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대전 유일 문화재 실측 설계사 신교영 대표

   
대전 유일의 문화재 실측, 설계 수리사인 신교영 대표는 전통 방식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문화재의 복원과 보수는 보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둔산동 선사 유적지를 보수 중에 있습니다. 청동기와 신라 시대에 걸쳐 이뤄진 움집과 유적지를 다시 살려 역사 교육의 현장이 되도록 만드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대전 유일의 문화재 보수 자격증을 가진 신교영 대표(53, 신태양 건축사무소 대표)는 건축사로서 그만의 고유한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바로 ‘문화재 실측, 설계 수리 기술자’라는 직함이 신대표만의 영역을 만들어 주고 있다.

2008년 말 문화재청으로부터 훼손된 국보, 보물, 유형문화재를 정밀 실측하고 수리할 수 있는 자격증 획득했다. 그 후 1년 여 동안 신대표는 전통 건축 기법을 이용한 건축물을 보수 또는 신축을 통해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재현해오고 있다.

신대표를 15일 오전 ‘디트뉴스24’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필자의 결혼사진을 찍어줄 만큼 사적인 인연도 있었다. 대학시절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꿈을 펼치는 데 걸림돌이 된 게 늘 아쉬웠다. 인터뷰는 건강을 묻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좋지는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제 건강은 나름대로 잘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습니다."

씁쓸한 그의 미소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건축 얘기,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그의 전공 얘기가 나오면서 표정을 확 달라졌다. 고고학 교수, 문화재 전문위원들의 자문을 받아 복원 또는 보수하는 과정에서 보람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최근 대전 중구 석교동 봉서루와 서구 괴곡동 파평 윤씨 종가집 등이 신대표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조선시대 건물인 봉서루는 단청과 지붕 보수공사를 그가 맡았고 파평 윤씨 종가집은 안채 마루를 다시 만들었다.

“전통 양식은 주로 사찰 보수나 옛 가옥 보존에 많이 활용됩니다. 공사를 마치면 뿌듯해지죠. ‘부처님의 집을 지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한옥의 경우 역시 보수는 흙벽돌로 된 한옥만큼 ‘시원하다’는 느낌이 있죠. 재실(齋室)은 완공하면 ‘남의 조상이지만 편안하게 이분들이 쉬고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역시 성취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게 이일을 하면서 얻는 보람이죠.”

신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전통 건축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충남대 건축학과 재학 당시 송용호 현 충남대 총장을 모시면서 고건축에 눈을 뜨게 되었다. 송총장과는 제자와 스승으로서 뿐만 아니라 ‘전통건축’이라는 평생의 업을 만들어 준 인연을 맺었다.

   
중구 석교동의 봉서루, 신대표의 손길을 거치면서 옛 모습을 찾았다.
“대학시절 송총장님과 고건축 답사를 많아 갔습니다. 매년 4-5번씩 빠짐없이 다녔는데 그게 안목을 길러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전통 건축에 관심은 있었지만 총장님이 저의 재능을 발휘하게끔 도와준 셈이지요.”

그 인연이 박사학위로 이어졌다. 송용호 총장의 박사학위 1호 제자가 되었다. 그 인연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총장직을 맡으면서 강의를 신대표가 ‘겸임 교수’의 직책으로 인계받았다. 송총장이 안목을 길러주었다면 박만식 교수는 감각을 만들어준 은사다.

“그 분은 백제 건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전공을 한 분이죠. 정말 많지 않는 전통 건축 전공자였습니다. 수업 시간에 체계적인 학문과 지식을 많이 주셨습니다. 깊이를 생각하도록 길을 열어준 건 박만식 교수님이었습니다.”

1992년 건축사 자격증을 따내면서 그에게는 ‘전통’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대전에서 전통 건축을 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 어쩌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소문이었다. 나쁠 리가 없었다. 그 소문이 가져다 준 일이 바로 구봉산 구각정이었다. 서구청에서 전통 건축가를 수소문하다 신대표에게 일이 떨어졌다.

“조금씩 알려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전통 건축을 한다는 사실이...그 때 구각정을 설계하고 나서 2년 후에는 만년동 진주 강씨 재실을 신축했습니다. 이후 한남대 이상수 교수의 집 ‘화엄 정사’를 전통양식으로 지었고 거창에 2층 목조 대웅전을 건축하는 등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08년 말 그는 문화재 실측, 설계, 수리 기술자라는 다소 긴 이름의 자격증을 따냈다. 국가가 인정하는 전문가가 된 것이다. 전공을 하지 않는 건축사가 고건축에 손을 대면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 국악과 양악의 차이랄까. 비싸지만 전통의 고유한 멋을 내기위해서는 전문가의 손이 필요하다. 맛이 다르다는 말이다. 역시 비용의 문제가 일거리를 줄어들게 만든다. 생업과 관계되는 일이라 조심스러웠다.
   
유성구 구암사의 공양채, 편리성과 고유한 선을 살린 건축물로 꼽히고 있다.
“아무래도 일반 설계보다는 1.5배 더 받아야 합니다. 실제로 하는 일은 그보다 더 많지만 비용의 문제 때문에 그 정도밖에 올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물어만 보고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한번 보수하면 오래가니까 비싸더라도 제대로 고쳐야한다고요.”

자격증 획득 이후 경북지역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도 있었다. 그 때 송용호 총장이 “대전에서 초중고에다 대학까지 나왔는데 돈보고 살 수는 없지 않는가”하는 질책에 대전에 눌러앉게 되었다. 지금은 많지는 않지만 일거리도 솔솔 들어온다. 하지만 제대로 일을 하기에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전문성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요즘 한옥에 군불을 지피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군불없는 한옥은 제 맛을 낼 수가 없다. 한옥에다 편리성을 가미한 양식을 응용하는 구조가 가장 적절하다. 전통 양식은 알다시피 우리 몸에 좋고 운치가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걸 살리면서 편리성을 접목하면 최고의 작품이 나온다는 얘기다.
   
진주 강씨 재실.


“앞으로 전통 양식을 더 발전시키면서 고 건축에 대한 안목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설계를 많이 해서 전통 건물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면 그게 곧 대중화라고 봅니다. 대학에서 강의도 그 일환의 하나입니다. 학생들에게 고건축을 이해시키면 전통의 소중함을 가꾸고 지키는 인물이 되지 않겠습니까.”

신대표는 충남대 졸업과 동시 강의를 맡아 현재 겸임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 건축사와 리모델링 강의를 통해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전통 건축의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미래의 실측 설계사를 기르고 있다. 점심을 시켜서 먹으면서 약 2시간동안 인터뷰를 했다. 목이 쉰 듯한 그의 목소리는 건강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연락처)010-5456-0417, 042-535-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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