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안희정, 천안시장-이규희, 아산시장-복기왕 등 '주목'

   
 (왼쪽부터)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 이규희 천안시장 후보, 복기왕 아산시장 후보, 박병남 금산군수 후보.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소위 ‘386세대’들이 충남지역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대거 출마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충남지역의 특성 상, 386세대의 정계 진출이 비교적 어려웠던 만큼 이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를 비롯해 이규희 천안시장 후보, 복기왕 아산시장 후보 등을 꼽을 수 있다. 고려대 철학과 83학번인 안희정 후보(45)는 1987년 6월 항쟁 등을 주도했고, 1988년 ‘반미청년회사건’으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구성 혐의’로 안기부 조사를 받은 뒤 10개월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된다.

안희정-이규희-복기왕-박병남 등 386세대 충남지역 지방선거 전면에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ahnhj.kr) ‘살아온 날들’ 코너에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같이 활동하던 두 세 명의 실명을 자백하고 말았다. 스스로 처절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패배해 버린 것”이라며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이기지 못했다는 수치감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낙인 돼 있다”고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이규희 후보(48)는 연세대 법학과 81학번으로, 써클연합회장을 비롯해 전대협의 전신인 학원민주화추진위원회 위원장, 전국민주화운동 학생연합 공동의장 등을 지냈다. 그는 특히 1984년 민정당 중앙당사를 점거, 김영삼-김대중에 대한 정치규제 해제를 촉구, 4개월가량 구속되기도 했다.

복기왕 후보(42)는 명지대 무역학과 86학번으로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동우회장 등을 지냈다. 당시 한양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임종석 전 의원과는 여전히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복 전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아산에서 출마해 당선 됐지만, 중도 낙마한 바 있다. 충남지역 386세대 중 유일하게 여의도 정치 경험을 한 인물이다.

충남대 행정학과 85학번인 박병남 금산군수 후보(43)는 초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역임했으며, 1990년에는 3당 합당에 반대하며 삭발·단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충남지역 기초·광역의원 후보 중에서도 386세대는 적지 않다. 서산시 제1선거구 맹정호(41) 후보는 충남대 87학번으로 총학생회장을 지냈으며 참여정부 당시 행정관을 역임했다.

맹정호-김영숙-김영수-장기수 등 기초·광역의원 후보도 적지 않아

호서대 85학번인 천안시 바선거구 김영숙 후보(43)는 민주화투쟁위원회를 이끌며 학도호국단을 없애고 총학생회를 부활시키는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운동권이 중심이 된 총학생회를 출범시키는 데 성공한 그는 기획부장을 맡으면서 임수경 양 평양 방문, 박종철 물고문 사건 등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선봉에 서 왔다. 그 덕에 졸업하는데 6년이나 걸렸고, 지금에 와서는 호서대 민주화 운동의 ‘대모’(代母)로 통한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천안시의회에 나란히 입성한 천안마 김영수 후보(41)와 천안사 장기수 후보(41)도 천안과 아산지역 민주화 운동의 맥을 이은 인물인 동시에 공무원들에게는 운동권 출신에 대한 편견을 씻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맹정호 충남도의원 후보(서산 제1), 김영숙 천안시의원 후보(바), 김영수 천안시의원 후보(마), 장기수 천안시의원 후보(사). 
김영수 후보는 89학번으로, 호서대 자연과학대 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을 지냈으며, 87학번인 장기수 후보는 경영학과 학생회장과 충남지역 대학생 대표자 협의회 투쟁국장을 거치면서 집시법 위반으로 5년여의 수배생활을 경험했다.

김영숙-김영수-장기수 후보는 지역에서 각각 참교육학부모회 충남지부장, 충남자치분권연구소 사무처장, 천안KYC 공동대표로 활동해 오는 등 시민사회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남다르다는 점에서 또 다른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안희정 후보는 ‘좌의정’으로 불릴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분신으로 통하고, 복기왕-이규희 후보는 2002년 대선 당시 해당 지역에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정권 창출의 일익을 담당한 인물들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인연…일각에선 “경륜 부족” 지적도

이처럼 충남지역 386세대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면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지역의 주류(?) 정치인 대부분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등으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7대 총선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들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남다른 동지애를 가지고 있는 눈치다. 다만 충남지역의 분위기가 진보·개혁세력에게 그다지 녹록치 않다는 사실과 경륜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기존의 지방자치의 틀을 상당부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와 맞물려 이들이 과연 충남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 복기왕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이기도 한 지역주의에 대한 반대와 국가 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의 확장을 실천하기 위해 민주화 세력이 나섰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규희 후보는 “충남지역에서 개혁 성향의 유권자와 젊은 층의 표를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김영수 후보는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는 이미 386세대들이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반면, 충남에서는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고, 장기수 후보는 “우리 세대 역시 서울 중심의 사고에 갇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의 가치를 알고 있는 좋은 정치인들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이들이 다시 중앙으로 올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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