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애 극복한 박재홍 갤러리 '예향' 대표

   
갤러리 '예향'이 소통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박재홍 대표.
“제가 운영하는 공간은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장애인과 일반 작가들 간에 교류 공간이 되고 원로 예술인과 젊고 진취적인 후배들이 한 데 모여 대화를 나누는 곳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말하자면 다양한 예술인들이 영역을 떠나 서로를 얘기하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대전시 중구 대사동에서 갤러리 ‘예향’을 운영하는 박재홍 대표(42)는 장애인이다. 생후 8개월에 얻은 소아마비를 평생에 굴레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 그는 항상 밝은 표정에 적극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상인으로 인해 위축되거나 상처받을 일도 없다. 그가 목표하는 건 ‘예향’이 소통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한국장애인 고용공단 지원 사업에 공모하여 지난 2008년부터 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랑방 역할과 함께 일부 우수한 작품성을 가진 장애인들이 전시 공간을 얻지 못해 활동에 제약을 받는 걸 없애는 것도 저의 또 다른 목표이기도 합니다.”

소통과 장애인 전시 공간이 갤러리 예향의 지향점이다. 박대표는 스스로도 이 공간을 통해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인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경쟁하고 있다. 요컨대 예향에서 자신의 멀티적인 생각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 지역에서도 예향에 대한 반응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화적인 접근성을 가지려고 하지요. 장애인이 운영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사설 공간으로서는 가장 큰 곳, 그리고 전시하기 좋은 곳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가 이 공간을 가지고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하면 좋은 일이 아닙니까.”

박 대표 말은 거침이 없다. 자신감과 확신에 차있다. 공간이 크다보면 작은 곳에서 시기질투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부수적으로 갈등은 있었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었다는 말로 가볍게 넘어갔다.

그에게 예향은 도약의 디딤돌이었다. 장애인들의 예술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한국장애인 창작 집필실’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다행이 지난 달 21일부터 31일까지로 예정된 후원 전시회가 9월 한 달 동안 연장 전시에 들어갔다. 반응이 좋았다는 말이다. 그가 제출한 창작 공간 기획물은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실사 중이며 대전 유치가 희망적이다.

“그게 되면 문화 살롱이 마련되는 셈이지요. 대전 문화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예향이 부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건 성취감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 장애인들이 예술적으로 뛰어난 분들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그 능력을 개발하거나 발휘할 수 사람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그걸 확 풀어보자는 게 바로 이 기획입니다.”
   
갤러리 '예향'을 알리는 간판.


원주에 있는 박경리 문학관이 모델이다. 창작 공간을 마련해주면 작가들이 기숙을 하면서 성과물을 내도록 하는 게 장애인 창작 집필실이다. 장애인 공단에서 지원을 받아 예향을 운영하지만 어려운 건 일반 갤러리와 다를 바 없다.

“중구청에서 으능정이 거리를 특화시키면서 그 쪽에 있는 문화 예술 공간에는 일부 지원을 해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확대해서 장애인 공간까지 지원해주면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한번 쯤 진지하게 검토해주었으면 합니다.”

문학, 미술, 서예 등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보인 박대표의 전공은 문학이다. 시화집 ‘섬진강 이야기’를 비롯해서 장애인 미술대전 대상, 그리고 대한민국 서예대전 수상 등 여러 장르를 섭렵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 할 수 있는 작가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원로와 젊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장르 구분 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유치하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불편한 장애인일수록 소통이 더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그는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제가 가까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일 뿐”이라며 인터뷰를 끝냈다. (연락처)010-2485-6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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