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김필동 충남대 교수회장

충남대의 법인화가 지역 대학가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08년 총장으로 취임한 송용호 총장은 법인화에 대해 추진의지를 밝히고 있고, 충남대 교수회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왜 (법인화에)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지, 또 대학 측은 왜 법인화를 계속 추진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글을 차례로 싣는다./편집자 주

   
김필동 충남대 교수회장.

요즘 대학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슈로 당사자인 대학 구성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 중에 핵심은 단연 “대학 법인화”일 것이다.

충남대학교가 법인화로 ‘갈등’ 또는 심지어 ‘내분’을 겪고 있다고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실상은 갈등이나 내분이 아니라 충남대 총장의 독단적인 법인화 추진으로 대학 구성원들이 일방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런 고통과 그로 인한 대학 역량의 소모를 막기 위해 교수회는 그동안 총장과 본부를 상대로 설득을 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요점은 법인화가 국립대학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인 만큼, 이론적으로는 장단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우려되는 바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졸속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하고, 다른 대안(예컨대, ?고등교육법?의 국립대 관련 조항의 개정)도 모색하면서, 추진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총장의 조기 추진 입장이 워낙 완강하므로, 우선은 이를 저지하는 것이 당면 목표가 되고 말았다.

학내에서 전개된 이런 논쟁들이 불거지면서, 이제는 언론과 일반 시민들까지도 충남대 사정을 알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잘 알 수는 없기 때문에, 오해나 막연한 추측도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법인화의 문제점’에 대해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고문을 써 달라는 ?디트 뉴스?의 요청에 본인이 응하기로 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충남대 교수들은 왜 법인화를 반대하고 있는가?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정부의 대학 법인화 정책에 대한 반대. 둘째, 충남대 총장의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의 비민주성과 불합리성에 대한 반대가 그것이다.

정부의 법인화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

정부의 국립대학 법인화 정책은 국립대학의 당초 설립 취지를 포기하거나 크게 변경하는 것이다. 국립대학의 설립취지는 ?헌법?과 ?고등교육법?에 규정된 바, 모든 국민들이 평등하게 고등교육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즉, 계층간, 학문간, 그리고 지역간 차별 없이 대학교육의 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대학 법인화는 특정 학문분야로 구성된 카이스트나 울산과학기술대학과 같은 대학에서는 경쟁력을 높이는데 적합한 제도가 될 수도 있지만(게다가 카이스트는 정부로부터 특별지원을 받고 있다), 모든 학문영역을 갖추고 있는 거점국립대학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제도이다. 그래서 거점국립대학교수들은 법인화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전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대전시의 재정에 부담은 되지만 모든 곳에 버스노선이 고르게 운영되고 버스요금도 안정되어 있어 시민들은 그 혜택을 시내 전역에서 고르게 누릴 수 있다. 만약 대전시가 재정부담을 이유로 시내버스 민영제를 도입하면,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첫 번째가 돈 안 되는 버스 노선이 없어지는 것이고, 두 번째가 버스요금이 올라가는 것이다. 결국, 민영제를 도입하면 대전시의 재정부담은 해소되지만, 시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요금인상으로 가계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대전시의 입장에서는 민영제가 좋지만,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준공영제가 훨씬 좋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립대학을 법인화하면, 점차 돈 안 되고 인기 없는 학과들은 사라질 것이고, 재정 안정을 위해 등록금은 사립대에 가깝게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법인화가 좋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국립대학이 훨씬 좋은 것이다. 등록금이 올라가면 서민들에게는 고등교육 혜택의 기회가 제한되어, 결과적으로 계층 간 차별 없이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국가의 책무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거점국립대학은 이공계, 인문ㆍ사회, 의약, 예체능 등 모든 학문분야를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시키는 거대한 종합대학이다. 충남대에는 90여개 학과가 있는데, 첨단ㆍ응용 학문을 다루는 학과와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들이 섞여 있다. 이런 거대 종합대학에 법인화가 도입되면, 서로 비교하기 어려운 이공계와 인문ㆍ사회계간 경쟁을 하는 등, 비상식적인 쟁투가 벌어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어떤 학과들은 폐쇄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문간 차별 없이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러 학문 분야(기초학문을 포함하여)의 연구를 골고루 발전시켜야 할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또한, 법인화하면 지자체가 대학에 투자를 해야 한다. 대전시는 국정감사에서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충남대가 법인화되면, 대전시가 충남대에 재정지원을 일부라도 부담할 여력이 있겠는가? 만약 대전 시민과 충남 도민이 충남대의 법인화를 찬성한다면, 향후 시민ㆍ도민들의 세금을 충남대에 지원할 각오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반면, 지자체의 재정이 비교적 튼튼한 일부 대학의 경우에는 재정지원을 어느 정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거점국립대학을 법인화 하면, 지자체의 재정상황에 따라 대학별로 교육 품질에 차별화가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전ㆍ충남 지역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차별화 되고 열등한 교육의 기회를 갖게 되어, 결과적으로 이것은 지역 간 차별 없이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국가의 책무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국립대학의 저렴한 등록금은 사립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역할도 수행해 왔다. 즉, 국립대의 저렴한 등록금 때문에 사립대는 등록금을 더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만약 국립대학이 법인화되어 등록금이 오르게 되면, 사립대학들은 당연히 선진국의 사립대학 수준으로 더 올리려고 할 것이다. 이것은 대학 전체의 등록금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악순환으로 인한 국민들의 부담과 고통을 덜기 위해서라도 충남대 교수들은 법인화에 반대하는 것이다.

   
지난 18일 전국 9개 국립대학 교수회장들이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국립대 법인화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총장의 일방적 법인화 추진에 반대하는 이유

대학 법인화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너무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게 되므로, 법인화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당연히 예상된다. 따라서 법인화를 하기 위해서는 충분하고 다각적인 연구ㆍ검토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대학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이 비전과 목표에 대하여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대학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 때문에 최근 충남대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이 점을 분명히 지적하면서, “합리적인 의견 수렴과 재정 자립 기반 확보를 위한 면밀한 검토를 거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까지 말했던 것이다. 즉, 재정자립 계획도 수립하지 않고, 법인화의 장점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도 제시하지 않으며, 구성원의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총장이 법인화 추진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충남대 교수들은 반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87년 6.29 선언으로 쟁취한 대통령직선제를 또다시 간선제로 바꾸는 개헌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거리로 나와 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이 재현될 것이다. 국립대 법인화는 국가로 보면, ‘헌법 제정에 가까운 개헌’에 해당하는 것이다. 개헌을 하려면 당연히 국민의 의사를 물어 동의를 얻어야 하듯이, 법인화를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의 동의’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회는 대학 구성원의 동의를 얻기 위한 절차와 최소한의 기준(예컨대, 재적교수 과반수의 찬성)을 제시하고 이런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총장은 이런 상식적인 요구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고, 교수들과의 대화도 거부한 채, 법인화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담화문만 발표하였다. 이는 동의 절차를 편법으로 비껴가면서 법인화는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 때문에, 교수들은 이러한 총장의 태도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대 법인화는 정부에서 파견하는 이사들을 포함하여 10인 내외의 이사들로 구성된 대학이사회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며, 이사회에서 총장을 간선하도록 되어 있다. 감사 또한 정부가 추천하거나 승인한다. 정부는 법인화하면 대학이 ‘자율권’을 갖는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파견 이사들이 이사회를 사실상 장악하게 되고, 이들의 입김이 총장 선임에도 강한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법인화를 하면, 정부나 본부 측의 주장과는 달리, 현재의 국립대학 체제보다도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교수들은 법인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총장과 본부는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여 더 좋은 교육과 연구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소홀히 하면서, 무리하게 법인화를 추진하는 데 ‘올인’하고 있으니, 학내 구성원들은 총장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몰라 의아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감에서도 국회의원들은 “20년 동안 추진돼 온 서울대 법인화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70%에 가까운 내부 구성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인화를 추진하려 하다 보니 졸속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하고,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인화를 추진하는 이유가 [중략] 총장 개인의 연임을 위한 것 아니냐”고 질타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혹들을 떠나서, 무엇보다 교수들의 직접 선거에 따라 선출된 총장이, 교수들의 동의 절차도 없이 총장간선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법인화를 독단적으로 강행함으로써,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있어서는 안 될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시민과 도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가운데 더욱 발전하는 충남대학교의 미래를 위하여 충남대 교수들은 법인화에 반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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