에너지가 되는 친 자연·환경적으로 만들고 담장과 전봇대, 쓰레기, 입식광고판, 육교 등이 없는 5무(無)도시로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전거 이용이 자유로운 도시, 감각적이고 세련된 공공디자인 도시, 지역 정체성이 살아있는 숨쉬는 창조도시, 교육 경쟁력이 확보된 교육특화도시, 일상에 불편함이 없는 안전도시 건설 등 8대 특화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충남도의 랜드마크가 될 도청사는 지난해 12월 상량식을 개최했고 50%에 가까운 공정률을 보이며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함께 교육청과 경찰청도 공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포 신도시의 자족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구의 초기유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이들을 위한 토지분양과 주택 및 학교 건설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충남 신성장 동력 창출 및 균형발전 거점 친환경 도시로 조성”

앞으로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돈이다. 충남도의 어려운 재정여건 등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신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도청사 신축비 등에 대한 국비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충남도는 대전광역시와 분리는 도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중앙의 정치·정책적 필요에 의해 추진된 만큼 ‘도청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청사 신축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시하며 국비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전남도청 이전 시에는 법적 근거가 없었음에도 청사 신축비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도청이전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청사 신축비 전액에 대한 국비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정부는 내포 신도시가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예산지원을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 내포 신도시의 건설은 비단 충남도청 이전이라는 지역적이고 행정적인 차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앞서 설명한 대로 내포지역은 우리 역사에서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 충남도청이 들어서는 신도시가 개발되면 소외를 받아온 내포문화권 발전의 거점으로 자리잡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이를 중앙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법적으로도 국비의 지원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전남도청 이전 등에 지원한 전례도 있다. 더구나 내포신도시 건설은 단순히 도청이전이라는 지역적인 차원이 아닌 하나의 문화권을 개발하는 일이다. 그것도 역사적으로 중요했으면서도 그동안 소홀히 했던 우리의 전통 문화를 되살리는 일이다. 좀 더 넓은 의미로 보아야 한다. 이를 정부가 도외시 해서는 안 된다.

내포문화권 전체를 개발하는 일...중앙정부 국비 등 적극 지원해야

충남도를 비롯한 지역 정치권 모두가 나서서 중앙정부에 국비지원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도청이전 신도시라는 건설의 개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의미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내포문화권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주변에 산재한 문화재들을 이용한 풍부한 컨텐츠를 발굴해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고 이해를 넓혀 나가야 한다.

내포라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 유산의 바탕위에 첨단과학과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신도시를 만드는 대역사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지역의 정치·행정 및 문화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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