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영어 수업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어교사로서 영어는 잘 가르치고 있는지? 혹 영어만 가르치는 것은 아닌지? 영어라는 언어적 기능만이 최고라는 착각에 빠져 학생들 앞에서 앵무새 놀음은 하고 있지는 않은지? 영혼이 없는 박제 같은 영어교사로 길들여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한 영.미문화를 중심으로 가르치다 보니 정작 우리 문화를 소홀히 다루는 균형 잡히지 않은 애국심으로 학생들 앞에 서고 있지는 않은지? 등의 상념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영어교사가 된지가 어언 4반세기가 되어간다. 중학교, 전문계고등학교, 인문계남.여 고등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 국립고등학교, 해외 파견 한국국제학교, 전문대학, 교대, 사대에 이르기까지 중등영어교육에서 대학 영어교육까지 다양한 내용, 교육과정, 수준의 교수-학습 경험을 두루두루 해 보았다. 물론 지금도 경험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말이다. 게다가 딸아이가 아빠의 피를 닮았는지 외국어고등하교를 다니다가 뜻하는 바가 있어서 2년 전 영어권으로 유학을 갔다. 지금은 그 곳에서 현지 대학을 합격하여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영어를 오랫동안 가르쳐왔고, 딸아이를 통하여 나름으로 성공한 영어 동기유발 프로그램을 적용하긴 했지만, 전문가로서 영어를 공부하는 진정한 목적이나 효율성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부족하다 하여 지금까지의 know-how를 정리하는데 주저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과연 나는 학부모님들이나 학생들이 갈급하고 있는 ‘효적인 영어실력 향상’ 방법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오늘도 수업하면서 계속 뇌리를 흔들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영어 교수-학습 지도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영어공부 방법에 대하여, 유아영어, 초등영어, 중학생영어, 고등학생영어로 구분해서 소개할까 한다. 

 첫째, 유아 영어교육이다.

①유아 영어는 놀이를 통한 즐거움을 중요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영어가 학습으로 아이에게 인식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영어가 지겹다는 생각이 어릴 때부터 아이의 머릿속에 박히게 되면 미리 영어 공부를 시키지 않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한 후 같이 찾아서 단어도 익혀보고 돈이나 시장바구니를 만들어 시장놀이 등을 통해 스스로 과일도 사보고 야채도 사 보게 함으로 인해 수적인 개념을 형성시켜 줄 뿐만 아니라 엄마의 역할을 따라 해 봄으로써 유아 스스로 큰 자신감을 가지고 뿌듯해 하면 영어가 자연스럽게 익혀진다. 영어가 재미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영어교육에서 반쯤 성공한 것이다.


 둘째는, 초등학교 영어교육이다.

①부모의 아낌없는 도움이다.

공부를 하는 건 아이 자신이지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건 부모의 몫이다.

②언어는 다른 공부와 달리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부딪치며 연습하는 게 필수적이다.

1년에 며칠 영어마을에 다녀오고, 하루에 1~2시간씩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아이가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마냥 편하게 느끼도록 하자면 가정을 영어 마을처럼 ‘영어 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③아침에 눈 떠서 저녁에 눈 감을 때까지 아이가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영어와 놀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우선 하루 한마디씩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을 걸어보는 게 좋은 출발점이 될 듯하다. “영어는 학원에 갔을 때 하면 되는 것” “영어는 외국 사람들만 쓰는 말”이라는 아이의 고정관념을 깨줄 필요가 있다. 굳이 어려운 말이 아니어도 좋다. “잘 잤니?(Good morning)” “학교 잘 다녀와(Have a good day)” 같은 쉬운 인사말부터 시작해 보자. 처음엔 피차 쑥스럽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 입에서도 “Good morning”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셋째는, 중학생 영어교육이다.

 ① 영어는 공부를 하되 반드시 큰 소리를 내어 읽어야 한다.

 ② 영어는 반드시 단어나 문장을 이해하면서 발음으로 연습을 해야 한다.

 ③ 영어 단어나 문장을 외면서 반드시 연필로 몇 번씩이고 써가면서 외워야 한다.

 ④ 영어는 반복성이 중요하다.

 ⑤ 영어는 자투리 시간을 많이 이용하는 자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⑥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는 자신이 평소 쉽게 공략이 되지 않았던 어려운 단어나 문장이 한 20개 정도는 들어 있어야 한다.

 ⑦ 영어에는 줄기(trunk)와 가지(branch)가 존재하는데, 그 줄기에 붙어 있는 과일, 즉 단어의 줄기를 잘 따야한다.

⑧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동의어와 그 정반대의 뜻으로 쓰이는 단어나 문장을 암기해야 한다.

 ⑨ 숙어나 슬랭 및 격언, 속담 등을 두루 두루 외워 두는 것이 좋다.

 ⑩ 영미인 들은 모두 좋고 올바른 영어를 사용할 것이란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넷째는, 고등학교 영어교육이다.

①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든 초 중급 토플 교재들로 공부한다.

②문법책을 수준에 맞게 잘 선정해서 공부한다. 중요한 건, 어떤 문법책이든, 5번 이상 보는 것이 좋다. 독해는 여러 책을 보는 것이, 문법은 한 권을 여러 번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③ 구문 책이 하나 필요하다.

 이를테면, 영어독해에서 takes it granted for~, on condition that~ 같은 특정한 구문 지식이 없으면 해석이 아예 안 되는 문장들이 많이 있다. 좀 실력이 된다면, 성문100 구문 같은 책도 좋다. 최근엔 '천일문' 시리즈가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직접 보고, 자신에게 맞는 (아니면 아예 가장 쉬운 책부터 시리즈로) 책을 구입해서 보면 좋다.

④ 쓰는 연습(writing) 필요하다.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잘 알려진 책 중 하나는 해커스어학연구소 출판사의 David Cho 가 쓴 'writing start (또는 basic)' 라는 책이 있다.  물론 이 책은 토플 대비용이긴 하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쓰기의 기초에 대해 알려주는 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⑤말하는 연습(speaking) 또한 필요하다.

말하기는 대화 상대가 없다는 점에서 제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제 경우에는 말하기에 대해서는 '오성식 생활영어'와 '유창한 회화를 추천하고 싶다. 말하기의 기본적인 진리는, 아는 게 많아야 입으로 나오는 게 많다는 것이다.

⑥영어 문화권 전반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물론, 책이나 신문, 영화 등에서 많이 접하게 되지만, 문화권의 근간이 되는 부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서양 문화권의 기본이라면, 크게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성서를 들 수 있다. 물론 영어권 여행을 한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다. 게다가 동양문화와 우리 문화도 같이 소개하면서 영어 이전에 우리 언어를 사랑하는 마인드도 가르치는 것이 좋다.


  요즘 “영어가 몸 값이다”이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땅의 모든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영어를 잘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많은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이 갈팡질팡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우리나라는 영어를 외국어로 쓰는 EFL(English as Foreign Language)환경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만큼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다는 이야기가 된다. 언어습득에 있어서 환경은 아주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떤 환경을 제공해 주는가에 따라 아이들의 학습정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영어공부에도 예외 일 수는 없다. 우리가 밥을 먹듯이 지속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자기 자신의 분명한 목표를 향해서 공부한다면 영어실력 향상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경계할 일은, 영어를 통해서 자신의 자아실현과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 이전에, 나와 우리 그리고 국가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된다.

오히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타국의 문화와 우리 문화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진정한 언어의 마술사이자 진정한 정체성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영어만 가르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개방적인 태도와 유연한 사고를 겸비하여 21c가 요구하는 글로벌 리더의 자질을 갖추는 시발점인  것을 알았다. 이제 우리는 그런 영어교육을 해야 한다.

 

(교육컬럼니스트, 영문학 박사 송 명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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