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가볼만한 곳-(4)경북 영양군

   
조지훈의 생가 호은종택

문향의 고장을 거닐다, 주실마을.

위 치 :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승무.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본 시가 아닐까. 이 시를 지은 이가 바로 청록파 시인이자 지조론자였던 조지훈이다. 그의 생가가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에 위치한 주실마을이다.

주실마을은 한양 조씨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주실이란 이름은 마을의 모습이 배의 모습을 닮아 그리 붙여졌다고 한다.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은 이 마을 입구 주실교 건너 우측에 위치해 있다. 호은종택(경상북도 기념물 제78호)은 주실마을의 입향조인 조전의 둘째 아들 조정형이 지은 것으로 경상도 북부 지방의 전형적인 양반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에 발을 들이기 전 필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호은종택과 마주하고 있는 문필봉을 찾아보는 일이다. 호은종택의 대문을 등지고 맞은편을 보면 여러 개의 봉우리가 보이는데 그중 대문과 일직선상에 놓여있는 봉우리가 바로 주실마을의 문필봉(文筆峰)이다.

문필봉이란 풍수학에서 붓의 모양을 닮은 봉우리를 가리키는 말로 문필봉을 마주하고 있는 집이나 마을에서는 훌륭한 학자가 태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주실마을의 문필봉은 그 봉긋한 생김새도 그렇지만 옆으로 물길까지 끼고 있어 최고의 지형으로 꼽힌다. 붓에 물이 더해지는 형국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지 싶다. 예로부터 주실마을에서 재물과 사람 그리고 문장은 남에게 빌리지 않는다는 삼불차(三不借)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호은종택에서 바라본 문필봉

호은생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지훈문학관이 위치한다. 지난 2007년 개관한 지훈문학관은 2,792㎡의 부지에 전시실과 시청각실을 갖추고 있는데, 이곳의 현판은 미망인인 김난희 여사가 직접 현판 쓴 것이다.

문학관 입구로 들어서면 조지훈의 대표적인 시 '승무'가 흘러나오고, 단층으로 이뤄진 전시실에서는 조지훈의 소년시절 자료와 청록집 관련 자료 등 선생의 삶을 관통하는 많은 전시물은 물론 선생이 직접 쓴 주례사와 여러 곳에서 받은 감사장 그리고 평소 사용했던 문갑과 서랍 외에도 검은색 모자, 가죽 장갑, 부채 등 많은 유품도 전시돼 있다. 시청각실에서는 투병 중에 녹음한 시 '낙화'와 ‘코스모스’를 헤드폰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다.

   
한옥풍의 지훈문학관

가벼운 산책을 원한다면 지훈시공원도 놓칠 수 없다. 코스는 그리 길지 않지만 깔끔한 데크를 따라 조지훈의 시를 새긴 20여 개의 시비가 세워져 있어 산책을 마치고 나면 마치 한 권의 시집을 읽은 듯 감성까지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조지훈 생가와 지훈문학관, 지훈시공원까지 둘러봤다면 이제는 천천히 주실마을의 고샅길을 걸어볼 차례다. 주실마을은 400년을 이어온 마을답게 곳곳에서 많은 고택이 남아있는데, 그중에서도 옥천종택(경상북도 민속자료 제42호)은 주실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주실마을을 한눈에 담기에 좋은 곳이다.

   
주실마을 지훈 문학관

옥천종택과 함께 월록서당(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72호)도 주실마을에선 찾아보아야 할 곳이다. 한양 조씨, 야성 정씨, 함양 오씨 등이 후진양성을 위해 건립한 월록서당은 조지훈이 어린 시절 수학한 곳이기도 한데,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서당의 위치다. 요즘에야 교통이 편한 곳에 학교가 위치해 있지만 조선시대 서당은 마을의 가장 높은 곳이나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었다.


서당을 오가는 동안 공부의 어려움을 어려서부터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스승에 대한 존경, 즉 스승은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라는 가르침도 포함된다. 월록서당이 주실마을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지훈시공원 시비

주실마을은 천천히 여유를 갖고 돌아보는 게 좋다. 사실 차가 지날 만큼 도로가 여유롭지 않고, 마을 안에는 마땅히 주차할 공간도 없다. 때문에 주차는 마을 입구, 주실교 옆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주실마을을 돌아본 뒤에는 영양의 대표 여행지인 선바위와 남이포 그리고 연당마을과 서석지도 놓칠 수 없다. 우뚝 솟은 바위와 웅장한 바위산으로 이뤄진 선바위와 남이포에는 남이장군의 전설이 서린 곳으로 남이포의 남이정까지는 선바위관광지에서 석문교를 따라 우측으로 가는 방법과 애기선바위에서 좌측 허리를 타고 가는 길이 있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남이포의 절경을 감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남이정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선바위의 모습이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남이포

조선 광해군 5년(1613) 성균관 진사 석문 정영방 선생이 만든 조선시대 대표적 민가 연못인 서석지도 놓치기 아깝다. 한국의 3대 정원 중 하나인 서석지는 매 시간, 매 계절 그 운치가 다른데, 여름엔 연못을 가득 메운 연꽃이, 그리고 가을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그 멋을 한층 더 한다.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이라면 영양산촌생활박물관도 꼭 한번 들러보길 권하고 싶다. 영양산촌생활박물관의 야외전시장에는 산촌민들이 생활했던 굴피집과 너와집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았을 뿐 아니라 실물크기의 인형으로 꾸며놓은 산촌민의 생활상도 살펴볼 수 있다.

실내전시관에서도 역시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산촌민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멍석말이 같은 전통의 마을자치규범을 재현해 놓은 디오라마는 재미와 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09:00~17:00(하절기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영양산촌생활박물관 야외전시관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영양군문화관광과 : http://tour.yyg.go.kr
- 조지훈문학관 : http://jihun.yyg.go.kr
- 영양산촌생활박물관 : http://museum.yyg.go.kr

○ 문의전화
- 영양군문화관광과 : 054-680-6067
- 조지훈문학관 : 054-682-7762
- 영양산촌생활박물관 : 054-680-6046

○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 → 34번 국도 영덕방면 → 안동 → 진보 → 31번 국도 봉화방면 → 영양읍 → 918번 지방도 → 주실마을

○ 숙소
검마산자연휴양림 : 경북 영양군 수비면 신원리, 054-682-9009
수비관광농원 : 경북 영양군 수비면 신원리, 054-682-2682
신라장여관 : 경북 영양군 영양읍 서부리 243-1, 054-683-3284
궁전장여관 : 경북 영양군 영양읍 서부리 507-8, 054-682-6964
일월산관광모텔 : 경북 영양군 일월면 오리리 8-1, 054-683-8008

○ 맛집
선바위가든 : 경북 영양군 입암면 신구리 95-3, 산채정식, 054-682-7429
입암약수식당 : 경북 영양군 입암면 양항리 341, 닭백숙, 054-682-4011
본가 : 경북 영양군 서부리 228-3, 갈비살, 054-683-6692
고은한정식 : 경북 영양군 서부리 222-1, 한정식, 054-683-5005

○ 주변 볼거리
두들마을, 반딧불이생태공원, 일월산자생공원, 대티골숲길, 영양풍력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