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대전지역 원로 행정가 김보성 전 대전시장

   
대전시장을 세번을 지낸 김보성 전 시장은 최근 자서전을 집필하면서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있다.
“지금은 대전시장 재직 시절 내용만 쓰고 있습니다. 사실은 천안, 서산 군수, 교육부 관리국장 시절 얘기가 더 재미있어요. 공직 생활을 하면서 정열을 가장 많이 쏟은 것도 거기이고요.”

몇 차례 연기되다가 10월 첫째 주 초 대전시 중구 모 한식집에서 만난 김보성 전 대전시장(84)은 집필 중인 자서전을 가장 먼저 화제로 올렸다. 김 전시장은 새마을 금고 이사장 등을 역임했지만 필자는 여전히 ‘김시장’이란 호칭에 익숙해있다.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대전시장을 세 번이나 지냈다. 묘한 인연이었다. 그 중 세 번째 재직 중 인연이 더 깊어졌다. 당시 필자는 모 신문 사회부장으로 시청 캡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 때 업무 중 골프라운딩으로 말썽이 난 간부문제를 두고 상의를 할 만큼 가까워졌다. 그 후 안부 전화도 드리고 시간이 나면 정말 가끔씩 식사도 하게 되었다. 그게 약 17년이 이어졌다.

“지금도 서산에 가면 제 공덕비가 있어요. 아마 군수 중 유일할 겁니다. 거기가면 저를 아는 분들은 ‘군수님, 군수님’합니다. 오래 전 얘기지만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부여군수로 가라고 하는 내무부 지시에 ‘거긴 잘 모른다’고 했더니 ‘그럼 고향인 서산으로 가라’고 해서 군수가 됐어요. 허허! 참, 그 땐 그랬어요.”

저녁 식사가 들어오긴 전 이런 저런 얘기를 환담 수준으로 나눴다. 김시장과 만남에는 늘 함께 만나는 박모씨도 동석했다. 그는 김시장과는 오랜 인연을 가졌고 지금도 많은 공직자들과 연(緣)을 소중하게 가꾸면서 이어오는 인물이다.

서산 얘기는 좀 더 이어졌다.
모국회의원이 모래사장 임대업을 하는 걸 바로 잡은 일이라든가 천리포 해수욕장에 짓다만 집을 철거한 일 등 서산에 대한 기억은 많았고 또렷했다.

“근황이랄 게 있습니까. 늙은이한테... 새마을 금고 이사장은 2년 전에 그만두었고요. 다만 대전시 행정 동우회장은 아무도 하지 않아 계속 맡고 있습니다. 한 20년 되었지요. 새마을 금고도 그랬고 이것도 다 무보수죠. 허허!”

자서전 집필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근황이었다. 초고를 작성하면 ‘오늘의 문학사’ 리헌석 회장이 가필을 해주고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 반복된다. 어쩌면 그게 평생을 정리하는 일이어서 열정을 쏟는 건 당연한 일로 보였다. 그러고 나서 매일 한 시간 씩 중구 체육센터에서 수영을 한다. 한 20년 해온 국선도도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또, 친지들의 애경사에 쫒아 다니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에 하나였다.

“동창 10명 중 4명만 살아있어요. ‘디트뉴스24’에 연재하고 있는 자서전을 보고 많이들 전화가 와요. 대부분 그 때를 떠올리면서 ‘시장님! 옛날 생각이 납니다’라는 내용이죠. 후배들은 가끔 ‘그 때 그랬어요’하는 전화도 주고요.”
   
'명사 회고담'이란 이름으로 잡지에 싣고 있는 자서전.


금년 말까지 출판하는 걸로 되어 있다. 지금 속도로는 불가능할 것 같다. 이런 일은 대개 계획보다 늦춰진다.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강력한 데드라인이 없다 보니 조금은 느슨해 질 수밖에 없다. 1차 연재를 통해 정리가 되고 독자들에게 선 보인 반응이 나쁘지는 않는 것 같았다. 클릭 수가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걸 보면 그렇다.

화제를 지난 총선과 지방 선거 쪽으로 돌렸다. 김시장은 지역 원로로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지방 선거 일주일 전 시장 후보와 구청장 후보 캠프를 모두 돌았다. 거기에서 보았던 분위기와 조언은 환담으로 넘겼다. 다만 정용기 대덕구청장과의 일화는 흥미로웠다.

“누가 저한테 가보라고 해서 찾아 왔다고 합디다. 그 젊은 친구, 괜찮더군요. 유일하게 구청장 재선이 된 게 아닙니까. 정청장은 ‘이런 식으로 가면 한나라당 구청장 다 떨어진다’며 걱정을 하더란 말입니다. 어째든 당선이 되었는데 그 후 직원 동향을 파악한 자료를 가지고 왔습디다.”

그래서 김시장은 원로로서 조언을 해주었다. 중국 초나라 장왕이 신하들 모두에게 갓끈을 끊게 한 고사를 인용, 덕으로써 다스릴 것을 주문했다. 다행히 정청장은 그 자리에서 가지고 온 자료를 모두 찢어버렸다. 그 말을 흔쾌히 받아들인 정청장의 그릇이 결국 어려운 가운데 재선 고지를 밟은 게 아닌가 싶다.

이 밖에 김창수 대덕구 국회의원의 후원회장 요청을 거절한 얘기, 정운찬 총리와의 만남, 그리고 박용갑 중구청장과의 환담 등 많은 대화를 나눴다. 무겁게 인터뷰를 하는 자리라기보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후배들에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신세대에는 새로운 기법으로 행정을 해야 합니다. 전에는 행정학이란 학문은 없었고 단지 법은 있었습니다. 지금은 기법도 많이 바뀌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행정을 하기 때문에 괜히 딴소리를 하면 ‘늙은 이가 뒤떨어진 얘기만 한다’고 합니다. 잘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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